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몰래 녹음 때문에"…막말 자백한 돌보미 무죄

입력 2018.06.13 17:17

생후 10개월 된 아이를 학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아동 돌보미가 막말을 한 사실을 자백했지만 법원에서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 아이 어머니가 학대 정황이 담긴 녹음 파일을 증거로 제출했는데 법원은 제삼자인 아이 어머니가 돌보미와 아이의 ‘대화’를 몰래 녹음한 것은 적법한 증거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13일 대구지법에 따르면 아이 돌보미 A(여·47)씨는 지난해 9월 대구 시내 한 가정에서 생후 10개월 된 B군을 돌보다 B군이 잠을 자지 않고 울자 B군을 상대로 수차례 막말을 하고 큰소리로 욕을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당시 A씨 육성과 B군의 울음 소리는 B군 어머니가 집에 몰래 켜둔 녹음기에 그대로 녹음됐다.

녹음 파일에는 A씨가 “미쳤네, 미쳤어” “돌았나 제정신이 아니제” “미친 X 아니가, 진짜” “울고 지X이고” 등 막말을 하면서 B군의 신체를 때리는 것으로 추정되는 소리도 담겼다. 결국 A씨는 경찰 조사를 거쳐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됐다.

◇ 법원 “타인 대화 몰래 녹음한 파일 증거 인정 안돼” 무죄
대구지법 형사8단독 오병희 부장판사는 최근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재판에서는 학대의 증거로 제시된 녹음파일이 문제가 됐다. 법원의 판단은 B군의 어머니가 아이와 A씨의 대화를 몰래 녹음한 파일을 학대의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통신비밀보호법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위해 대화에 참여하지 않는 제삼자가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누설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A씨가 말을 못하는 B군에게 막말을 한 것을 ‘대화’로 볼 것인가가 쟁점이었다. ‘대화’라고 인정할 경우 법에서 금지한 ‘타인 간의 대화 녹음’에 해당하기 때문에 녹음 파일은 법정에서 증거로 사용될 수 없다.

오 부장판사는 “피해 아동이 의사표현을 하지 못하는 점을 감안하면 ‘대화’라기보다는 A씨 스스로 감정이나 생각을 표출하는 독백에 가깝다”면서도 “B군이 울음 등으로 의사를 표시하는 것에 대해 A씨가 야단을 친다는 의미에서 말을 한 것이어서 타인 간의 대화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설령 ‘대화’가 아니라고 판단해도 B군 어머니가 녹음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진실 발견이라는 공익이 A씨의 사생활 비밀과 자유, 인격권보다 반드시 우월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녹음파일은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했다.

녹음파일 내용 중 A씨가 B군을 때린 것으로 추정되는 소리는 ‘대화’가 아닌 ‘음향’이어서 적법한 증거로 인정됐다. 하지만 오 부장판사는 “A씨가 실제로 B군을 때렸는지, 아니면 다른 도구로 사물을 두드린 것인지 분명하지 않아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 “정서적 학대 행위 자백했지만 다른 증거 없어 무죄”
A씨는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막말 등 일부 정서적 학대 행위에 대해선 자백했다. 하지만 법원은 다른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는 A씨의 자백만으로 유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오 부장판사는 “A씨가 B군에게 욕설을 한 사실에 대해서는 자백을 하고 있지만 A씨의 자백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유일한 증거에 해당하고, 그 자백을 보강할 만한 다른 증거가 없어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헌법은 피고인의 자백이 피고인 자신에게 불리한 유일한 증거일 때는 법원이 이를 근거로 유죄라고 판단하거나 처벌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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