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의 한반도-전문가 진단 2부③] 란코프 교수 "北은 후속 회담에서도 양보하지 않을 것...비핵화는 불가능"

입력 2018.06.27 19:00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가 25일 국민대 북악관 연구실에서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란코프 교수는 이날 인터뷰에서 “북한의 비핵화는 불가능하다”고 했다./윤희훈 기자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가 25일 국민대 북악관 연구실에서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란코프 교수는 이날 인터뷰에서 “북한의 비핵화는 불가능하다”고 했다./윤희훈 기자
“북한의 비핵화는 불가능하다. 불가능한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삼기보단 동결과 군축이라는 ‘핵 관리’로 가는 게 현실적인 북핵 대응 방안이다.”

러시아 출신의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25일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진행될 후속 회담에서도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한 양보를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란코프 교수는 지난 12일 싱가포르에서 진행된 미북 정상회담을 “협상에서 미국이 얻은 게 없다”며 ‘크게 실패한 회담’으로 평가했다. 그는 “이번 회담에서 핵포기까진 못가더라도 의미있는 수준의 핵군축은 가능할 것이라고 봤다”면서 “그런데 알 수 없는 이유로 미국은 핵군축까지도 가지 못했다”고 했다.

란코프 교수는 이번 싱가포르 회담에 대해 “전황이 유리한 상황에서 진격하지 않고 후퇴한 격”이라고 평가하면서 “최선희 외무성 부상은 지금 승리의 샴페인을 마시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미국은 최대 압박 정책을 재개할 기반이 없다. 중국도 작년이나 올해 초처럼 북한에 경제 압박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반도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행동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 정부가 이번 회담 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자기 PR(홍보)이 강한 트럼프 대통령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란코프 교수는 미북 정상회담에서 전리품을 획득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외교력을 높게 평가했다. 란코프 교수는 “김정은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외교적 실리를 취하고 있다”며 “김정은의 외교는 소련과 중국의 대립을 이용해 이익을 얻은 김일성과 닮았다”고 말했다.

그는 “김정은은 자신의 권력을 오래 유지하기 위해선 경제 개발을 해야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어린 시절 해외에서 유학한 김정은은 시장경제 외에 대안이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김정은은 경제 개발을 위해 개혁 정책은 적극적으로 펴겠지만 권력 유지를 위해 개방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란코프 교수는 외국 기업의 대북 투자와 남북러 3자 협력 프로젝트의 실현 가능성을 낮게 봤다. 그는 “외국기업의 북한 투자는 대북 제재도 문제이지만 외국기업의 투자를 몰수했던 과거 전례가 장애물”이라고 했다.

남북러 3자 협력 프로젝트에 대해선 “러시아가 리스크가 큰 북한에 투자할 가능성은 낮다. 철도연결도 20년 전부터 나온 프로젝트지만 구체적인 작업이 진행된 게 없다”라며 “남한에 보수 정권이 들어서거나, 북한이 핵개발을 다시 한다면 중단될 수 밖에 없는 사업이다. 이렇게 리스크가 큰 사업에 러시아는 투자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란코프 교수와의 인터뷰 전문.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가 25일 국민대 북악관 연구실에서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윤희훈 기자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가 25일 국민대 북악관 연구실에서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윤희훈 기자
-미북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평가가 분분하다. 어떻게 보나.

“실망이 크다. 아주 큰 실패까지는 아니지만 큰 실패라고 평가한다. 더 좋은 시나리오가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미국 측에서 심한 변화가 있었다. 다만 완벽한 실패라고 평가할 정도는 아니다. 회담이 결렬된 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으로 가 작년처럼 코피작전, 군사력 사용 이야기를 다시 꺼낼 가능성도 있었다. 만약 이렇게 됐다면 진짜 완벽한 실패였다. 다행히 상황이 이렇게까지 나가지는 않았다.”

-왜 실망이 큰가.

“협상에서 미국이 얻은 게 없다. 미국은 2017년까지 그동안 북한이 해오던 벼랑 끝 외교, 협박 외교를 매우 적극적으로 구사했다. 작년 말 미국에서 코피 작전 가능성 등의 얘기가 나오면서 북한은 많은 것을 양보하기 시작했다. 당시 상황을 감안하면 싱가포르 회담에서 북한이 더 많은 것을 양보할 줄 알았다. 대부분 전문가들도 그렇게 전망했다. 그런데 회담에서 미국이 얻은 게 거의 없다.”

