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수도 알록달록… 아이처럼 천진했던 그의 시선

조선일보
  • 변희원 기자
    입력 2018.06.15 03:00

    '소년, 김부연:그가 바라본 아이'展
    조선일보미술관서 24일까지

    "더 이상 아이가 아닌 나는 아이를 흉내 내는 도리밖에 없는 것이다. 흉내를 내다보면 언젠가는 나도 모르게 진짜 아이로 되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스스로 위로하면서 말이다. 내 그림의 소재가 유년기의 추억은 아니다. 단지 그 행복했던 유년기에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찾으려는 것이다."

    알록달록한 머리 색깔과 둥글고 커다란 얼굴, 입체감 없는 이목구비. 딱 여섯 살짜리 소녀가 그린 것 같은 자화상이다. 고(故) 김부연(1968~2013) 작가의 '소녀'(2010)는 작가의 말처럼 그가 아이를 흉내 내며 아이를 그린 그림이다. 투박하지만 자유분방하고, 주변의 누군가가 머리에 당장 떠오를 만큼 친숙하다.

    김부연의‘사자’(2009)는 모든 사물을 단순화하고 마음 가는 대로 그렸던 어린 시절의 그림과 닮았다.
    김부연의‘사자’(2009)는 모든 사물을 단순화하고 마음 가는 대로 그렸던 어린 시절의 그림과 닮았다. 낙서 같지만 작가는“아이처럼 그리는 데 더 많은 기술이 필요하다”고 했다. /조선일보미술관
    아이처럼 그리고 싶었고, 아이처럼 천진했던 작가의 개인전 '소년, 김부연: 그가 바라본 아이'가 15일부터 서울 세종대로 조선일보미술관에서 열린다. 그의 초기작부터 마지막 작품까지 총 30여 점을 선보인다. 약식 회고전인 셈이다.

    1968년 부산에서 태어나 2013년 혈액암 투병 중 세상을 떠났다. 홍익대 회화과를 나온 작가는 프랑스로 건너가 파리8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사 논문 제목은 '회화의 공간, 유희의 공간'. 그림을 그리는 행위가 '유희의 공간에서 펼쳐지는 즐거운 놀이'라는 것이다. 어린 아들이 그림 그리는 모습을 보며 얻은 아이디어다. 작가 역시 그림을 그릴 때 목적이나 의도를 갖지 않고 행위 자체의 즐거움을 추구했다. 따뜻한 원색이 흥겨운 붓질에 묻어나는 그림이라 보는 사람도 입꼬리를 슬쩍 올리게 된다. 정작 작가는 "아이처럼 그린다는 것은 더 많은 테크닉을 필요로 한다"고 고백했다.

    강하고 큰 것에 대한 동경심을 가진 아이들이 즐겨 그리는 동물이 사자나 호랑이다. 이번 전시에서도 맹수를 소재로 한 작품이 눈에 띈다. 원근법이 파괴된 '사자'(2009)는 얼굴을 정면으로, 몸을 측면으로 배치한 작품이다. 갈기가 알록달록하고, 네 다리의 색깔도 제각각이다. 당황한 듯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도 '헤~' 벌리고 있다. 용맹한 사자가 아니라 겁먹은 사자에 가깝다. 몸집만 컸지 여전히 마음은 여린 '어른이'(어른+아이: 아이 같은 어른)들과 많이 닮았다. 6월 24일까지, (02)724-7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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