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대선 이은 3연승… 문재인표 정책, 더 센 드라이브

조선일보
  • 최경운 기자
    입력 2018.06.14 03:01

    [6·13 선택 / 정국 전망] 與 압승… 정국은 어디로
    與, 적폐청산·대북정책·소득주도 성장 등 밀어붙일 가능성

    더불어민주당이 13일 집권 1년 만에 치러진 제7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에서 역대 최대의 압승을 거뒀다. 문재인 정부로서는 과거 어느 정권도 쥔 적이 없는 강력한 국정 운영의 주도권을 확보하게 됐다. 정부·여당은 이번 승리를 발판으로 지난 1년간 추진해온 '적폐 청산'과 '남북 평화 공존' 정책에 더 강한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인다. 야당 반발에 부딪힌 소득 주도 성장 등 경제정책 기조를 고수하면서 새로운 국정 어젠다 추진에도 나설 전망이다.

    반면, 최악의 참패를 당한 자유한국당 등 야권은 대대적인 재편의 회오리에 휘말리게 됐다. 한국당은 일명 '옥새 파동'으로 불리는 공천 파동을 겪은 2016년 총선 때 민주당에 1석 차이로 패한 이후 지난해 대선과 이번 지방선거에서 연달아 졌다. 하지만 패배의 격차가 점점 커지는 등 여론 지형이 현 여권으로 확연히 기울고 있음이 이번 선거를 통해 확인됐다. 야권에선 "민심은 지금 야권의 인물과 정책 노선에 철퇴를 가했다"는 탄식과 함께 전면적인 인물 교체와 노선 변화를 피할 수 없게 됐다는 전망이 나왔다.

    추미애 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13일 국회에 마련된 6·13 지방선거 개표상황실에서 방송 3사의 출구조사 결과를 보며 환호하고 있다. 왼쪽부터 추 대표, 홍영표 원내대표.
    추미애 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13일 국회에 마련된 6·13 지방선거 개표상황실에서 방송 3사의 출구조사 결과를 보며 환호하고 있다. 왼쪽부터 추 대표, 홍영표 원내대표. /이덕훈 기자

    여권은 이번 지방선거와 재·보선 승리로 의회, 행정부, 지방정부 등 3대 주요 권력을 모두 장악하게 됐다. 집권 2년 차를 맞은 문 대통령의 여당에 대한 장악력도 한층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여당은 이번 선거에서 취임 이후 70% 안팎을 유지해온 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 덕을 크게 봤다. 또 문 대통령이 4·27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킴으로써 조성된 '한반도 평화' 분위기는 선거 승리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정부·여당은 이번 승리를 발판으로 현 정부 국정 기조에 대한 야당의 반발을 정면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문재인 정부가 집권 직후부터 추진해온 '적폐 청산' 작업에 '정치 보복'이라며 강하게 반발해왔다. 또 올해 들어 본격화한 정부의 대북 대화와 최저임금 인상 등에 기반한 소득 주도 성장 정책도 한국당 등의 반발에 부딪혔다.

    여권 관계자는 "민심이 문재인 정부를 압도적으로 지지해준 만큼 정책 기조를 변경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여권은 이날 함께 치러진 12곳의 국회의원 재·보선에서도 압승해 국회 의석 기반을 확대했다. 민주평화당과 정의당 등 친여(親與) 성향 의석을 더하면 과반 의석 달성도 가능한 상황이 됐다. 여권은 야당 반발에 부딪힌 '사법 개혁' 작업에 속도를 내는 한편 4·27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 동의에도 나설 전망이다.

    여권 일각에선 향후 예상되는 야권 재편 흐름을 봐가며 일부 야당과 연정(聯政) 또는 합당을 모색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일부 쟁점 법안의 경우 재적 5분의 3 의석 확보가 필요하지만, 전과 달리 야당 의원들의 협력 기조가 강해질 수 있다"고 했다.

    홍준표 대표 등 자유한국당 지도부가 13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굳은 표정으로 6·13 지방선거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왼쪽부터 김성태 원내대표, 홍 대표.
    홍준표 대표 등 자유한국당 지도부가 13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굳은 표정으로 6·13 지방선거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왼쪽부터 김성태 원내대표, 홍 대표. /성형주 기자

    야권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 속에 치러진 17대 총선보다 더한 참패를 당했다. 당 해체를 포함한 대대적인 재편 요구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여권의 '한반도 평화론'에 맞서 '압박을 통한 북핵 폐기' 주장을 편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14일 퇴진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한국당 전·현직 의원, 당협위원장 50여 명은 이날 출구조사 발표 직후 홍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등 내홍에 빠져들었다.

    바른미래당 유승민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도 상당한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됐다. 두 사람은 지난 2월 한국당을 대체하는 대표 야당으로 자리매김하겠다며 바른미래당을 출범시켰다. 그러나 선거에서 대안 야당으로서 존재감을 보여주는 데 실패한 데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반목을 거듭했다.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당의 존립이 흔들릴 가능성도 크다"고 했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참패로 야권에선 새판 짜기 요구가 분출할 것으로 보인다. 명지대 김형준 교수는 "민심은 이번 선거를 통해 현재의 야당은 안 된다는 냉혹한 경고장을 날린 것"이라며 "한국당이 바른미래당 일부 의원을 흡수하거나 그 반대의 소(小)통합, 또 두 당 의원들이 헤쳐 모이는 대(大)통합 국면에 휘말릴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두 당 모두 근본적인 쇄신이나 재편보단 조기 전당대회를 통한 당권 투쟁에 들어갈 것이란 관측도 있다. 야권 관계자는 "다음 총선이 1년 10개월이나 남아 당 지도부를 교체하는 수준에서 수습하려는 관성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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