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콴유→리셴룽→리홍이… 싱가포르도 3代 세습설 모락모락

조선일보
  • 정지섭 기자
    입력 2018.06.14 03:01 | 수정 2018.06.14 04:20

    리셴룽 둘째 아들 후계로 거론… 리셴룽 총리, 구체적 언급 피해
    리홍이 "정치에 관심 없다"

    리홍이
    리홍이

    미·북 정상회담을 앞둔 1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리셴룽(66) 싱가포르 총리와 만났다. 정상회담 당사자와 회담 장소를 제공한 나라의 대표 간 의례적인 만남이지만, 두 사람은 공통점 때문에 더 주목받았다. 두 사람은 아버지로부터 권력을 물려받은 국가 지도자다. 김정은은 3대(代) 세습이고 리셴룽은 2대 세습이다. 리셴룽은 싱가포르 초대 총리 리콴유의 아들이다.

    최근 싱가포르에서도 '3대 세습설'이 나오고 있다. 싱가포르의 차기 권력자 후보로 리셴룽의 3남 1녀 중 둘째 아들인 리홍이(31) 정부 기술국 부국장이 거론된다. 리홍이는 리셴룽이 첫 부인과 사별하고 1985년 재혼한 호칭(65) 테마섹홀딩스(싱가포르 국부펀드) CEO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이다. 그는 열아홉 살 때 수학·과학 부문 유망주로 선발돼 국가 장학금을 받고 미 MIT로 유학을 갔다. 졸업 뒤 구글에서 2년간 일하다 귀국해 기술 관료가 됐다. 최근에는 공공 주차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이끌어 왔다.

    그의 경력은 하버드와 케임브리지대학에서 공부한 뒤 공직에 입문해 통계청장 등을 거치며 국정 경험을 쌓은 아버지 리셴룽과 빼닮았다. 이런 점 때문에 그가 리셴룽 뒤를 이을 것이란 소문이 돌고 있다. 특히 리셴룽과 사이가 벌어진 형제·자매들이 지난해 '총리 부부가 아들을 후계자로 만들려는 정치적인 야심을 갖고 있다'고 폭탄 발언을 하면서 3대 세습 문제가 본격적으로 쟁점화됐다. 그러나 리홍이는 직접 소셜미디어에 '정치에 관심 없다'고 글을 올렸고, 리셴룽도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며 강력 부인했다.

    그럼에도 '리홍이 세습설'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리셴룽 총리가 "70세가 되는 2022년 물러날 것"이라고 수차례 공언하면서도, 후계구도에 대한 구체적 언급을 않는 것이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싱가포르는 리콴유 총리가 창당한 집권여당 인민행동당이 의회 의석의 90%를 장악하고 있는 사실상의 일당독재체제이다. 총리가 당 사무총장을 겸직하며 실권을 행사한다. 총리 임기가 별도로 정해져 있지 않아, 현직 총리가 후임자를 물색하는 형식으로 권력이 승계돼왔다. 리홍이의 나이를 감안하면 리셴룽이 일단 '제2의 고촉통' 같은 충직한 2인자를 내세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고촉통 전 총리는 리콴유가 물러난 1990년부터 리셴룽이 취임한 2004년까지 싱가포르를 이끌며 부자 세습의 가교 역할을 했다.

    국립외교원 배긍찬 교수는 "싱가포르는 권력을 세습했지만 시장경제로 부를 쌓았고 권력층이 솔선수범 청렴해 민심을 얻었다는 점에서 북한과 큰 차이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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