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적대관계 푼 12초 악수… 김정은 "판타지 영화로 보일 것"

입력 2018.06.13 03:00

[6·12 美北정상회담]
- 134분 단독·확대회담
6월 12일 상징해 성조기·인공기 6개씩 회담장에 교차로 장식

12일 오전 9시 4분(현지 시각) 싱가포르 센토사섬 내 카펠라 호텔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은 12초간의 악수로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남색 정장에 붉은색 넥타이 차림이었고, 김정은은 뿔테 안경에 인민복을 입었다. 그들 뒤로 회담일인 6월 12일을 상징해 성조기·인공기가 6개씩 총 12개가 교차로 걸렸다.

양 정상은 호텔 회랑에서 서로를 향해 걸어 나왔고,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 키가 188㎝인 트럼프가 20㎝쯤 작은 김정은을 내려다보고 악수하며 왼손을 김정은의 팔에 가볍게 얹었다. 트럼프식 '거친 악수'는 아니었다. 백악관 공동 취재단은 김정은이 영어로 "Nice to meet you, Mr. President(만나서 반갑습니다 대통령님)"라고 말했다고 밝혔다가 '확실치 않다'고 정정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첫 인사를 나누고 있다.
첫 악수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첫 인사를 나누고 있다. /AFP 연합뉴스
두 정상 사진 촬영에서 김정은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잠시 대화할 때는 그의 팔에 손을 올리는 등 '기 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려는 모습도 보였다. 회담장으로 이동할 때 김정은이 입구를 지나쳐 두리번거리자 트럼프 대통령이 등을 가볍게 치며 방향을 알려줬다.

트럼프 대통령은 단독 회담 전 모두 발언에서 "회담이 엄청나게 성공할 것이며, 만나게 돼 영광"이라고 했다. 김정은은 "발목을 잡던 과거가 있고 그릇된 관행들이 때로 우리 눈과 귀를 가리고 있었는데, 모든 것을 이겨내고 이 자리까지 왔다"고 했다. 이를 들은 트럼프가 엄지를 추켜올렸다.

회담장에 먼저 나타난 김정은

앞서 이날 오전 8시 1분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비스트(야수)'라고 불리는 전용차를 타고 숙소인 샹그릴라 호텔을 출발해 8시 14분 카펠라 호텔에 도착했다. 김정은은 트럼프보다 11분 늦은 오전 8시 12분 숙소인 세인트레지스 호텔을 나서 8시 30분쯤 도착했다. 주요 도로는 회담 3시간 전부터 통제됐고, 구르카 용병 등 5000여 경비·경호 인력이 투입됐다.

김정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2일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 발코니에서 단독정상회담을 마친 뒤 취재진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발코니 환담 - 김정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2일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 발코니에서 단독정상회담을 마친 뒤 취재진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김정은은 환한 표정으로 손을 흔들었다. /AP 연합뉴스
호텔에 먼저 도착한 이는 트럼프였지만, 김정은이 먼저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오전 8시 54분 굳은 얼굴로 차에서 내려 서류 가방과 안경을 든 채 회담장으로 들어가자, 5분 뒤 트럼프 대통령이 나타났다. 외교 관례상 두 정상이 나란히 서는 경우 정면 왼쪽이 '상석(上席)'인데, 이날은 처음부터 김정은이 왼편에 섰다.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가 김정은을 초청한 모양새를 취한 것"이라며 "싱가포르도 양국 국기 배치 등 의전에 각별히 신경을 쓴 듯하다"고 했다.

김정은 비핵화 질문엔 묵묵부답

양 정상은 오전 9시 16분부터 통역만 배석시킨 채 단독 정상회담을 가졌다. 김정은 통역은 김주성 외무성 요원, 트럼프 통역은 국무부 이연향 통역국장이 맡았다. 통역학 박사인 이 국장은 서울예고, 연세대 성악과 출신으로 2000년대 초부터 국무부 통역관으로 일했다. 그는 이날 '북한'이라는 단어 대신 '조선'을 사용했다. 단독 회담은 예정보다 9분 짧은 36분 만에 끝났다. 회담 중 밖에서 대기하던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트위터에 미·북 수행단이 함께 TV를 보는 사진을 올렸다.

양 정상은 회담 후 호텔 발코니를 함께 걸으며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큰 소리로 회담 결과를 묻는 기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매우 좋았다. 큰 딜레마를 해결할 것"이라고 했다. 김정은은 트럼프에게 "전 세계 많은 이들이 이번 회담을 판타지, 공상과학 영화로 생각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비핵화를 할 겁니까" "핵무기를 포기할 겁니까"라는 취재진 질문에는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美 폼페이오·볼턴·켈리 vs 北 김영철·리수용·리용호

오전 9시 56분부터 열린 확대 정상회담에는 양 정상의 핵심 참모 3명씩 배석했다. 미국에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나왔다. '대북 강경파'인 볼턴은 북한이 가장 경계하는 인물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시켰다. 북에선 김영철 통일전선부장과 리수용 국제부장, 리용호 외무상이 배석했다.

김정은이 회담 전 "이 자리에 마주한 것은 평화의 전주곡"이라고 하자, 트럼프가 "동의한다"고 했다. 1시간 38분간 진행된 확대 회담에선 정상 간 합의문이 최종 검토됐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