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활비 상납, 국고 손실은 맞지만 뇌물은 아냐”... 국정원장들 1심 실형

입력 2018.06.15 12:52

남재준 징역 3년, 이병기·이병호 징역 3년6개월
법원 “대가 바라고 준 뇌물로 보기 어렵다” 판단
내달 20일 朴 전 대통령 ‘특활비’ 1심에 영향 줄 듯
이병기 전 원장, 최경환 등에 준 특활비는 ‘뇌물’

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청와대에 전달한 특수활동비는 예산을 잘못 사용해 국고를 손실한 것은 맞지만 뇌물로 보기는 어렵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2부(재판장 성창호)는 15일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청와대에 상납한 혐의(뇌물공여, 국고손실 등)로 기소된 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에 대해 각각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함께 기소된 남재준 전 원장에게는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이에 따라 뇌물수수 혐의로 다음달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 국가정보원 자금을 상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재준(왼쪽부터), 이병기, 이병호 전 국정원장이 15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뉴시스
재판부는 “국정원장 특활비는 국내·외 정보수집 등에 쓰도록 그 용도나 목적이 정해져 있다”며 “그런 돈을 대통령에게 매달 지급한 것은 사업목적을 벗어나 위법하다”며 국고손실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대통령을 보좌하는 직속 하부기관 입장에서는 대통령의 요구나 지시로 청와대에 예산을 지원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대통령의 직무 관련 대가로 지급한 뇌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박 전 대통령은 취임 석달째인 2013년 5월부터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진 2016년 9월까지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으로부터 매달 5000만~2억원씩 총 36억5000만원의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상납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재직시기별로 남재준 전 원장 6억원, 이병기 전 원장 8억원, 이병호 전 원장 22억5000만원이다.

검찰은 전직 국정원장들이 인사·예산 등 업무 편의를 바라고 청와대에 특수활동비를 뇌물로 줬다고 봤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이 돈을 삼성동 자택 관리 비용이나 이재만·안봉근·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들의 격려금 등으로 쓴 것으로 파악했다.

전직 국정원장들은 재판에서 청와대가 국정운영 관련 예산이 필요하다고 해서 원장에게 할당된 활동비를 지원한 것일 뿐, 대가를 바라고 건넨 뇌물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재판부가 사실상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한편, 재판부는 이병기 전 원장이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전달한 특수활동비 1억원과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에게 건넨 특활비는 모두 뇌물로 인정했다. 청와대에 전달된 특활비와 달리 최 의원 등에게 국정원 예산 배정이나 업무편의 등을 바라고 돈을 전달했다고 본 것이다.

이날 판결에 대해 검찰은 “뇌물의 자금원이 나랏돈이라는 사정 때문에 뇌물로서의 본질이 변하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죄질을 더 나쁘게 하는 것일 뿐”이라고 반발했다. 검찰 관계자는 “청와대와 국정원 간 예산지원을 할 수 있는 법률상 제도가 전혀 없는데도 이를 인정한 것은 헌법과 법률에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했다.

이 재판부는 다음달 20일 국정원 특활비를 뇌물로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기소된 박 전 대통령의 1심 선고를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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