청와대는 26일 송인배 대통령 제1부속비서관을 공석이던 정무비서관에 임명했다. 대통령 비서관 자리끼리 경중을 저울질하기는 어렵지만 정무 비서관은 그중에서도 요직으로 꼽는다. 누구나 송 비서관의 이번 인사를 영전(榮轉)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청와대도 "(부속비서관 자리가) 워낙 격무라, 일부 순환 배치를 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간의 노고를 배려했다는 뜻이다.

송 비서관은 댓글 공작 사건의 주범 드루킹을 김경수 경남지사 당선인에게 연결해 줬고 드루킹 측에서 200만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있다. 드루킹 특별검사는 27일부터 60일간 수사에 들어가는데 송 비서관은 특검 조사가 불가피한 핵심 연루자다. 그동안 대통령 참모들이 수사 대상이 되면 자리에서 물러나는 게 관례고 상식이다. 청와대 비서진이라는 현직을 유지한 채 수사를 받으면 수사의 중립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청와대는 특검 핵심 수사 대상을 보란 듯이 영전시켰다. 송 비서관은 무죄라고 면죄부를 준 것이나 마찬가지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일 허익범 특검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드루킹 사건에 대해 "다분히 정치적인 사건"이라고 했다. 법적인 실체는 없는데 정치적 공세로 만들어졌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런 예단을 바탕으로 이번 인사가 이뤄졌을 것이다.

정무 비서관은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필요한 법안들이 국회에서 통과되도록 야당 의원들을 설득해야 하는 자리다. 드루킹 특검법은 야당의 강력한 요구를 여당이 거부하면서 한 달 가까운 진통 끝에 통과됐다. 야당이 어렵게 쟁취한 특검이 수사를 시작하려는 순간 청와대는 이번 특검 수사는 불필요하다고 선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인사를 했다. 야당의 국정 협조는 아쉬울 게 없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