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칼럼 The Column] '반공'과 '종북'을 넘어서는 새로운 '북한 知能' 필요하다

조선일보
  • 박성희 이화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입력 2018.06.26 03:17

    트럼프와 한국 정치인들의 對北 시각 고정되거나 편협해
    '北에 대한 無知' 깨닫고 글로벌 안목·보편적 가치에 바탕한 자유롭고 비판적인 '북한 바로 보기' 노력해야

    박성희 이화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박성희 이화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작년만 해도 "(비핵화를 바라는 건) 바닷물이 마르기를 기다리는 것과 같다"고 스스로 천명했던 북한이 '전면적 비핵화의 즉시 시행'에 나섰다고 한다. 미·북 정상회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말에 따르면 그렇다. 미국 언론은 성명서에 그런 말이 없었다고 지적했지만 문정인 특보는 '완전한 비핵화'가 곧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 폐기)'라고 미국의 외교전문지 기고를 통해 해석해 주었다.

    '비핵화'를 둘러싼 해석이 분분한 걸 보면 비핵화에도 스테이크처럼 익힌 정도에 따른 등급이 있는 모양이다. 스테이크를 어떻게 먹든 단백질 섭취에는 차이가 없는 것처럼, 핵은 어떤 상태이든 다 위험하다. 핵은 '있고, 없고'가 중요한 것이다. 미국의 CNN도 전문가와의 대담에서 "트럼프가 북한을 얼마나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묻는다. 비핵화가 마침내 성사될지, (아직은) 아무도 모른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을 한때 '병든 강아지(sick puppy)'라고 조롱했다가 정상회담 이후 '훌륭한 지도자(very talented man)'로 치켜세우며 독재자를 부러워하는 발언을 해 논란을 샀다. 한·미 연합훈련을 줄여 절약한 돈을 자랑스러워하고, 일본과 중국 사이에 놓인 북한을 '최고의 입지'로 여기는 모습이 흡사 좋은 투자처를 찾은 부동산 업자 같다. 세계 최고의 정보력을 갖추고도 보편적 가치인 인권을 협상 테이블에 올리지도 않았다. 미국의 '북한 지능(NQ)'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특별한 게 아니다. 대체로 자기 욕심에 따라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사람들은 사태를 파악하는 능력이 크게 떨어진다. 북한에 대해 고정되거나 편협한 시각을 갖고 있는 우리나라 정치인들도 예외가 아니다. 김정은을 '신세대 지도자'라고 표현하는 여당 정치인이나, 미·북 정상회담을 '위장 평화쇼'로 폄훼한 야당 정치인 모두 북한 지능이 현저하게 낮은 사람들이다.

    북한에 무관심한 사람, 북한을 추종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무지에 욕심이 더해지면 사고에 노출되기 쉽다. 최근 동남아에서 북한 돈을 본 적 없는 한국 사람을 상대로 북한 발전 시 환(換)차익이 발생한다고 속여 통용되지 않는 북한의 구권(舊券) 화폐를 파는 사건이 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애초에 욕심이 없거나 북한을 잘 알았다면 걸려들지 않았을 사기이다.

    우리 사회는 북한을 많이 안다고 착각하는 사람과, 대체로 무관심한 사람들이 섞여 살고 있다. 50년 넘게 떨어져 산 데다 실제 북한에 가본 사람이 없으니 무지와 무관심은 당연하다. 우리 사회의 북한 지능은 과연 얼마나 될까?

    얼마 전 한 탈북 학자의 특강을 들으며 나는 '알고 보니 북한을 너무 모른다'는 걸 깨달았다. 해방 후 모든 재산이 국유화된 북한과 최저임금 논의가 활발한 남한의 경제가 어떤 모양으로 협력 가능한지, 봉건주의적 여성관이 지배하는 북한과 미투 운동이 벌어지는 남한의 남녀가 어떤 대화를 할 수 있을지, 현저하게 다른 저널리즘 언어를 구사하는 언론이 어떻게 공적 영역의 담론을 형성하고 토론을 이끌어 나갈 수 있을지, 아득하게만 느껴졌다.

    북한이 바싹 다가오자, 북한이 바싹 낯설게 느껴진 것이다. 평양냉면이 군사 분계선을 넘고, 미·일·중·러가 요동치는 혼란스러운 최근의 국제정세가 우리에게 준 선물이 있다면, 북한에 대한 '무지(無知)의 지(知)'를 깨닫게 해 준 것이 아닐까.

    지능이란 사태를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긴박할수록, 북한의 요구와 우리의 상식이 맞부딪칠수록, 우리에게 필요한 건 '반공'과 '종북'을 넘어서는 새로운 '북한 지능'이다. 북방정책의 시발점이 된 노태우 전 대통령의 '77선언' 이후 북한을 새로 보자는 다양한 시도가 있었다. 이제 다시 그걸 뛰어넘는 새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내재적 접근'이 아니라 국제정세 역학 속에서 이해하는 글로벌 안목, 그리고 인류 보편적 가치(價値)에 바탕을 둔 우리만의 시각이 필요하다. 새 패러다임은 글로벌 사회의 일원인 자유 대한민국의 위상에 걸맞은 것이어야 한다. 그래서 이참에 두뇌운동 하듯 북한 바로보기 훈련을 해볼까 한다. 우선 내 분야인 언론학에서부터 북한의 언론을 관심 있게 들여다보려 한다. '반공'의 시각도, '내재적 접근'도 아닌, 나만의 자유롭고 비판적인 시각으로. 이렇게 뇌 근육을 훈련시켜야 나의 '북한 지능'이 높아질 것이고, '북한 치매'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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