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리포트] "北 빨리 움직이지 않으면 트럼프 마음 변할 수도"

조선일보
  • 강인선 워싱턴지국장
    입력 2018.06.22 03:15

    공동 성명에 CVID 넣지 못한 美 "회담 지연 없다"며 부담감 표출
    北은 생색나는 이벤트부터 할 것… 非核化 위한 접점 찾을지 의문

    강인선 워싱턴지국장
    강인선 워싱턴지국장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6·12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의심하지 말라'는 뜻을 강조했다고 한다. 정상회담 전에도 북한은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뿐 아니라 자발적인 비핵화 의지를 미국 측에 전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요구하기 전에 북한이 스스로 먼저 움직일 수도 있다고 했다는 것이다.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가 그런 사례였다. 정상회담에서 김정은이 깜짝 선물처럼 내놓은 미사일 엔진 시험장 폐기 약속도 비슷한 시도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믿는다"고 했다. 하지만 워싱턴에서 연일 쏟아지는 미·북 정상회담에 대한 평가는 냉정하다. 긍정적 평가도 있고 부정적인 시선도 있지만 흥분하지 말고 지켜보자고 한다. 우선 정상회담을 통해 김정은을 국제 무대로 끌어내 긴장 고조를 막은 효과는 인정한다. 하지만 공동성명 그 자체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껏 높여놓은 기대치에 훨씬 못 미친다고 본다. 문제는 이 과정이 미국이 주장해온, 그러나 공동성명에는 넣지 못한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로 이어질 것인가이다. 따라서 최종 평가는 유보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야 '세기적인 딜(deal)'을 당장 몰라주는 미국 언론과 전문가들이 야속할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시선은 판문점 선언 수준의 포괄적인 비핵화 원칙에 합의하고 한·미 군사훈련 일시 중단이란 선물을 받아간 북한이 비핵화를 위해 언제 무엇을 할 것인가에 집중돼 있다.

    북한이 지금 만지작거리는 카드는 미군 유해 송환과 미사일 엔진시험장 폐기 정도이다. 비핵화의 본론과는 무관한 부분들이다. 그나마도 미국이 엔진시험장 폐기 현장에 가서 확인할 수 있을지 여부도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게다가 후속 회담 역시 일정이 잡히지 않았다.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반응이 시원치 않자 워싱턴의 인내심이 서서히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 배경엔 그렇게 오래 협상을 하고도 공동성명에 끝내 CVID를 포함시키지 못한 부담이 있다. 정상회담 전 실무협상에서 북한을 설득해 밀어붙이지 못한 결과가 계속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결국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나섰다. 그는 "길게 늘어지고 지연되는 회담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빨리 움직이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북한은 본격적인 비핵화 조치보다는 쉽고 생색 나는 '이벤트'부터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런 식으로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와는 관련 없는 이벤트를 계속할 것으로 본다. 트럼프가 북한에 속았다고 생각해 돌발 대응을 하지 않도록 정상회담 분위기를 이어가 보려는 것이다.

    워싱턴의 한 북한 전문가는 "트럼프는 자신의 명예와 자존심이 손상됐다고 생각하면 급격하게 방향을 틀 수도 있다"고 했다. "지난번 정상회담 취소 때처럼 예측 불허의 반응이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본격적인 비핵화를 시작하려면 시한을 정해 핵탄두와 시설을 신고하고 사찰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북한은 미국이 요구한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는 신뢰가 쌓여야만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의미 있는 행동에 나서야 북한을 신뢰할 수 있다고 본다. 미·북은 접점을 찾을 수 있을까. 바로 그 지점이 우리가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을 확인하는 순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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