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한 전시장에 뜬 별… 세상에서 가장 작은 우주

입력 2018.06.21 03:01

아트 바젤 화제작 '헤일로'… 데이터 기술 활용한 설치 미술

천장과 바닥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깜깜한 전시장은 빛을 삼킨 블랙홀 같았다. 차가운 기운만 감도는 허공에 별이 하나둘씩 뜨기 시작했다. 별이 나타날 때마다 하프 현을 뜯는 듯한 소리가 났다. 별이 허공 한가운데에서 원을 그리자 바닥과 벽에 별빛이 번졌다. 30초도 안 돼 별은 사그라들었고, 다시 어둠과 정적이 감도는 지하실이 됐다. 영국의 2인조 아티스트 '세미컨덕터'(Semiconductor·반도체)가 선보인 '헤일로'(Halo·광륜 혹은 후광)는 데이터 기술로 세상에서 가장 작은 우주를 보여줬다.

스위스 바젤에서 지난 17일 막을 내린 '아트바젤'의 장외(場外)에선 데이터(Data)와 미술의 결합이 활발했다. 데이터 기술을 활용한 대형 작품이 화제가 됐고, 미술 시장에 들어온 블록체인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었다.

스위스 아트 바젤에서 화제가 된 대형 설치작품 ‘헤일로’. 2인조 아티스트 ‘세미컨덕터’와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가 협업해 만들었다. 원통형 구조물에 피아노 줄을 달아 입자의 충돌을 빛과 소리로 표현했다.
스위스 아트 바젤에서 화제가 된 대형 설치작품 ‘헤일로’. 2인조 아티스트 ‘세미컨덕터’와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가 협업해 만들었다. 원통형 구조물에 피아노 줄을 달아 입자의 충돌을 빛과 소리로 표현했다. /변희원 기자
자연과학과 과학기술을 접목한 작품을 선보여온 세미컨덕터는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와 협업해 헤일로를 만들었다. 세미컨덕터와 CERN의 과학자들이 나온 '아티스트와의 대화'에는 예상보다 두 배 많은 청중이 몰려 절반은 바닥에서 강연을 들었다. 전시장에도 물리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을 안내원으로 배치해 관람객들에게 작품 설명을 해줬다. 헤일로가 단지 감상하는 작품이 아니라 '공부해야 하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CERN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입자가속기인 LHC(Large Hadron Collider)가 있다. 2013년 '힉스 입자'의 존재를 밝혀낸 것으로 유명하다. LHC에서 충돌 실험을 통해 만든 입자는 순식간에 조각으로 흩어진다. 광속도로 쏟아지는 입자들을 기록하는 것이 'ATLAS'와 같은 검출기다. CERN의 과학자들은 검출기에서 나오는 신호를 데이터로 저장하고 분석한다.

작품 '헤일로'는 LHC와 ATLAS를 통해 축적한 데이터를 시각과 청각으로 구현한 작품이다. 한마디로 '입자의 충돌'을 표현했다. 높이 4m, 둘레 10m짜리 원통을 만들어 원통 둘레에 피아노줄을 매달았다. 충돌로 산산이 부서지는 입자를 점(點) 같은 빛으로 표현하면서 동시에 피아노줄 끝에 달린 망치가 줄을 건드려 소리도 함께 낸다. 충돌을 '느리게 보기' 하듯이 30초 정도로 늘렸다. 입자의 충돌이 빛으로 표현될 때 관람객들은 별이 몸 위로 쏟아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블록체인은 작품으로 표현되진 않았지만 관심은 뜨거웠다. 아트바젤과 포브스는 각각 '미술과 블록체인'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아트바젤에서 열린 세미나 중 가장 큰 인파가 몰렸다. '블록체인과 미술 세계'라는 세미나에서 디지털 아티스트 사이먼 대니는 "미술 시장에 블록체인 거래가 본격적으로 도입이 된다면 미술품 이력과 가격 투명성 문제 등이 해결될 가능성이 높다"며 "미술이 투자 대상으로 더 매력을 갖게 될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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