-미국이 회담에서 얻은 게 없다고 평가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공동 성명의 조항을 보면 구체적인 내용이 보이지 않는다. 놀라울 정도다. 구체적인 약속이 하나도 없다. 나중에 구체적인 내용을 다룰 회담이 열릴 수 있긴 하다. 하지만 북한은 미국의 코피 작전 위협에, 전례 없는 엄격한 제재를 받았음에도 아무런 양보를 하지 않았다. 이제는 상황이 변해 중국이 예전만큼 대북 제재를 엄격하게 실시할 것으로도 보이지 않는다. 앞으로 진행될 후속 회담에서도 북한의 양보를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그런데 미국 정부는 협상이 잘됐다고 평가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결과를 계속 홍보한다.

“이 세상에 자신의 실패를 바로 인정하는 정치인이 있겠나. 그런 정치인을 본 적이 있나? 나는 보지 못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자기광고를 가장 잘하는 정치인이다. 트럼프는 이번 협상이 실패인 줄 알더라도 공개적으로는 절대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미국이 이번 협상에서 북한의 큰 양보를 얻어낼 것이라고 봤다. 그런데 왜 미국은 하나도 얻어내지 못했을까.

“나도 모르겠다. 미국은 협상 전까지 매우 우월한 위치였다. 미국의 ‘벼랑 끝 외교’가 매우 성공적이었다. 북한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런데 회담장에서 미국이 회군했다. 전쟁에서 유리한 고지에 있는데 진격을 하지 않고 후퇴한 격이다. 왜 마지막 순간에, 유리한 고지에 있는 순간에 싸우지 않고 돌아갔는지 모르겠다. 몇 가지 가설은 있다. 미국 내부 정치의 요인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쪽은 내 전문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의견을 내기 어렵다.”

지난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진행된 미북정상회담에서 공동 성명 서명을 마치고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퇴장하고 있다. /싱가포르 MCI 제공
지난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진행된 미북정상회담에서 공동 성명 서명을 마치고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퇴장하고 있다. /싱가포르 MCI 제공
-회담이 열리기 전까진 성과에 대한 기대가 많았다.

“그렇다. 북한은 올해 들어 많은 것을 양보했다.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중단을 약속했다. 또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하고, 미국의 억류자를 석방했다. 한미 연합 군사훈련의 필요성까지 인정했다. 이때까지만해도 북한은 많은 걸 양보했다. 내가 싱가포르 회담에서 기대했던 것은 북한이 핵물질 일부를 실제 반납하지는 않더라도, 구체적으로 반납하겠다는 약속을 한다거나, 원심분리기를 폐기하거나 반납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는 것이다. 또 미사일과 미사일 엔진 제조에 필요한 시설을 철거하거나 반납한다는 합의가 이뤄지는 것이었다.”

-아쉽게도 그런 합의는 나오지 못했다. 왜 그렇다고 보나?

“2000년대 초 핵위기가 발발했을 때부터 나는 ‘북한은 핵을 포기할 가능성이 없다’고 말해왔다. 지금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난 이번 회담에서도 핵포기는 불가능하지만 의미 있는 수준의 핵군축은 가능할 것이라고 봤다. 그런데 알 수 없는 이유로 미국은 핵군축까지도 가지 못했다.”

-싱가포르 회담을 앞두고 나왔던 우려 중 하나가 ‘비핵화 회담’이 아닌 ‘핵군축 회담’으로 갈 가능성이었다. 그런데 회담에서 아예 핵군축도 논의하지 못했다는 말인가.

“그렇다. 핵군축도 안됐다. 지금 북한이 한 양보를 살펴보자.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중지는 아무 때나 취소할 수 있다.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도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 사실 풍계리 핵실험장은 기술적인 문제가 생긴 것으로 알고 있다. 붕괴 위험성 등 여러 가지 이야기가 돌기 시작한 지 1년이 지났다. 그리고 미사일 엔진 시험장을 철거한다고 하는데, 여러 전문가들에게 들어보니 북한에 미사일 엔진 시험장이 7~8개 있다고 한다. 그 중 하나를 철거한다고 해서 어떤 효과가 있겠는가. 원심분리기도 지금 계속 가동하고 있다. 북한 전문가들은 더 좋은 ICBM을 설계하고 있다. 이건 핵동결도 아니다. 이건 가짜 동결이다. 몇몇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공동 성명에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폐기)를 넣지 않았다고 비판하는데, 그 자체가 달성될 수 없는 목표였다. 앞서 말한 것처럼 북한의 비핵화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북한을 자주 다녀온 걸로 아는데 최근 내부 상황에 대해 보거나 들은 게 있나.

