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특검의 고민... 월세 외상에 보증금 깎기도

입력 2018.06.14 14:22 | 수정 2018.06.14 18:33

특검팀 베이스캠프, 특검 개인 돈으로 월세 내
정부 예산 한도 맞추느라 비용 깎는 협상도
장비 설치 비용도 부담… 경비는 사후 청구
“기재부 포함해 실무준비 돕게 해야” 지적도

"특검이 되면 수사에 전념해야 하는지 알았는데 사무실을 구하고, 행정인력을 구하고 하는 것이 이렇게 중요한지는 미처 몰랐습니다."

‘드루킹 여론조작 의혹 사건’ 수사를 맡은 허익범 특검은 임명 당일인 지난 8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특검이 꾸려질 때마다 이처럼 ‘돈 문제’가 반복된다. 특검이 개인 돈으로 먼저 운영비를 쓰고 나서 사후에 정부로부터 정산받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특검의 첫 임무인 ‘베이스캠프’를 차리는 때부터 특검은 돈 걱정을 시작해야 한다.

◇ 허 특검, 주말 반납하고 부동산 수소문…“건물주 양해로 임대료 외상”
결국 허 특검은 임명 후 첫 주말(9일)을 반납했다. 법원과 검찰이 가까운 서초동 일대 부동산 중개업소를 샅샅이 뒤졌다. 특검수사팀과 취재진 등 적어도 수백명이 드나들 공간이 마뜩잖았다.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수사를 맡은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사무실로 사용할 강남역 인근의 J빌딩./뉴시스
허 특검이 드루킹 특검팀의 베이스캠프로 선정한 곳은 서울 강남역 9번 출구 인근의 J빌딩. 약 60평(200㎡)짜리 사무실, 5개 층을 임대하기로 계약했다. 당초 4개 층을 계약했다가 인테리어 공사를 계획하던 중 1개 층을 더 빌리기로 한 것이다. 특검 관계자는 “디지털포렌식 기기 등이 들어갈 자리가 추가로 필요해 1개 층을 더 쓰기로 했다”고 했다.

이번 특검팀 사무실은 보증금 1억원에 월 임대료 700만원 수준. 강남역 부근 사무실 중 가장 저렴한 곳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특검이 보증금은 물론 월세까지 개인 돈으로 지불하기에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허 특검은 다행히 건물주의 ‘양해’ 덕분에 큰 짐을 덜었다고 한다. 특검이 끝나고 정부의 예비비가 나올 때까지 미뤄주기로 한 것이다. 특검팀 관계자는 “(특검이 열리게 된) 사정을 말씀드렸더니 계약금 등은 특검 수사가 마무리되면 추후에 지불하는 것으로 구체적 논의 중”이라며 “(건물주가) 양해를 해줘 사무실 선정이 빨랐다”고 말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사무실로 사용한 서울 대치동의 D빌딩./조선DB
◇박영수 특검 수표로 임대료 내…정부 기준 맞춰 월세 깎기도
지난 2016년 말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박영수 특검 때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박영수 특검팀은 지난 5월 펴낸 ‘국정농단 특검법 해설집’에서 “특별검사는 검찰청 사무실에 출근하는 검사와 달리 단지 임명장 한 장 달랑 가지고 있을 뿐”이라며 “사무실을 구하는데 많은 고충을 겪었다”고 했다

박 특검팀은 “사무실을 임차할 때는 특검 자신의 자금으로 사무실을 빌려 과학수사 장비를 설치하고 사후에 경비를 정부 예비비에서 보전받는다”며 “일시적으로 많은 돈이 필요해 자금 마련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했다. 이어 “여유자금이 없으면 수사능력이 출중해도 특별검사 할 엄두도 못 내는 게 현실”이라고도 했다.


