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영민 주중(駐中) 대사가 김정은이 중국을 방문한 19~20일을 포함해 국내에서 휴가를 보내는 사실이 알려졌다. 지난 16일 귀국해 24일 출국한다고 한다. 그는 "아들 결혼 상견례(17일), 선친 기일 추모 예배(19일), 정기 건강검진(21일) 때문에 오래전에 계획한 휴가를 외교부 승인을 받고 온 것"이라고 했다. 외교 업무를 수행하는 주요 공직자가 제 직무와 직접 관련된 국가 안보 중대 현안보다 개인사를 우선한 것이다.

김정은·시진핑 회담은 올 들어서만 세 번째다. 그것도 미·북 정상회담 직후의 만남이었다. 이 둘의 회동은 북핵 문제의 방향을 바꿀 만큼 중대한 사안이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미·북 정상회담을 한때 취소하려 했던 데에도 김·시진핑 만남이 영향을 미쳤다. 만약 두 사람이 대북 제재 완화를 논의했다면 우리에겐 악몽의 시작일 수도 있다. 그래서 국제사회 모두가 김정은의 세 번째 방중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현장 한가운데에서 우리 국익을 수호해야 할 주중 대사가 한국에서 휴가 중이었다.

김정은은 이번에 시진핑 주석과 만난 뒤 "중국 동지들과 한 참모부에서 긴밀히 협력하고 협동할 것"이라며 "새로운 정세하에서 전략 전술적 협동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시 주석은 "두 나라 관계의 불패성을 전 세계에 과시했다"고 말했다. 북한과 중국은 "(김정은·트럼프) 북·미 수뇌 상봉 결과와 그에 대한 평가와 견해·입장이 상호 통보되고, 조선반도 비핵화 해결 전망을 비롯한 문제들에 관해 의견 교환이 진행됐다"고도 했다. 김정은과 시 주석이 협의한 결과가 무엇이냐에 따라 북핵 사태와 우리 대응이 근본적으로 바뀔 수도 있다. 노 대사는 둘 사이에 무슨 말이 오갔는지 아는가.

노 대사는 북·중 정상회담이 열린 19일에는 자신의 과거 지역구(충북 청주)에서 지방선거 당선·낙선자 모임에도 참석했다. "정치적 목적이 아니었다"고 하지만 총선을 대비해 지역구 관리를 하러 온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올 수밖에 없다. "김정은 방중을 한국 도착 이후에 알았다"는 노 대사 변명도 문제다. 청와대는 김의 방중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고 했다. 어느 한쪽은 국민에게 거짓말하고 있는 것이다. 설사 몰랐다고 해도 노 대사는 그 즉시 복귀해야 했다. 서울~베이징은 2시간이면 된다. 노 대사는 문재인 대통령 최측근 중 한 명이라고 한다. 그래서 외교 경험이 없고 현지어도 못하지만 막중한 자리에 발탁됐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보다 더한 책임감으로 일해야 한다. 그런데 그 반대로 한다.

문 대통령은 며칠 전 청와대 회의에서 "공직에서 지금 이 시대에 중요한 것은 태도"라며 "공직자에게 태도는 형식이 아니라 본질"이라고 했다. 노 대사는 국회의원 시절 의원실에 카드 단말기를 갖다 놓고 자기 책을 팔았다가 문제가 됐다. 그 태도 그대로 지금도 대사직을 수행하는가. 외무공무원법은 정당한 사유 없이 중요 외교 업무 수행을 태만히 한 자는 소환하도록, 직무를 게을리한 경우에는 징계하도록 하고 있다. 이 정권에서 법과 규정은 모두 전(前) 정권 사람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이고 자신들은 예외라고 보는 것 같다. 이렇게 '내로남불'을 해도 지지율이 높고 선거에도 이기니 눈치 볼 게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