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한마디 안한 김정은에… '한미훈련 중단' 안겨줬다

입력 2018.06.13 03:00

[6·12 美北정상회담]
- 韓美 연합훈련 중단
트럼프 "괌에서 6시간 날아와 훈련, 돈 정말 많이 들고 도발적"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2일 기자회견에서 한·미 연합훈련 중단 입장을 밝히면서 비용 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워 게임을 중단할 것이다(We will be stopping the war games). 그렇게 하면 굉장한 비용이 절감될 것"이라며 '연합훈련' 대신 '워 게임'이라는 표현을 썼다. '워 게임'은 원래 컴퓨터를 활용한 모의연습(시뮬레이션)을 지칭하는 군사 용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그걸 워 게임이라고 부른다"며 다소 비하하는 듯한 뉘앙스의 말을 했다. 그는 "워 게임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며 "한국과 협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미·북 정상회담을 마치고 서명한 공동성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미·북 정상회담을 마치고 서명한 공동성명. /AFP 연합뉴스
국방부는 "현시점에서는 발언의 정확한 의미나 의도 파악이 필요하다"고 밝혔지만, 한·미 간 협의 과정에서 사실상 훈련 중단이 결정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6시간 반씩 괌에서 (폭격기 등이 한반도로) 날아오는데, 훈련을 한 뒤 다시 오랫동안 걸려 괌으로 날아가는 데 정말 많은 비용이 든다"며 "바로 이웃 국가(a country right next to)에서 이런 것(훈련)을 한다면 매우 도발적(provocative)인 상황일 것"이라고까지 했다. 대북 억지를 위한 필수적 조치로 평가돼온 한·미 훈련을 북한 입장에 서서 돈만 드는 도발적인 일로 폄하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사례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때 B-1 폭격기 등 전략자산이 괌에서 한반도로 여러 차례 출동한 것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국도 비용을 일부 지급한다고 언급한 점에 비춰 전략자산 출동보다는 한·미 연합훈련을 염두에 둔 것으로 분석된다. 연간 한·미 연합훈련 비용은 1000억원 이상이 드는데 이 중 600억~700억원 이상을 미측이, 나머지 300억~400억원 이상을 한국 측이 부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 전략자산 출동 비용은 우리가 부담하지 않아 왔다. 한·미 연합훈련 중 8월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과 3월 키 리졸브 연습이 '워 게임' 형태로 실시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회담 모두 발언에서“우리는 모든 것을 이겨내고 이 자리까지 왔다”고 말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있다.
김정은에 '엄지척' - 미·북 정상회담이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열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회담 모두 발언에서“우리는 모든 것을 이겨내고 이 자리까지 왔다”고 말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있다. /AFP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이 같은 발언을 한 것은 북한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체제 안전 보장의 하나로 훈련 중단을 요구했기 때문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3월 우리 특사단을 만났을 때는 "통상적 수준의 한·미 훈련을 이해한다"고 했지만, 북 매체 등을 통해 끊임없이 한·미 연합 중단을 요구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 간 안보 문제를 단순히 '돈 문제'로만 보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군 안팎에선 그의 발언이 방위비 분담금 압박 차원을 넘어 '본심'이 나타난 것이란 관측이 많다. 비용 절감을 위해 한·미 훈련을 중단하고 싶은 터에, 북측이 이를 요구하자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차원에서 공개적으로 언급했다는 것이다. 문정인 대통령 안보특보 등 여권 일부 인사도 한·미 훈련 중단을 거론해 왔다.

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과거와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다"며 "과거에도 대화가 계속되는 동안에는 그런 것(훈련 축소나 중단)을 고려해 보겠다는 입장 아니었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까지 북한의 한·미 연합훈련 중단 요구가 잇따랐다는 점에서 당장 오는 8월로 예정된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의 중단 또는 대폭 축소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방부와 주한미군은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은 예정대로 실시한다"는 공식 입장을 취해왔다.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을 빌미로 연합훈련 중단을 더욱 거세게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14일 열릴 남북 장성급 회담이 그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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