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채의 마법사… 그의 또 다른 이야기… 샤갈展 개막 보름만에 3만명 돌파

조선일보
  • 변희원 기자
    입력 2018.06.25 03:00

    '샤갈, 러브 앤 라이프'展… 회화·판화·삽화 등 150점 전시

    30대 후반 남성이 너덧 살짜리 남자아이를 안고서 판화 한 점 앞에 오도카니 서 있다. 아이가 "이제 그만 다른 걸 보자"고 보채자 그는 달래듯 말했다. "잠깐만, 아빠는 이게 너무 좋아." 김찬유(39)씨가 보고 있던 그림은 마르크 샤갈(1887~1985)의 자서전 '나의 인생'에 수록된 삽화 '아버지(no.1)'이다. 금요일마다 일터에서 묻혀 온 때를 씻으며 "내 손에 8명의 자식과 가족 전체가 달려 있어!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말이야!"라고 말하는 화가 아버지의 모습을 그렸다. "이 그림을 보면서 아버지와 저, 그리고 아들이 한 번에 생각났어요. 샤갈이 연인이나 염소처럼 사랑스러운 그림만 그린 작가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예고 없이 가슴을 훅 치고 들어오네요."

    24일‘샤갈, 러브 앤 라이프’전이 열리고 있는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을 찾은 관람객들이‘연인들’(1937) 앞에서 작품 설명을 듣고 있다.
    24일‘샤갈, 러브 앤 라이프’전이 열리고 있는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을 찾은 관람객들이‘연인들’(1937) 앞에서 작품 설명을 듣고 있다. /이태경 기자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는 샤갈'이란 말은 틀리지 않았다. 지난 5일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개막한 '샤갈, 러브 앤 라이프'전(展)은 하루 평균 1800여 관람객이 찾을 만큼 반응이 뜨겁다. 24일까지 3만6415명이 다녀갔고, 토요일인 23일 하루에만 3214명이 다녀갔다. 이번 전시에 나온 작품은 아시아에 처음 선보이는 이스라엘 국립미술관 소장품이다. 러시아 출신 유대인 샤갈과 그의 딸, 세계 각지 후원자들이 기증한 샤갈 작품 중 엄선한 회화, 판화, 삽화, 태피스트리, 스테인드글라스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 150여 점이 나왔다. 샤갈 작품의 대표 소재가 된 '연인들' 연작도 볼 수 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여러 차례 열린 샤갈 전시와 다른 점은 작품을 통해 샤갈의 일생을 집중 조명했다는 것이다. 샤갈이 그린 친구, 가족의 초상화와 자화상으로 시작한 전시는 아내 벨라의 책에 들어간 삽화로 마무리된다. 니콜라이 고골의 소설 '죽은 영혼들'과 '라퐁텐의 우화'의 삽화를 위해 작업한 에칭, 판화 작품도 선보인다. 삽화 작품 대부분에 우리말로 번역한 글이 함께 실려 있어 원작을 보는 느낌을 살렸다. 24일 전시장을 찾은 김재민(24)씨는 "샤갈을 '색채의 화가'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다양한 작업을 한 줄은 이번에 처음 알았다. 샤갈의 다른 면을 볼 수 있어서 더 좋아졌다"고 했다.

    사람들이 가장 오래 머문 전시실은 예루살렘 하다사 병원의 유대교 회당에 샤갈이 작업한 스테인드글라스 작품 '성서'다. 창문 12개에 야곱의 후손으로 구성된 열두 지파(支派)를 묘사했다. 말, 물고기, 나귀 등 동물들로 지파의 특징을 드러냈다. 한세연(44)씨는 초등학교 2학년 아들과 작품 속 동물들을 찾느라 정신이 없었다. "아이가 투덜대지 않고 따라다닌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에요. 알록달록한 그림도 있고, 동물도 있어서 좋은가 봐요. 아무래도 샤갈은 아이처럼 순수한 작가였을 것 같아요."


    '샤갈, 러브 앤 라이프' 展 9월 26일까지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3층

    ▲관람 시간: 오전 11시~오후 8시

    ▲입장료: 성인 1만5000원, 중·고교생 1만1000원, 어린이 9000원

    ▲문의: (02)332-8011, www.chaga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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