“최근 북한 내부 상황이 많이 좋아지고 있다. 기적 수준은 아니지만, 김정은의 경제 개혁 때문에 경제 성장을 하고 있다. 물론 남한이나 중국보다는 매우 낮은 수준이다. 지난 5월 신의주를 다녀왔다. 평양에 이어 북한의 제2도시 신의주는 평양 다음으로 빨리 성장하는 도시다. 신의주를 가보면 차량도 평양보다 더 많고 도로포장도 평양보다 잘 돼 있다. 사람들이 입은 옷도 좋고, 잘 사는 도시다. 중국과의 무역 때문에 생활 수준은 평양과 거의 같은 수준이다. 그러나 이런 신의주조차 단둥의 건물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낙후돼 있다. 신의주 사람들은 25년 전이나 30년 전 단둥이 자신들보다 못살았던 것을 알고 있다. 자신이 직접 경험했거나, 아니면 부모님의 경험을 전해들어서 알고 있다. 그런데서 비롯된 체제에 대한 불만이 있다.”

-핵무기는 그런 내부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용도인가?

“북한 내부엔 항상 위험요소가 있다. 바로 민중 봉기로 혁명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북한 엘리트 그룹은 보고 있다. 북한 엘리트층은 다른 나라에서 벌어졌던 전례를 잘 알고 있다. 이라크를 보라. 핵개발을 완성하지 못했던 이라크는 미국의 공습으로 무너졌다. 서방 국가들의 약속을 믿고 핵을 포기한 리비아는 어떻게 됐나. 내부 혁명이 발발했을 때 반란군은 해외에서 지원을 받았지만 카다피 세력은 원조를 받지 못해 혁명을 진압하지 못했다. 러시아와 미국, 영국이 평화를 약속했던 우크라이는 핵을 반납한 뒤,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합병했다. 북한 엘리트 층이 이걸 보면서 무엇을 배웠겠나. 강대국과 한 약속은 종이 조각 밖에 안된다는 것을 알고있다.”

-국제사회가 비핵화 후 평화를 약속하더라도 북한은 신뢰 하지 않는다는 건가?

“매우 유감스런 현실이다. 국제관계에서 약속을 지키지 않는 건 예외적인 일이 아니다. 지난 20년 동안 혹은 25년 동안 국제법을 무시한 사례는 무수히 많다. 지금 북한의 주장은 무엇인가. ‘우리가 핵을 포기하면 외국이 공격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의 재래식 병력은 힘이 없다’ 아닌가. 또 국민들이 반체제 봉기를 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걸 막을 수 있는 건 핵무력 밖에 없다는 게 그들의 생각이다.”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가 25일 국민대 북악관 연구실에서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윤희훈 기자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가 25일 국민대 북악관 연구실에서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윤희훈 기자
-그렇다면 북핵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하나?

“북한이 비핵화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핵외교를 중단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핵외교의 목적은 착한 비핵화가 아니라 핵문제 관리로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핵문제 관리라면?

“동결이나 군축을 말한다. 북한은 체제유지를 위해서 많은 핵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예를 들면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대륙간 탄도미사일은 필요하겠지만, 이렇게 많은 양의 핵무기를 가질 이유는 없다. 이런 (군축)이야기를 하면 비판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비핵화는 착한 것이지만 불가능한 일이다. 비유하자면 ‘나는 죽고 싶지 않다’고 모두가 희망하지만 이건 불가능한 일이다. 건강 관리를 잘해서 90~100세까지 살 순 있겠지만 영원히 살 순 없는 것과 같다. 비핵화는 아주 먼 미래의 일이다. 혹은 북한 체제가 무너진다면 비핵화를 할 수도 있다. 다만 북한의 체제 붕괴가 바람직한 일인지는 달리 생각해볼 일이다.”

-북한 비핵화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는데, 그럼 어떤 형태로 핵문제를 관리할 수 있나?

