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군 단독 훈련까지 연기, 도 넘은 것 아닌가

조선일보
입력 2018.06.21 03:20

한·미 연합 훈련 중단에 이어 다음 주 예정됐던 한국군 단독 지휘소 훈련인 '태극 연습'도 연기됐다고 한다. 합참은 20일 태극 연습 연기 여부를 묻는 말에 "가장 적절한 시기에 최선의 방안으로 시행하는 것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연기됐다는 뜻이다. 태극 연습은 한반도 유사시에 대비해 합참이 주도하고 군단급 이상 작전 부대가 참여하는 정례 지휘소 훈련이다. 우리 군의 독자적 작전 수행 능력을 키우기 위한 것이다. 매년 5~6월 실시하던 태극 연습 연기는 1995년 시작 이후 23년 만에 처음이다.

한·미 국방부는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을 중단하면서 "북한 비핵화 대화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서"라고 했다. 한·미 훈련은 방어 훈련이지만 북이 '침략 훈련'이라며 강하게 반발해온 만큼 북의 핵 폐기 조치를 유도하는 차원이라고 이해할 수는 있다. 그러나 북이 문제 삼은 적도 없는 우리 국군 단독 훈련까지 연기한 것은 도 넘은 북한 눈치 보기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태극 연습은 군 지휘부와 참모진 간의 팀워크를 맞추는 지휘소 훈련이다. 군 지휘관 임기는 2~3년이고 참모는 1~2년마다 바뀐다. 사병도 1년이면 절반이 교체된다. 상시 훈련을 하지 않으면 유사시 손발이 맞을 리가 없다. 훈련하지 않는 군대는 군대가 아니다. 준비되지 않은 군대는 존재할 이유도 없다. 북한 비핵화는 아직 말뿐이다. 그마저도 김정은의 입을 통해서는 한 번도 공개된 적이 없다. 그런데도 한·미 연합 훈련 중단이라는 엄청난 카드를 먼저 던져버리더니 이제 한국군 독자 훈련까지 연기한다고 한다. 북한 비핵화는 수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 기간 우리 군은 훈련도 안 한다면 이것이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앞으로 북핵 협상이 본격 진행되면 무엇을 더 내줄지 알 수 없다.

모든 걸 돈으로 따지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라면 우리 안보에 재앙이 될 결정도 내릴 수 있다. 그는 주한 미군 철수를 마음대로 공언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군조차 훈련을 하지 않아 전투력이 이완되면 나라는 누가 지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설사 북이 비핵화의 실질적 조치에 나선다고 해도 한·미 연합 차원이 아닌 우리 군 자체적으로는 정상적 훈련을 해야 한다. 북핵이 없어지면 국군이 유명무실해져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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