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 1차 수사권·수사종결권…검찰 수사지휘권 폐지

입력 2018.06.21 10:11 | 수정 2018.06.21 11:46

경찰에 모든 사건에 대한 1차 수사권과 수사종결권이 주어지고, 검찰의 수사 지휘권은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정부의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안이 21일 발표됐다. 검찰의 직접 수사는 부패·선거범죄 등 반드시 필요한 분야로 제한된다. 정부는 또한 비대해지는 경찰 권력을 견제하기 위해 자치경찰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오전 10시 정부서울청사 별관 국제회의장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 서명식을 가졌다. 이낙연 총리는 서명식 직전 발표한 대국민 담화문에서 “경찰이 1차 수사에서 더 많은 자율권을 갖고, 검찰은 사법통제 역할을 더욱 충실히 한다는 원칙을 세웠다”며 “검찰과 경찰의 관계를 대등협력적 관계로 개선한다”고 밝혔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21일 오전 10시 정부서울청사별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검경수사권 조정 합의문 서명식’에서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뉴시스
이 총리는 "검경이 지휘와 감독의 수직적 관계를 벗어나야 한다"며 “수사와 공소제기, 공소유지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 상호협력하는 관계로 설정했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의 수사권 조정 합의안에 따르면 경찰은 모든 사건의 1차적 수사권과 종결권을 부여받는다. 경찰이 사건을 송치하기 전에 검찰이 수사를 지휘하는 권한은 예외적인 경우를 빼고는 폐지된다. 검찰의 수사지휘권이 폐지되는 건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이후 64년 만이다.

검찰은 기소권과 특정 사건에 대한 직접 수사권을 갖는다. 경찰 수사에 대한 보완수사 요구권 등 통제권도 주어진다. 같은 사건을 검찰과 경찰이 중복해 수사하게 된 경우에는 검찰에 우선권이 있다.

영장청구권은 기존처럼 검찰이 쥐게 됐다. 경찰은 검찰이 ‘정당하게 영장을 청구하지 않는 경우’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다만 검사·검찰청 직원 등에 대해 경찰이 영장을 신청한 경우 검찰은 지체없이 법원에 영장을 청구해야 한다.

비대해지는 경찰에 대한 견제 방안도 수사권 조정안 합의안에 포함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2021년까지 자치경찰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내년 안에 서울·세종·제주 등에서 자치경찰제를 시범적으로 실시하기로 했다. 경찰은 고위간부를 배출하는 핵심 기관인 경찰대 개혁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김부겸(좌측부터) 행정안전부 장관, 이낙연 국무총리, 박상기 법무부 장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21일 오전 10시 정부서울청사별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검경수사권 조정 합의문 서명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있다./뉴시스
이 총리는 “수사권 조정 논의에서 정부의 시간은 가고 이제 국회의 시간이 왔다”며 “오랜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 국민의 안전과 인권을 위해 더 나은 수사권 조정 방안이 도출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분적 보완을 통해서라도 이 합의의 취지가 제도화돼 오랜 갈등을 끝내고 형사사법제도가 혁신될 수 있도록, 검찰과 경찰 두 기관이 대승적으로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박 장관과 김 장관도 각자 준비한 입장문을 발표했다. 당사자인 검찰과 경찰을 향한 메시지가 담겼다. 박 장관은 “합의된 내용에 대해 검찰 입장에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경찰의 1차 수사 종결권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고, 검찰의 의견을 수용해 자치경찰제를 함께 시행하기로 했다”고 했다.

김 장관은 "밤을 세워가며 국민의 안전을 위해 희생하는 경찰 입장에서도 100% 만족할 수는 없겠지만 지금이야말로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경찰로 거듭날 수 있는 정말 좋은 계기"라며 "향후 개헌에 대한 토론이 재개되면 검찰의 독점적 영장 청구권 또한 조정될 여지가 있다”고 했다.

합의를 주도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합의안 도출은) 수사권 조정 공약 실천에 대한 문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의 산물”이라며 “(박 장관과 김 장관은) 검찰과 경찰의 상위 부처 장관으로서 검·경의 입장을 관철하기 위해 치열하게 논쟁하면서도 대통령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양보와 타협, 조정의 모범을 보여줬다"고 했다.

이날 정부가 발표한 내용은 검·경 수사권 조정 방향에 대한 '정부안'으로 향후 입법절차 등을 남겨뒀다. 가령 모든 경찰 수사에 대한 '검사의 지휘' 근거를 담고있는 형사소송법 조문 등은 국회를 거쳐 개정이 돼야한다. 법무부는 "정부안 취지가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입법을 통해 제도화 될 수 있도록 세심한 준비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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