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이 부러운 트럼프의 ‘진담 같은 농담’

입력 2018.06.16 17:25 | 수정 2018.06.16 21:06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한 이후 김정은을 부러워하는 듯한 ‘진담 같은 농담’을 계속 하고 있다. 북한 관영 방송의 여성 앵커가 김정은을 치켜세우는 모습에 질투심을 드러내는가 하면, 북한 사람들이 김정은 말을 경청하는 자세도 좋게 평가했다. 그가 ‘농담이었다’고 말해도 미 언론은 이를 믿지 않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 시각) 오전 백악관 야외에서 폭스뉴스의 ‘폭스 앤드 프렌즈’와 인터뷰 중 김정은을 또 칭찬했다. 그러던 중 그는 “김정은은 북한의 최고 지도자다. 그는 강한 최고 지도자다. 누구도 다른 것을 생각하게 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그(김정은)가 말하면 그의 사람들은 자세를 바로 하고 경청한다”며 “나는 내 사람들도 똑같이 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6월 15일 백악관 잔디밭에서 폭스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터뷰 중 “‘아버지의 날(17일)’에 북한에 전화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폭스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6월 15일 백악관 잔디밭에서 폭스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터뷰 중 “‘아버지의 날(17일)’에 북한에 전화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폭스뉴스
언론과 소셜미디어(SNS)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 발언에 즉각 반응했다. 그가 또 ‘독재자’에 대한 선망을 드러냈다는 평이 쏟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 인터뷰 직후 다른 기자들과의 문답 중 이 발언의 의미를 묻는 한 기자의 질문에 “농담했다. 여러분은 비꼬는 말을 이해하지도 못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기자에게 ‘어디 소속이냐’고 질문했고 기자가 ‘CNN’이라고 답하자 “CNN 소속이라니! 당신이 최악이다’라고 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가짜 뉴스(fake news)’라 비난하는 대표적인 미국 방송국이다.

진담이 아니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에도 미 주류 언론은 그의 발언을 가볍게 보지 않고 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인들이 최고 지도자를 향해 무조건 보여야 하는 숭배 행위에 대해 경외심을 억누르지 않고 말했다”고 전했다.

앞서 워싱턴포스트(WP)는 14일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관영 방송을 본 후 북한 여성 앵커가 김정은을 향해 얼마나 긍정적인지 말했다”고 전했다. 한 소식통은 WP에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에게 우호적인 폭스뉴스도 북한 TV 앵커만큼 칭찬에 후하지 않으며, 이 여성 앵커가 미국 방송국에 취직해야 한다고 농담했다”고 말했다.

보수 성향의 폭스뉴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유일하게 ‘가짜 뉴스’라고 부르지 않는 언론사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폭스뉴스의 아침 토크쇼 ‘폭스 앤드 프렌즈’를 즐겨 보고 이 프로그램과 자주 인터뷰를 한다. 15일에도 많은 언론사의 취재진이 모여 있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 앤드 프렌즈’와만 즉석 인터뷰를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자신이 김정은과 정상회담을 하고 위대한 일을 했는 데도, ‘가짜 뉴스’가 자신의 업적을 깎아내리기만 한다고 비난했다. ‘어, 만났네’ 정도만 보도하고 자신이 많은 것을 포기한 것처럼 보도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는 언론을 모두 ‘가짜 뉴스’라고 부르며 매일 언론과 전쟁을 치르고 있다.

 조선중앙TV 앵커 리춘희가 2018년 6월 13일 미·북 정상회담 소식을 보도하고 있다. /MSNBC 뉴스
조선중앙TV 앵커 리춘희가 2018년 6월 13일 미·북 정상회담 소식을 보도하고 있다. /MSNBC 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했다는 북한 여성 앵커는 리춘희다. 리춘희는 미·북 정상회담 다음 날인 13일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분홍색 저고리 한복 차림으로 조선중앙TV에 나와 정상회담 소식을 직접 보도했다.

김정일의 총애를 받은 리춘희는 올해 75세로, 2012년 공식 은퇴했다. 그러나 2016년 1월 북한 4차 핵실험을 보도하며 방송에 다시 나왔고 이후 북한의 중대발표가 있을 때마다 종종 방송에 등장하고 있다. 로이터는 14일 “리춘희가 김정은과 트럼프 대통령의 역사적 회담을 발표하기 위해 다시 방송에 나타났다”고 전하기도 했다.

 북한 경호원들이 미·북 정상회담 당시 싱가포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탄 차량을 에워싸고 달리고 있다. /채널뉴스아시아
북한 경호원들이 미·북 정상회담 당시 싱가포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탄 차량을 에워싸고 달리고 있다. /채널뉴스아시아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을 근접 호위한 북한 ‘방탄 경호단’에도 경탄한 것으로 전해졌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경호단이 언제나 굳은 얼굴로 악수도 거부하는 모습에 감탄했다”고 전했다.

북한 경호원들은 4·27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때 검은 양복 차림으로 김정은을 철통 경호해 ‘방탄 경호단’이란 별명이 붙었다. 특히 김정은이 오전 회담을 마치고 특수 방탄차량에 탑승한 후에는 12명의 경호원이 차의 뒤와 양옆을 ‘V’자 형태로 에워싸며 차와 함께 뛰었다. 이들은 미·북 정상회담 때도 김정은이 탄 차량을 에워싸고 함께 달려 시선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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