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가 잘못했습니다’ 무릎꿇은 한국당 비상의총…물밑선 당권투쟁 戰雲

입력 2018.06.15 15:19 | 수정 2018.06.15 19:03

‘최악의 참패’ 위기 맞은 자유한국당
김성태 “구태보수 청산, 한국당 해체 통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일부 초선들 “보수 정치 실패에 책임있는 중진들 정계은퇴해야”
물밑 당권 경쟁은 이미 시작…당 수습책 놓고 내홍 일 듯

6·13 지방선거에서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 자유한국당 내에서 당 해체 수준의 전면적 쇄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당은 15일 당 수습방안 논의를 위한 긴급 비상의원총회를 3시간 넘게 열고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의원들은 국회 본관 예결위회의장 앞에 ‘저희가 잘못했습니다’라고 써진 대형 현수막을 걸고 다같이 무릎을 꿇었다. 일부 초선 의원들은 이날 공개적으로 보수 정치 실패에 책임있는 중진 의원들의 정계 은퇴를 요구하고 나서기도 했다.

◇비상의총 열고 당 수습나선 野…초선 “중진, 정계 은퇴해야”

김성태(왼쪽에서 다섯째)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를 비롯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로텐더홀에서 ‘저희가 잘못했습니다’란 대형 현수막을 배경으로 무릎을 꿇고 있다. 한국당 의원들은 이날 6·13 지방선거 참패 이후 당 수습책을 논의하기 위해 비상 의원총회를 열었다. /뉴시스
한국당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긴급 비상의원총회를 열었다. 참회의 의미로 드레스코드를 노타이 와이셔츠와 흰 블라우스로 통일한 한국당 의원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김성태 당 대표 권한대행은 “이번 지방선거는 국민들이 자유한국당을 탄핵한 선거”라며 “한국당은 구태 보수를 청산하고 수구기득권 보수이념의 해체, 한국당의 해체를 통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6선의 김 전 대표는 “새로운 보수정당 재건을 위해 저부터 내려놓겠다. 저는 차기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며 “분열된 보수의 통합을 위해, 새로운 보수정당의 재건을 위해 바닥에서 헌신하겠다”고 했다.

의원들은 비공개로 진행된 총회에서 당의 수습 방안을 논의했다. 3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마라톤 회의를 진행했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지는 못했다. 김성태 당 권한대행은 “앞으로 처절한 진정성으로 당 쇄신과 변화, 혁신을 이끌고 경제 중심 정당으로 태어나겠다. 앞으로 사회적 약자들의 민생현장을 더 소중히 하고 수구냉전 세력으로 비치는 부분에 대해선 일대 혁신하겠다”고 했다. 의총 도중 기자들과 만난 4선의 유기준 의원은 “우리가 처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선 우리 자체만으로는 어렵고 당을 새롭게 해체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의원들은 의원총회 직후 회의장 앞에 나와 다같이 무릎을 꿇고 국민을 향해 사죄와 반성의 뜻을 밝혔다.

한 중진 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지금 우리 당에서 지방선거 참패 책임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며 “지금은 조기 전당대회를 할 때가 아니라 우리 당이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 수 있는가, 어떻게 하면 혁신할 수 있는가를 뼈를 깎는 심정으로 고민해야 할 때”라고 했다. 이 의원은 “어렵겠지만 외부에서 비대위원장을 삼고초려해 모셔와 당의 모든 것을 송두리째 바꿔야 한다”고도 했다. 일각에서 나오는 바른미래당과의 통합 주장에 대해 한 재선 의원은 “우리 당도, 바른미래당도 지금 온전하지 않은 상태인데 통합을 한다고 해서 돌파구가 생기겠느냐”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날 총회 결과 한국당은 혁신 비대위를 구성해 향후 구체적 혁신 방향을 논의하기로 뜻을 모았다. 김성태 당 권한대행은 “조기 전당대회는 지금 상황에서 치러선 안 된다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자유한국당 초선 의원들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 10년간 보수정치의 실패에 책임이 있는 중진들은 정계 은퇴하고 당을 제대로 이끌지 못한 중진은 당 운영의 전면에 나서지 말라”고 촉구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성태(비례)·성일종·정종섭·김순례·이은권 의원. /뉴시스
앞서 이날 오전 김순례·김성태(비례)·성일종·이은권·정종섭 등 5명의 한국당 초선 의원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 10년 보수 정치의 실패에 책임이 있는 중진은 정계 은퇴하고, 한국당을 제대로 이끌지 못한 중진은 당 운영의 전면에 나서지 말고 책임있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했다. 중진 의원들이 책임을 지고 2선 후퇴하는 모습으로 당을 쇄신해야 한다는 뜻이다. 성일종 의원은 이날 총회에서도 공개 발언을 통해 “지난 10년 우리가 정부를 맡아서 운영해왔을 때 보수정치에 책임있는, 책임있게 일했었던 중진들에 대해서 은퇴를 해주십사, 책임을 져주십사 하는 말씀 드린다”고 했다.

