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서양에서는 왼쪽 뺨을 맞으면 다른 쪽 뺨도 내놓는다고 하지만, 우리 문화에서는 주먹이 날아간다”며 대미 무역 보복을 선언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시 주석은 지난 21일 ‘글로벌 최고경영자(CEO) 협의회’에 참석해 이 같이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외교부 관련 기관이 주최하는 이 행사에는 올해 골드만삭스와 폴크스바겐 등 미국과 유럽 유수 기업의 CEO들이 대거 참석했다.
시 주석은 이날 “한쪽 문이 닫히면 다른 문을 열 것”이라며 중국과 무역 갈등이 없는 국가에는 ‘우대’ 정책을 펼칠 의향도 내비쳤다. 이와 관련, WSJ은 “시 주석이 무역 충돌을 고조시키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에 ‘전투적인’ 접근을 하며 양국 간 치열한 싸움을 예고했다”며 “시 주석이 직접 CEO들을 면담한 건 미국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전달하려는 목적”이라고 해석했다. 과거에는 주로 리커창 총리가 협의회에 참석해 이들 기업인을 만나왔다.
시 주석은 그동안 미국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부과 포기를 전제조건으로 약 700억달러의 미국산 제품을 구매하는 방안을 제시하는 등 미국에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해왔다. 류허 부총리가 이끄는 중국 협상단은 미국과의 협상에서 미국산 농산물 수입 확대를 위한 규제 완화와 미국산 천연가스·석탄 수입 확대 등을 제안했고,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기반을 겨냥해 ‘팜벨트스테이트’ 농산물 추가 구매안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대응이 이어지면서 시 주석의 마음이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WSJ은 지난 24일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운 대중 무역제한 조치를 이르면 이번 주에 발표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조치가 발동되면 중국 자본출자 비중이 25% 이상인 기업은 ‘산업적으로 매우 중요한 기술’을 가진 것으로 분류되는 미국 정보기술(IT) 기업에 대해 인수와 투자가 제한된다. 미 국가안보회의(NSC)와 상무부도 미국 기업들이 중국으로 기술을 수출하는 것을 억제할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중국의 한 고위 관료는 “시 주석은 미국과의 협상에 단호히 접근하기로 했다”며 “중국은 더이상 외부의 압력에 굴복해 쓴 과일을 먹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WSJ에 따르면, 중국은 관세 부과 외에도 보복할 수단이 많다. 미국 기업의 인수합병(M&A)을 지연시키는 방법과 미국 기업에 대한 허가를 늦추는 방법, 현장 안전을 실시하는 방법 등이 대표적인 예다.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은 당의 주도로 소비자 불매운동을 벌일 수도 있다.
중국의 보복 조치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을 미국 기업으로는 애플과 제너럴 모터스(GM)가 꼽힌다. 중국은 아이폰 최대 시장인 데다가, GM도 미국에서 팔리는 자동차보다 중국에서 팔리는 자동차가 더 많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