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사회] 거짓말의 끝을 봐야 한다

입력 2018.06.20 03:15

위증·虛言에 관대한 풍토 탓에 '정치인 스캔들' 어물쩍 넘어가
정의를 입에 달고 사는 이들이 진실 조작한 건 아닌지 확인해야

최원규 사회부 차장
최원규 사회부 차장
이재명 경기지사가 당선된 지 일주일쯤 흘렀다. 선거 내내 그를 따라다녔던 배우 김부선씨와의 스캔들 논란도 시간이 지나면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이다. 김씨는 '남녀로 사귀었다'고 했고, 이 지사는 '변호사와 의뢰인 관계였다'고 했을 뿐 진실을 밝혀줄 결정적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그러면 더 쉽게 잊히기 마련이다. 거짓말을 한 쪽은 그걸 기대하고 있을지 모른다.

이미 비슷한 전례가 여럿 있다. 이번에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려던 정봉주 전 의원은 자신의 성추행 '미투 폭로'를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몰아세우다 피해자가 증거를 들이대자 출마를 철회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성추행이 실제 있었는지는 출마 포기로 묻혀버렸다. 불과 석 달 전 일인데 이젠 관심 갖는 이도 별로 없다.

2013년 채동욱 검찰총장도 '혼외자(婚外子) 사건'을 사퇴로 덮었다. 나중에 검찰이 그의 내연녀로 알려진 여성의 변호사법 위반 혐의를 수사하면서 그가 혼외 아들로 지목된 채모군과 함께 찍은 사진을 확보했는데도 그는 줄곧 이를 부인해왔다. 작년 8월에 문을 연 그의 변호사 사무실은 요즘 문전성시라고 한다. 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지 않다 보니 다 무감각해진다.

이번 스캔들 사건은 달랐으면 한다. 불륜 자체에는 관심 없다. 다만 두루뭉수리로 넘기지 말고 누가 새빨간 거짓말을 하는지 밝히자는 것이다. 그래야 국민 상대로 뻔뻔하게 거짓말하는 일이 사라지지 않겠는가.

이 사안은 누군가의 거짓말로 인해 가볍게 넘기기도 어렵게 됐다. 이 논란이 2년 전 불거졌을 때 이 지사는 자신의 트위터에 '이분(김부선)이 대마 좋아하지. 요즘도 많이 하시나? 마약쟁이다. 허언증 환자다'라고 적었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 김씨는 방송에 나와 "(교제 당시 이 지사가) '너는 대마초 전과가 많으니 엮어서 집어넣는 것은 일도 아니다'고 말했다"며 눈물을 흘렸다. 불륜이 맞는다면 이 지사는 정치적 야심을 위해 김씨 인격을 말살하고 협박까지 한 것이다. 정치인으로서 심각한 결격 사유다.

김씨는 "(교제 사실이) 거짓이면 저는 천벌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그의 딸도 "집에서 두 사람이 찍은 사진을 보고 고민 끝에 폐기해버렸다. 엄마 자체가 증거"라고 했다. 스캔들이 사실이 아니라면 김씨와 그의 딸은 얼굴 들고 밖에 나오기 어려울 것이다.

'나꼼수' 멤버 주진우씨가 선거 과정 중 공개된 녹음 파일에서 이 지사를 돕기 위해 사건을 무마하려 했다는 의혹도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사실이라면 그는 거짓말을 확대재생산한 것이다. 정의를 입에 달고 사는 이들이 '정치 브로커'처럼 행동하며 진실을 조작하려 한 것인지 그 민낯을 확인해야 한다.

한번 거짓을 눈감아주면 다른 거짓이 우후죽순 생겨날 수밖에 없다. 거짓말로 얻는 이익이 그것으로 잃게 되는 대가보다 크다고 여기게 되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사회가 그렇다. 법정에서 증인 선서를 하고도 위증죄로 기소된 사람이 작년에만 1516명이다. 아무 처벌도 받지 않는 수사기관에서의 허위 진술이 얼마나 될지는 가늠조차 할 수 없다. 이 사건도 그런 문화 속에서 싹텄을 것이다.

야당은 이 사건과 관련해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이 지사를 검찰에 고발했다. 이 지사는 대권을 꿈꾸는 사람이다. 이 논란을 계속 안고 갈 수는 없을 것이다. 김씨 말이 사실이 아니라면 피할 이유가 없다. 먼저 나서 "지사직을 걸고라도 꼭 진실을 밝히겠다"고 했으면 한다. 그렇게 끝을 봐야 거짓말에 관대한 우리 문화도 바뀔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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