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도 인생도 국어에 답 있다
허철구 지음|알투스|394쪽|1만6000원

“돌이켜보면 삶에서 후회되는 대부분의 일은 말과 글로써 기인한 것들이다. 조심하지 못하고 입 밖에 낸 말에 잠을 이루지 못하기도 한다.”

바른말과 상황에 맞는 적절한 표현을 쓰는 사람이 인생에 실패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허철구 창원대 국문과 교수는 “국어에 우리의 삶이 있고, 인생의 답도 있다”고 말한다. 이는 비단 우리말 교육 전문가로서의 주장은 아니다. 자신의 말과 글에 진심을 담기 위해 노력하고, 정확하고 적절한 표현을 위해 심사숙고하는 사람은 삶에도 최선을 다하고 타인의 인생에도 깊이 공감하는 능력을 갖추기 마련이다.

일본 애니메이션계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에게 어느 날 인공지능(AI)으로 그림 작업을 하는 신인 제작자들이 찾아와 창작품을 시연했다. 기괴한 생물체가 바닥을 기며 이동하는 신기한 영상이었다. 그런데 그 작품을 감상한 후 거장은 이렇게 소감을 말했다. “나는 매일 아침 이웃 한 사람을 만납니다. 그는 몸이 불편하여 나와 하이파이브하는 것조차 힘들어하지요. 그 사람을 생각하면 나는 이 작품에서 어떤 즐거움도 느낄 수 없습니다.”

회의는 침묵 속에 끝났다. 많은 이들이 즐거워하는 일이 누군가에겐 상처가 될 수 있다. 언어도 그렇다. 우리가 무심코 쓰는 말 가운데는 누군가에게 아픔을 주는 말이 있다. 예컨대 ‘살색’이란 표현은 피부색이 다른 누군가에 차별로 느껴지고, ‘미혼모’라는 말엔 사회 차별적 시각이 담겨있다. 그래서 ‘살색’은 ‘연주황’으로 바꾸고 ‘미혼부’라는 말도 쓴다.

직함을 사용할 때도 주의가 필요하다. 자기를 가리켜 말할 때는 이름 뒤에 직함을 붙이지 않고 ‘의원 OOO입니다’, ‘사장 OOO입니다’ 같이 함을 앞에 두어 겸손하게 말해야 한다. 이렇게 스스로 자신을 낮추면 오히려 인격이 높아질 수 있다.

재벌 총수가와 사회지도층의 막말 파문, 정치인의 실언, 직장 내에서의 갑질 언행, 성별 · 계층 간의 혐오 발언… 우리 사회는 하루가 멀다 하고 부적절한 말과 글로 인한 분란과 단절로 몸살을 앓고 있다. SNS 시대엔 일반인들도 자신의 말과 글로 인해 세간의 화제가 되거나 물의를 빚곤 한다. 그 어느 때보다 말과 글이 우리 삶에 미치는 파급력이 커지고 있는 지금, 우리말의 과거와 현재를 짚어보면서 말하기와 글쓰기의 중요성을 살피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