“북한이 경제 발전을 이룬다면 핵개발을 지금만큼 중요하게 여기지 않을 것이다. 그런 상황이 되면 북한으로선 유엔 제재가 더 큰 문제로 부각될 것이다. 나는 북한과의 교류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난 햇볕정책을 지지한다. 북한과 외부의 교류가 많아지면 북한 사람들이 외부의 삶을 배우고, 또 체제에 대해 의문을 갖게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당국에 개혁과 변화를 요구할 가능성이 커진다. 경제성장을 통해 삶의 질이 높아지면 체제 안정성도 좋아진다. 북한 엘리트 그룹에서 봤을 때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사람들은 체제에 덜 위험한 그룹이다.”

-북한에서 레짐 체인지가 일어난다면 어떤가.

“북한에 레짐 체인지가 벌어지면 더이상 분단 국가로 존재하기 어려울 것이다. 중국이 간섭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북한에선 남한 사람들의 삶을 보고 남한과 흡수통일을 하면 남한과 비슷한 수준의 생활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1990년 동독 사람들 처럼 하루 빨리 통일하자는 요구가 나올 것이다. 결국은 흡수통일로 간다. 물론 흡수 통일을 막을 수 있는 세력이 있다. 바로 중국이다. 2030년 한반도의 미래를 예측하자면 3가지 시나리오가 있다. 첫번째는 김정은, 혹은 다른 김씨일가 인물이 통치하는 개발독재다. 최근 김정은의 건강에 이상 징후가 많이 포착된다. 과연 20년 후까지 생존해있을지 의문이다. 그냥 ‘김씨일가 개발 독재’라고 하자. 두번째 시나리오는 친중 정권의 개발 독재. 세번째 시나리오는 흡수 통일이다. 이 세가지 시나리오 중 좋은 건 하나도 없다. 그래도 한국입장에서 봤을 때 개발독재는 덜 나쁜 시나리오다. 물론 김정은식 개발 독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노동력과 인권 침해 등 암울한 상황이 펼쳐질 수 있겠지만 어느 정도의 경제적 성과는 달성할 수 있는 덜한 악이라고 생각한다.”

-후속 미북정상회담이 예정돼있다. 이 후속회담에서 덜 나쁜 결과를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수가 마땅치 않다. 북한에게 있어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중국의 태도 변화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금 중국 순례를 하고 있다. 베이징을 갔다가 다롄을 갔다가, 또 베이징을 갔다. 그런데 현재 미국과 중국은 무역 전쟁에 돌입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핵 문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을 위해 중국이 도와줄 이유가 있을까? 중국입장에서 북핵 문제는 장애물이긴 하지만 핵심 문제는 아니다. 중국은 북핵 문제를 트럼프의 어려움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이 작년처럼 최대 압박 정책을 편다고 해도 중국은 이 정책을 무효화시킬 능력이 있다. 미국이 최대 압박 정책을 재개할 기반이 없다.”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8년 5월 8일 중국 랴오닝성 다롄에서 3월에 이어 2차 북·중 정상회담을 하며 산책하고 있다./연합뉴스·노동신문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8년 5월 8일 중국 랴오닝성 다롄에서 3월에 이어 2차 북·중 정상회담을 하며 산책하고 있다./연합뉴스·노동신문
-앞으로 중국은 북한을 어떻게 대할까?

“중국은 이제 작년이나 올해 초처럼 북한에 경제 압박을 하지 않을 것이다. 미·중 무역 전쟁이 발발하면서 중국이 미국에 협력할 이유가 사라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북 정책을 어떻게 펼칠까?

“미국으로서도 북한에 최대 압박을 다시 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100% 실패했더라도 70%의 실패조차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한반도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행동할 것이다.”

-트럼프 정부가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꺼냈다.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주한미군 철수는 머나먼 이야기다.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일은 아니다.”

-연합훈련 중단은 어떻게 보나.

“일단 나는 군사전문가가 아니다. 훈련 중단을 임시적으로 하는 거라면 큰일이 아니겠지만 장기화된다면 큰일이다. 가장 큰 우려는 한국과 미국의 군사 연합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내가 군사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 문제에 관해선 깊이 들어가기 어렵다.”

-미국이 차후에 코피 작전을 다시 꺼낼 수도 있을까?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순 없지만 높진 않다.”

-북한의 미군 유해 송환은 어떻게 보나?

“미군 유해 송환은 공화당 지지자들에게 상당히 매력적인 카드다. 그 자체가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진 않지만 상징적인 양보라고 생각한다.”

