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계·전문가 “한·미 연합훈련, 비용보다 안보 문제”…트럼프 비판

입력 2018.06.14 10:25 | 수정 2018.06.14 11:35

미·북 정상회담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 연합훈련 중단’ 발언과 관련, 미 정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연합훈련을 안보 문제로 보지 않고, 단순 비용 문제로 결부하는 데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한·미 연합훈련 중단의 의미와 범위를 해석하는 데도 혼란이 빚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한국 시각) 미·북 정상회담을 마친 후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워 게임(war games)’을 중단할 것”이라며 “그것(한·미 연합훈련 중단)은 엄청난 비용을 절감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는 북한의 도발에 대비해 매년 연합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 후 단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 게임을 중단할 것”이라고 했다. /CNN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주한미군 철수도 언급했다. 그는 “나는 우리 군인을 데려오길 원한다”며 “그러나 지금 얘기하는 방정식의 일부는 아니다. 언젠가는 주한미군을 철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 ‘한·미 연합훈련 중단’ 범위는 어디까지?…미 정계 혼란

트럼프 대통령의 급작스러운 발언에 미 정계와 전문가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조니 에른스트 공화당 상원의원은 “그것(한·미 연합훈련 중단)이 현명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수년간 한국과 함께 훈련을 해왔고, 나는 우리가 왜 그들을 중지시켜야 하는지 트럼프 대통령에게 묻고 싶다. 그것은 합법이다”고 말했다.

‘워 게임 중단’ 발언의 의미와 적용 범위를 해석하는 데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현재 한·미 연합훈련 중 8월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과 3월 키 리졸브 연습이 ‘워 게임’ 형태로 실시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은 12일 트럼프 대통령의 ‘연합훈련 중단’ 발언이 미 의회의 혼란을 초래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의 오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워 게임 중단’ 발언의 의미를 물었다. 이후 코리 가드너 미 공화당 상원의원은 트위터에 “펜스 부통령이 정기적인 준비 훈련과 교대 훈련이 계속될 것이라고 매우 명확히 밝혔다”는 글을 올렸다.

그러나 펜스 부통령의 대변인은 트위터를 통해 “펜스 부통령이 오찬에서 그런 발언을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에 코리 의원은 트위터에 또 다시 “펜스 부통령은 ‘워 게임’이 아닌 준비 훈련과 교대 훈련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썼다.

이후 미 백악관 관계자는 양측의 엇갈린 주장을 두고 “펜스 부통령은 1년에 2번 진행되는 대규모 훈련을 중단되겠지만, 정기적인 준비 훈련은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며 “작은 차이로 보이겠지만, 상당히 중요한 점”이라고 밝혔다.

미 국방부와 주한 미군은 8월 UFG 훈련 중단 여부를 놓고 아직까지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로이터는 이날 미 국방부가 주한 미군의 준비태세를 유지하고 훈련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익명의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관계자를 인용해 “한국 방위를 위한 우리의 약속에는 변화가 없다”며 “준비 훈련과 교대 훈련은 계속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 한·미 연합훈련 ‘비용 문제’ 접근 비판…“안보 문제로 인식해야”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연합훈련 중단의 이유로 비용 문제를 강조한 것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한·미 연합훈련은 한국과 미국의 안보동맹 문제이자, 양국의 방위를 위한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13일 “전문가들은 (한·미 연합훈련 중단이) 단기적으로 단순 비용을 줄일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국가의 군사적 준비태세와 아시아에서의 전투력 저하로 이어져 더 큰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미 해병대가 경북 포항에서 독수리 훈련의 일환으로 상륙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미 해병대
린지 그레이엄 미 공화당 상원의원은 CNN 인터뷰에서 비용 문제로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하는 것은 ‘터무니없다’고 밝혔다. 그레이엄 의원은 “훈련 중단을 지지한다”면서도 “우리가 동맹국과 훈련하는 데 쓰는 돈은 잘 쓰는 돈”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 납세자들에게 한국에 병력을 배치하는 것은 부담이 아니다”며 “그것은 안정을 가져온다. 또 중국에게는 그들이 전 지역을 차지할 수 없다는 경고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래서 나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는 분석은 반대하지만, 그 제안(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더 나은 방법을 찾을 수 있을지 두고 보자”고 말했다.

윌리엄 코언 전 국방장관은 CNBC방송에 출연해 “한·미 연합훈련 중단 계획은 좋지 않은 생각”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말대로 동맹국과 미국을 보호하는 군사훈련에는 돈이 많이 들지만, 군사 분쟁에 준비가 부실해서 전쟁에서 패배하면 더 큰 비용을 치르게 된다”고 지적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미 국무부 부차관을 지낸 캐슬린 힉스는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만약 병력을 준비시키지 않는다면, 비용을 줄일 수 있다”면서도 “행정부는 (한·미 연합훈련 중단은) 병력의 전투능력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헤리티지재단의 국방 연구소 소장인 톰 스포어도 WP에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연합훈련 중단 발언이) 단지 대규모 연합훈련을 의미한다면, 몇달은 없어도 된다”면서도 “그러나 훈련을 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녹슬기 시작한다. 오랜 기간 연합훈련을 하지 않으면 충격이 매우 클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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