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다 때려치우고 청소부 될까… 인간 피츠제럴드의 은밀한 고백

입력 2018.07.03 06:00

디어 개츠비
F. 스콧 피츠제럴드·맥스웰 퍼킨스 지음, 오현아 옮김 | 마음산책 | 440쪽 | 1만4000원

“도저히 글이 써지지 않아 소설이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청소부가 될까 고민 중입니다. 여전히 ‘스마트 세트’에 보낼 단편에 매달리고 있습니다.” – 피츠제럴드

‘디어 개츠비’는 위대한 개츠비의 작가 F. 스콧 피츠제럴드가 출판사 스크리브너스사의 전설적인 편집자 맥스웰 퍼킨스와 21년 동안(1919~1940) 주고받은 편지 모음이다. 영화 '지니어스' 주인공으로 알려진 퍼킨스는 피츠제럴드와 어니스트 헤밍웨이, 토머스 울프 등 미국 최고 작가들을 키워낸 편집자다.

국내 처음 소개되는 ‘디어 개츠비’는 작가와 편집자 사이에 꾸준히 오간 긴 대화다. 이들은 영문학사를 비추는 거울이나 다름없다. 두 사람이 주고받은 편지에는 피츠제럴드가 작가로 성장하게 된 과정과 동시대 작가들의 동향은 물론, 개츠비 탄생의 비화, 헤밍웨이와 평론가의 육탄전 같은 흥미로운 뒷이야기도 만날 수 있다.

글이 써지지 않아 다 때려치우고 청소부가 되겠다는 투정에선 피츠제럴드의 인간적인 면을, 표지 삽화의 인물이 주인공과 비슷하지 않다고 불평하고 광고 문구가 매력적이지 않다며 직접 광고 문구를 쓰는 모습에선 꼼꼼함을 엿볼 수 있다. 또, 퍼킨스가 제안한 ‘위대한 개츠비’라는 제목이 마음에 들지 않은 피츠제럴드가 ‘트리말키오’ ‘황금 모자를 쓴 개츠비’ ‘웨스트 에그로 가는 길’ 등 다른 제목을 끊임없이 제시하는 장면도 흥미롭다.

피츠제럴드는 심장마비로 죽기 직전까지 소설 쓰기에 전념했다. 그 옆엔 언제나 믿음직한 퍼킨스가 있었다. “삶도 술도 문학도 다 지겹다”며 힘겨워하는 피츠제럴드에게 퍼킨스는 말한다. “선생께서 어떤 글을 쓰시건 성공할 날이, 선생 글의 반어와 풍자가 이해될 날이 분명히 올 것이다”

두 사람이 편지를 주고받던 시기는 전후 영미문화가 제2의 르네상스를 맞이한 때이기도 하다. 편지를 읽다 보면 ‘잃어버린 세대’를 대변하는 작가들은 물론 국내 독자들에게도 친숙한 여러 문인이 대거 등장한다. 피츠제럴드는 퍼킨스에게 어니스트 헤밍웨이를 소개해주고 링 라드너와 토머스 울프, 셔우드 앤더슨, 거트루드 스타인 등의 작품 이야기를 공유한다. 퍼킨스는 사무실에서 헤밍웨이가 자신의 부인과 바람났던 한 평론가와 육탄전을 벌인 이야기를 전하며 ‘싸움 얘기는 절대 비밀’이라는 당부를 덧붙인다.

감정 기복이 심했던 피츠제럴드의 편지엔 그의 솔직한 심정을 전하는 표현들이 자주 등장한다. 자신을 ‘낙원의 이편에서 가장 성가신 존재’라고 말하며 편지를 끝맺기도 한다. 이성적이고 차분했던 퍼킨스도 절제 있는 위트를 구사하며 헤밍웨이 때문에 화가 났던 피츠제럴드를 점잖게 달래준다. 작가와 편집자로 맺어진 두 사람은 그렇게 둘도 없는 친구 사이로 발전한다.

‘디어 게츠비’는 마음산책, 북스피어, 은행나무가 함께한 ‘웬일이니! 피츠제럴드' 시리즈 중 하나다. 지난해 ‘개봉열독 X 시리즈’를 함께 출간해 재미를 본 세 출판사는 올해 피츠제럴드 작품 중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것들을 시리즈로 출간했다. 소설 '아름답고 저주받은 사람들', 에세이 '재즈 시대의 메아리', 편지 묶음 '디어 개츠비'가 국내 처음 번역 출간됐다. 표지도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데일리라이크와 협업해 예쁘게 만들었다. 세 권의 책을 세워 이어 붙이면 각 표지에 있는 고양이와 개, 양 그림이 하나로 합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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