-향후 진행될 회담을 어떻게 전망하나?

“미국은 가능한 많은 양보를 북측으로부터 받으려고 할 것이다. 북한은 여전히 예측 불가능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공포를 갖고 있다. 하지만 많이 양보하진 않을 것이다. 그들은 가능한 한 적게, 늦게 양보를 하려고 할 것이다.”

미북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11일 오전 성 김 주 필리핀 미국 대사(왼쪽)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각각 실무회담장인 싱가포르 리츠칼튼 호텔로 들어서고 있다./연합뉴스
미북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11일 오전 성 김 주 필리핀 미국 대사(왼쪽)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각각 실무회담장인 싱가포르 리츠칼튼 호텔로 들어서고 있다./연합뉴스
-영변 냉각탑 폭파 쇼와 같이 진행될 것이란 부정적 관측도 많다.

“거의 같을 것이다. 북한은 트럼프 정부 이후 다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할 가능성이 있다. 지금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승리의 샴페인을 마시고 있을 것이다. 그들이 이번 회담의 승리자다.”

-김정은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상당히 외교를 잘한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잘한다. 반대로 미국이 못한 것도 있다. 김정은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외교적 실리를 취하고 있다. 김정은의 외교는 그의 할아버지를 닮았다. 김일성의 스타일이다. 김일성도 소련과 중국의 대립을 교묘하게 이용했다. 이들 강대국이 서로 대립하도록 했고, 거기서 이익을 얻었다.”

-김정은이라는 인물을 어떻게 평가하나?

“그는 인민들과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은 아니다. 북한 주민들이 잘살면 좋다는 생각을 갖고 있고, 인민들에 대한 책임감도 갖고 있다. 그런 점에서 희망을 본다. 반면에 그는 독재자다. 자신의 가족과 동료를 위해 독재 체제를 유지해야만 한다. 그 때문에 내부 단속도 철저히 할 수 밖에 없다.”

-김정은이 이전 북한의 최고지도자와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보나?

“김정은은 자신의 권력을 오래 유지하기 위해선 경제 개발을 해야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김정은은 젊은 나이에 권력을 잡았다. 살아있는 동안이라면 앞으로 40~50년은 권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는 해외 유학생 출신으로 사고 방식이 다르다. 어린 시절부터 경험했기 때문에 시장경제 외에 대안이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경제 개발을 위해서 개혁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 것이다. 하지만 권력 유지를 위해서 개방은 하지 않을 것이다. 김정은의 경제 정책은 ‘개혁은 있지만 개방은 없다’로 요약할 수 있다.”

-대화 국면을 만든 문재인 정부의 노력에 대해 미국 측에선 상당히 호평한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다. 트럼프로선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느낌을 줘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은 아니지만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믿는듯한 행동을 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목표점은 한반도에서의 평화 공존, 그리고 남북간 경제 협력·발전이다. 여기에 있어서 가장 극복하기 어려운 장애물이 바로 대북 제재다. 중국 입장에서 보면 대북제재는 사실 큰일이 아니다. 중국은 대북 제재를 무시하고도 북한과 교류를 할 수 있다. 하지만 남한은 그렇게 할 수 없는 나라다.”

-중국으로선 현재의 대북제재가 유지되는게 유리할 수도 있겠다. 다른 나라 개입 없이 북한 내 이권을 취할 수 있지 않나?

“중국으로선 대북 제재의 틀을 유지하면서 자신들의 영향력을 더 키울 수 있다. 밀수를 눈 감아 준다거나, 대북 지원을 하면서 말이다. 반면 남한은 노골적으로 국제법을 위반할 수 없다. 또 청와대가 그런 계획을 진행할 수도 없다. 청와대가 그런 일을 진행하는 순간 국내 언론이나 야당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앞서 북한의 비핵화가 불가능하다고 했는데, 문재인 대통령은 비핵화를 곧 달성할 수 있을 것처럼 말한다. 이건 어떻게 평가하나?

“문 대통령이 비핵화가 불가능하다고 했다면 미국의 반응은 어땠을까. 이런 발언은 한반도의 전쟁 가능성을 높이는 발언이다. 이런 상황은 문 대통령 뿐만 아니라 모든 남한 사람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여길 것이다.”

