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행객 '민박 대란'

입력 2018.06.14 03:01

15일부터 민박 등록제 시행… 에어비앤비, 숙소 4만여개 삭제

세계 최대 숙박공유 업체 에어비앤비를 이용해 일본을 방문하려던 각국 여행객들이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에어비앤비 재팬 측이 지난주부터 6월 15일 이후 예약 건을 해지하고 있다. 사이트에 등록돼 있던 민박 4만여 개는 갑자기 삭제됐다. 국내 일본 여행 온라인 카페에도 '에어비앤비 숙소가 갑자기 취소돼 당황스럽다' '새로운 숙소를 알아보고 있다' 등의 글이 잇따르는 상황이다.

에어비앤비 대량 취소 사태는 일본에서 15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주택숙박사업법 때문에 벌어졌다. '민박신법'으로 불리는 이 법은 민박을 양성화한다는 취지 아래 지난해 6월 만들어졌다. 이에 따라 민박영업을 하려면 집주인이 지자체에 공유숙박업 신고를 마친 뒤 자격번호를 받아야 한다. 문제는 민박 업주들의 저조한 신고율이었다. 올 2월 에어비앤비에 등록된 일본 민박 수는 6만2000여 개에 달했지만, 국토교통성이 발표한 민박업 신고 건수는 지난 8일 기준 3000여 건에 불과했다. 업자들이 민박신법 시행 직전까지 신고 절차를 마치지 못하자, 에어비앤비 측은 불법을 피하기 위해 6월 예약분을 대거 취소한 것이다.

신고율이 저조했던 건 극심한 '행정주의' 때문에 민박업 신고를 하기가 너무 힘들고 까다롭기 때문이다. 새 법은 민박업자가 민박집이 아닌 다른 곳에 거주할 경우 관리 업체를 따로 고용하도록 했다. 또 피난 경로를 표시한 비상구 표시등과 재해 안전 설비 등을 갖추고, 건물 안전 여부를 건축사에게 인증받도록 했다. 그러면서 민박 영업일수는 1년 180일로 제한했다. 심지어 도쿄도 미나토구의 경우 자체 조례로 민박업자의 이름·주소·전화번호와 함께 "폐를 끼치지 않겠다"고 적은 안내문을 민박 시설 10m 근처에 부착하도록 했다. 민박업자들은 "관광객 대부분은 낮에 집을 비울 텐데 빈집털이를 하라고 광고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해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2800만명이다. 일본 정부는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엔 관광객 4000만명을 유치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하지만 민박신법의 과도한 규제로 '숙소 난민'을 양산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020년 도쿄올림픽이 다가올수록 민박 수요가 커질 것"이라며 "관계 당국의 시행규칙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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