국정농단 특검법 제 13조 보수와 관련된 항목./이민경 디자이너
특검법에는 보통 ‘특별검사는 직무 수행에 필요한 사무실과 통신시설 등 장비 제공을 국가에 요청할 수 있다’는 정도의 조항만 명시돼 있다. 그 때문에 수시로 사용한 돈을 청구하는 게 아니라 먼저 다 지불하고 나서 특검이 끝난 뒤 정산하는 방식을 택한다. 금액이 크다고 해서 특검보나 파견검사, 특별수사관 등이 나눠 낼 수도 없으니 통상 특검이 혼자 감당한다.

박영수 특검팀의 경우 사무실 유지비용으로 135평(445.5㎡) 3개 층 모두 합쳐 한 달에 4000만~4500만원 수준의 월세를 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어 달 남짓 공간을 빌려 쓰는 단기 임차인 데다, 공실률이 높은 건물의 여러 층을 동시에 빌려쓰게 되면서 억대 보증금은 내지 않았다.

당시 행정지원 실무를 맡은 어방용 수사지원단장은 “그땐 사무실을 구해서 들어가는 게 가장 시급했으니 여러 절차를 신경쓸 겨를도 없이 일단 (박영수) 특검님 돈을 수표로 찾아서 지불했다”며 “지불은 당장 해야 하고, 예산 배정이 추후에 돼서 애로사항이 많았다”고 했다.

어 단장은 “피의자 소환 등을 고려해 주차장·엘리베이터 등이 마련된 곳, 기자실 추가 입주 등이 가능한 곳 등 여러 조건을 고려해 장소를 선정해야 했는데 기획재정부가 제시한 (월세) 기준도 맞춰야 해서 월세를 깎기도 했다”고 했다. 그는 “무엇보다 특검팀 운영 제1원칙으로 ‘민폐를 끼치거나 특혜를 봤다는 논란은 없도록 하자’는 원칙을 정한 터라 사무실을 구할 때 여러모로 조심스러운 부분이 많았다”고 했다.

지난 2016년 12월 21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서울 대치동의 D빌딩에서 현판식을 열었다. 박 특검은 “국민의 뜻을 잘 읽고 법과 원칙에 따라 어느 한쪽에 치우침 없이 올바른 수사를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조선DB
◇드루킹 특검팀도 돈 문제 ‘산 넘어 산’…“임대료 선지급 등 제도적 보완해야”
‘드루킹 특검팀’은 강남 한복판에 보금자리를 마련하긴 했지만 아직도 ‘돈’ 때문에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보안시설 등을 개·보수하는 작업을 거쳐 회의실과 조사실, 피의자 대기실 등이 들어서야 하는데 이 역시 모두 특검의 ‘자금력’으로 선처리하는 것 외에 별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번 특검팀은 매크로(자동 반복 프로그램) 등 디지털 관련 수사를 전문적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디지털자료분석시스템 등 과학수사 장비가 없으면 수사가 불가능하다. 수사를 위한 기본적인 기기를 들일 때조차 들어갈 비용이 상당한 점도 부담이다.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특검팀에서 활동한 한 변호사는 “20일 수사준비기간 내에 특검팀 규모를 수용하고 신변 안전에 이상이 없는 사무실을 구하는 것을 사실상 개인(특검)에게 맡기는 실정인데 다른 특검이 열리더라도 마찬가지 애로사항이 생길 것”이라고 했다. 이 변호사는 이어 “임대료 등을 선지급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고 특별검사가 특별검사팀의 구성원 외에 예산을 집행하는 기획재정부 공무원이 포함된 실무 전문 준비팀을 운영할 수 있는 규정을 둘 필요가 있다”고 했다.

공소제기된 사건이 복잡해지고 투입 인원도 많아져 공소 유지를 위한 경비도 수사 기간에 버금갈 정도로 많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국정농단 특검팀 한 관계자는 “정부의 국정농단 특별검사 예산 지원이 원활하지 않아 일부 특별검사보는 공소유지업무 추진 때 개인의 돈을 들여서 업무를 진행하기도 했다”며 “특별검사에 대한 예비비 지급기준을 합리적으로 정해 공소유지활동에도 지장이 없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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