-대중은 이번 싱가포르 회담 결과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미국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일반인들은 그렇다. 특히 미국 내 트럼프 지지자들은 이번 회담을 긍정적으로 본다. 트럼프 지지자 중에는 그를 하나님 수준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 지난 수십년간 미국이 걸어온 길에 불만이 많고, 트럼프가 구세주라고 생각한다. 이런 사람들은 한반도 정책을 잘 모른다. 그냥 트럼프가 하는 말이라면 본능적으로 믿는 경향이 있다. 정치란게 그런거다. 지금 한국도 보면 특정 정치인에 미친 팬들이 있지 않나. 그런 미친 팬들이 미국에도 생각보다 많다.”

-대한민국에선 북한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크게 갈린다. 보수·진보 진영이 확연하게 갈리는데, 어떻게 보나?

“상당히 유감이다. 다른 교수의 말을 인용하자면 남한에서 보수파는 북한 내부의 논리를 잘 알지만 그들의 주장하는 대북 정책은 효과적이지 않다. 현실성이 없다. 반면 진보파는 북한에 대해 소박한 생각을 갖고 있지만 그들이 주장하는 정책은 효과가 있다. 왜 그들은 북한을 순박하게 보는걸까. 진보진영의 이상주의로 인한 게 아닐까 추측한다. 혹은 북한과 교류·협력을 하기 위해 예쁘게 보이려는 것일수도 있다.”

-북한엘리트에게 교류·협력 제안은 어떤 효과가 있나?

“개혁 개방 없이는 나라의 경제의 발전을 논하거나 주민들의 생활 수준 향상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들에게 이것이 중요하지 않다. 북한 엘리트가 가장 원하는 것은 ‘권력 유지’다. 북한 엘리트들은 급변 사태 시 비상구가 없다. 만약 체제가 무너진다면 옛날 인권침해 전력 때문에 감옥에 가거나, 탄압받았던 사람들에 의해 암살될 수 있다. 운이 좋으면 외국에서 망명 생활을 하는 것이다. 북한엘리트에게 있어 권력유지는 생명유지와 같은 의미다. 물론 그들도 경제 발전을 위해서 나름의 최선을 다하고 있다. 다만 경제발전보다는 권력 유지가 우선순위다.”

란코프 교수가 지난 5월 방북해서 찍은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란코프 교수는 “북한에서 소형 버스를 택시처럼 이용하고 있었다”면서 “1970년대 서울이나 개발도상국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장면이다. 대중교통이 활성화하기 전까지 이용되는 운송수단”이라고 말했다./윤희훈 기자
란코프 교수가 지난 5월 방북해서 찍은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란코프 교수는 “북한에서 소형 버스를 택시처럼 이용하고 있었다”면서 “1970년대 서울이나 개발도상국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장면이다. 대중교통이 활성화하기 전까지 이용되는 운송수단”이라고 말했다./윤희훈 기자
-최근에도 북한을 다녀왔는데, 북한의 변화를 실제로 느낄 수 있었나?

“정말 많이 달라지고 있다. 김정은 정권이 개혁 정책을 펼치고 있다. 대표적인 게 포전담당제(※북한 협동농장의 말단 조직인 '분조'를 기존 10~15명에서 가족 규모인 3~5명으로 축소해 포전을 경작하게 한 것으로, 개인영농제로 이행하는 전단계다. 1970년대말 중국이 본격적인 개혁 개방에 앞서 농민에게 농지점유권을 허용하며 가족 중심의 농사를 짓게 한 농가생산책임제와 유사하다.)다. 이로 인해 식량 상황이 많이 좋아졌다. 공업분야에선 사회주의식 기업책임관리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는 중국처럼 시장경제로의 전환을 정당화하는 정책이다. 경제사정이 많이 좋아졌다.”

-실질적으로 얼마나 좋아졌다고 보나?

“그건 정확히 알 수 없다. 북한은 1960년대부터 경제 지표를 발표하지 않는 나라이고, 수집도 하지 않는 나라다. 정답을 아는 사람은 없다. 김정은도 잘 모를 것이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북한 경제 성장률 추정 결과에 따르면 2016년 북한의 경제 성장률은 3.9%로 나타났다. 대사관 직원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러시아든 영국이든 중국이든, 입을 모아서 1년에 6~7% 성장하고 있다고 말한다. 아주 좋은 성과다. 생활하는 모습에서도 나타난다. 중국에서 많이 타는 전동식 오토바이가 도로의 20%를 채울만큼 많아졌다. 미니버스가 택시처럼 영업을 하는 모습도 목격할 수 있었다. 내국인이 이용하는 백화점도 중국 소도시의 백화점 수준으로 상품이 구비됐다. 물론 시골은 큰 차이가 있다. 그래도 시골에도 굶는 사람이 별로 없다. 옛날만큼 식량 문제가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외국 기업의 대북 투자 가능성은 어떻게 보나?