이들은 ‘책임있는 중진이 구체적으로 누구냐’는 질문에 “본인들이 잘 알 것”이라고 했다. 정계 은퇴의 의미로는 차기 총선과 전당대회 불출마 등을 언급했다. 정종섭 의원은 “(한국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국민들로부터 준엄한 심판을 받았다”며 “반성뿐 아니라 국민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결심을 하지 않으면 한국당이 살아날 수가 없고, 보수 정치도 사실 살아남기 힘들다”고 했다. 최고위원을 지냈던 이장우 의원(재선)은 출입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오늘 한국당 초선의원이 발표한 공동성명 내용을 적극 지지하며 그 걸음에 함께 하겠다는 의지를 밝힌다”고 했다.

◇조기 전당대회 여나…이미 드리워진 당권투쟁 戰雲

의원들은 당이 쇄신해야 한다는 데는 뜻을 같이 했지만, 차기 지도부 선출 문제와 관련해서는 동상이몽(同床異夢) 하는 모양새다. 차기 당권을 쥐는 대표는 이변이 없다면 2020년 총선의 공천권을 갖게 된다. 이 때문에 당의 이목은 조기 전당대회 개최 여부에 쏠려 있다. 현재 당 내에서는 조기 전당대회를 열어 당을 정상화 시켜야 한다는 의견과 당분간 비대위 체제로 당을 수습하며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이 가운데 일부 중진 의원들은 물밑에서는 당권 경쟁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지방선거 직후부터 당 안팎에서는 차기 당권주자로 김무성·이주영·심재철·나경원·정우택·김용태 의원, 이완구 전 의원, 남경필 전 지사 등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김황식·황교안 전 총리 등 외부 인사들의 이름도 나오고, 무소속으로 재선에 성공한 원희룡 제주지사를 친정으로 복귀시켜야 한다는 얘기도 있다.

당분간 당 수습방안을 놓고 당의 분란은 커질 전망이다. 초선 의원들이 중진 의원들에게 선거 참패의 책임을 돌린 것에 대해서도 뒷말이 나왔다. 한 당 관계자는 “초선 의원들이 중진 의원들에게 책임을 묻기 전에 국회에서 들어오고 나서 당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에 대해서 돌아보는 게 필요할 것 같다”며 “아무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했다.

이날 당 일각에서는 발신자 불명의 ‘지라시’가 여러 개 돌기도 했다. ‘자유한국당 완패를 만든 5대 공신록’이란 제목의 글에는 ‘차기 당권에 도전해선 안 될 인물’, ‘즉각 출당 조치해야 할 인물’로 특정 인사의 이름이 담겼다. 이들은 20대 총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19대 대선, 6·13 지방선거 당시 당 지도부에 있었거나 영향력을 행사한 사람들이다. ‘자유한국당 의원 뇌피셜(생각)’이란 지라시에는 ‘중진 의원만 책임지고 나가면 초재선이 이 당을 살릴 수 있다’, ‘나를 제외한 누군가 희생을 해야 보수가 산다’, ‘지난 번 대국민 사과를 제대로 못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진심으로 무릎 꿇고 사과하면 민심이 돌아온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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