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르기 방지 침구는 믿을 수 있을까?… '유사과학 마케팅' 조심 또 조심

조선일보
  • 조가희 기자
    입력 2018.06.26 03:01

    극세사 원단 사용해 침구 내부로 집먼지진드기 침투 어렵지만 알레르기 예방은 별개의 문제
    방지하려면 매일 이불 털거나 2주에 한 번 세탁하는 것이 좋아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사망자 266명을 포함해 총 1848명의 피해자(2016년 5월 기준)를 낳았다. 영·유아와 임산부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준 이 사건은 국내에 화학물질 공포증인 '케미포비아(Chemiphobia)' 현상을 일으켰다. 지난 5월에는 '라돈 침대' 사태가 일어났다. 국내 한 침대 업체가 '음이온이 건강 또는 숙면에 도움된다'고 홍보하며 침대를 판매했는데, 알고 보니 매트리스에서는 연간 피폭선량 기준치의 9배를 초과하는 방사능 물질이 검출된 것이다. 이번 사건의 피해자는 10만명 이상 될 것으로 추정된다.

    검증할 수 없거나 과장된 주장을 포함한 '유사과학'을 내세워 마케팅하는 기업이 늘면서 피해를 보는 소비자가 증가하고 있다. 면역력 증진에 도움된다는 음이온, 가습기를 청결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살균제, 원적외선 발생으로 통증이나 관절염 등에 효과가 있다는 게르마늄, 알레르기를 예방한다는 침구 등이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과학적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이론적 근거가 있어야 하고 정확한 실험·관찰·재현이 가능해야 한다"며 "검증하기 어려운 유사과학이 스타 등을 내세운 마케팅으로 본질을 숨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여름에는 매일 이불을 털고 격주로 세탁하면 집먼지진드기로 인한 알레르기 예방에 도움될 수 있다.
    여름에는 매일 이불을 털고 격주로 세탁하면 집먼지진드기로 인한 알레르기 예방에 도움될 수 있다. /픽사베이
    유명 침구 브랜드들이 내세운 '알레르기 방지 침구'라는 내용도 문제될 수 있다. 이 문구를 본 소비자들은 침구 사용만으로 알레르기를 예방할 수 있다고 믿고 제품을 구매한다. 그러나 알레르기 방지 침구로 팔리는 제품들에서 직접적인 알레르기 방지 기능을 확인하기가 어렵다. 2013년 한국의상디자인학회지에 소개된 '알러지 인식과 알러지 방지 침구 구매행동' 논문에 따르면 구매자들은 건강에 대한 관심과 알레르기 예방 차원에서 알레르기 방지 침구를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구매 동기 분석 결과에서는 과학적인 근거보다 판매원 추천, 광고 전단, 매장 진열 상품, 유명 브랜드 인지도 등에 현혹돼 제품을 사는 것으로 조사됐다.

    흔히 알레르기 방지 침구는 얇은 실로 직조하는 극세사 원단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는 실로 짠 원단은 굵은 실로 짠 면보다 틈새가 작아 진드기가 원단 내부로 침투하기 어렵기는 하다. 하지만 집먼지진드기가 원단 조직 내부에 침투하기 어렵다고 해서 알레르기를 예방할 수 있느냐는 별개 문제라는 것이 전문가들 의견이다. 김경원 연세대 의대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침구류에는 살아 있는 집먼지진드기 1만 마리, 사체 200만 개가 있다"며 "이불 원단 내부에 침투하는 집먼지진드기는 원단 밖에 쌓인 진드기 사체나 배설물에 비하면 극히 일부"라고 지적했다. 영국 에든버러대 연구진은 알레르기 환자 501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집먼지진드기가 침투하지 못하는 침구만 사용하는 것은 알레르기 방지에 별다른 효과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침구 때문에 발생하는 알레르기를 방지하려면 주기적으로 침구를 세탁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매일 이불을 털어 집먼지진드기 사체를 줄이거나 2주에 한 번 세탁하는 것이 좋다. 햇볕이 잘 드는 날 정오에서 오후 4시 사이 일광 소독하는 것도 방법이다.

    침구 소재도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국내 침구업계 관계자는 "더운 날씨에 깨끗한 환경에서 편안하게 자려면 침구를 잘 골라야 한다"며 "피부 민감도를 고려하면 면(綿)으로 만든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