“북한이 극복하기 어려운 장애물이 외국 투자다. 대북 제재도 문제지만, 북한이 과거 외국 기업 투자를 몰수한 적이 있다는 것도 장애물이다. 북한에 투자하려는 외국 기업은 현재 거의 없다. 북한은 북한에 투자한 외국 법인이 수익을 내자 이 돈을 어떻게 뺏을 수 있을지를 먼저 고민한다. 북한에서 통신사업을 펼쳤던 오라스콤이 대표적인 예다. 사실 잘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다. 북한은 외국 기업의 사업을 보장함으로써 더 많은 외국 기업이 올 수 있도록 해야 했는데, 돈 냄새를 맡자 판단력을 잃었다. 북한이 어떤 모범적인 사업 모델을 만든다면 모르겠지만 아직 여기에 관심이 없는 듯 하다. 김정은 정권이 북한 내 24개 특구를 설치했지만 관심을 보이는 기업이 아직까지 없다.”

-이런 상황에 트럼프 대통령은 ‘원산에 콘도 건설’ 등 장밋빛 전망을 제시한다.

“누구를 위한 콘도인지 모르겠다. 현실성이 떨어진다. 평양 엘리트들을 위한 콘도를 짓겠다는 건가. 그걸 지으면 누가 그 곳을 찾을지 모르겠다.”

러시아를 국빈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현지 시간) 모스크바 크레믈린대궁전 녹실에서 열린 소규모 회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러시아를 국빈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현지 시간) 모스크바 크레믈린대궁전 녹실에서 열린 소규모 회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최근 러시아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러 3자 협력에 대한 구상을 밝혔다. 러시아는 북한을 어떻게 바라보나.

“러시아는 북한에 대해서 매우 비판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완충지대’라는 지정학적 이유 때문에 북한을 지원하기도 했으나, 비판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이중적인 태도도 있다. 러시아와 미국의 대립 때문이었다. ‘적의 적은 아군’이라는 말처럼 미국을 반대하는 세력이면 자동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이로 인해 러시아내에 친북세력이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주류의 의견은 변함없이 비판적이다. 경제 교류도 거의 없다.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북한의 자원 중 러시아에 필요한 게 없다. 북한의 석탄이 러시아에 필요할까? 북한의 수산물이 필요할까?”

-남북러 3대 프로젝트는 어떻게 전망하나?

“3대 프로젝트라 하면 철도연결, 전력송전, 가스관을 말하는데, 이 사업에 대한 희망은 크지만 가능성은 낮다. 철도 연결이 언제부터 이야기가 나왔나? 20년 전이다. 그동안 구체적인 작업이 시작됐나? 러시아 철도공사에서 봤을 때 북한 철도 연결은 투명하지 않다. 또 리스크가 큰 지역에 막대한 투자를 해야 한다. 러시아측에선 기술적으로 참가할 의향은 있겠지만 자금은 단 1푼도 내지 않을 것이다. 이 사업을 하려면 100억달러 정도의 자금이 필요하다. 러시아에서 이런 큰 돈을 위험한 지역에 투자하지 않는다. 변수가 너무 많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보수 정권이 들어서면 이 프로젝트는 바로 중단될 것이다. 또 북한이 만약 핵실험과 미사일 개발을 재개해도 이 프로젝트는 멈출 수 밖에 없다. 누가 손실을 보게 되나. 바로 러시아 철도공사다. 수조원을 투자했는데 북한으로부터 이 자금을 돌려받을 수 있나? 돌려받을 수 없기 때문에 러시아는 투자를 하지 않을 것이다. 이건 매우 합리적인 추론이다.”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 : 러시아 출생의 북한전문가다. 레닌그라드 대학교 동양학 전공으로, 북한 김일성종합대학에서 유학을 했다. 붕괴 이전의 소련과 붕괴 이후의 러시아를 경험해 공산주의와 사회주의 체제에 대한 이해가 높다. 2013년에 백악관에 초대되어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과 대북 정책을 논의한 민간 전문가 다섯명 중 한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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