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이 미·북 정상회담을 마치고 미국에 도착하며 올린 "핵 위협 사라졌다"는 트위터 글이, 80년 전 체임벌린 영국 총리가 히틀러와 회담을 마치고 영국으로 돌아와서 발표한 성명과 형식과 내용이 흡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미·북 정상회담을 마치고 13일 새벽(현지 시각) 워싱턴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한 직후 트위터에 '방금 도착했다. 더 이상 북한으로부터 핵 위협은 없다. 내가 취임하기 전 사람들은 미국이 북한과 전쟁을 할 것으로 생각했다. 이제 그런 일은 더 이상 없다. 오늘 밤은 푹 주무시길!'이라고 썼다.
웬디 셔먼〈사진〉 전 미 국무차관은 13일 트럼프의 이 글이 2차 대전 직전 네빌 체임벌린 영국 총리가 아돌프 히틀러를 만난 뒤 낸 메시지와 똑 닮았다고 지적했다. 체임벌린은 히틀러의 위장 평화공세에 속아 넘어가 대독(對獨) 유화 정책을 주도해 2차 대전 발발의 빌미를 제공했다고 비판받는 인물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무차관을 지낸 셔먼은 이날 뉴욕 아시아소사이어티 주최 좌담회에서 1938년 체임벌린이 뮌헨 회담에서 히틀러를 만나고 돌아오면서 발표한 대국민 메시지를 소개했다. 체임벌린도 당시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독일로부터 평화의 소식을 가져왔다. 이제 평화는 우리의 시간이라고 믿는다. 모두 집으로 돌아가서 조용히, 잘 주무시라"고 했다.
당시 체임벌린은 독일이 전쟁을 벌이지 않는 대가로 체코슬로바키아 영토 상당 부분을 넘겨달라는 히틀러의 요구를 수용했다. 이는 평화 유지 정책으로 호의적인 평가를 받았지만, 1년 뒤 히틀러는 약속과 달리 폴란드를 침공하며 2차 대전을 일으켰다.
셔먼 전 차관은 "체임벌린이 메시지를 발표한 것은 지금 우리 시대의 상황은 아니지만, 우리는 항상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 김정은의 평화 공세에 속아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셔먼 전 차관은 또 트럼프 대통령이 '신뢰(trust)'라는 말을 쓰면서 북한 김정은을 공개적으로 칭찬한 것은 올바른 협상의 태도가 아니라고 했다. 2015년 이란 핵협상에 참여했던 셔먼 전 차관은 "나는 이란 핵협상 때 이란을 존중했지만 신뢰하지 않았다"고 했다. 트럼프는 미·북 정상회담 뒤 김정은에 대해 "나는 그를 신뢰한다(I do trust him)"고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