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코니 환담, 100보 산책… 트럼프 "둘다 날씬해 보이게 찍어달라"

입력 2018.06.13 03:00

[6·12 美北정상회담]
- 오찬, 산책, 합의문 서명
오찬 메뉴로 오이선·소갈비·대구조림… '햄버거 대화'는 불발

확대 정상회담 이후 이어진 업무 오찬과 산책, 합의문 서명식 분위기는 시종일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주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오전에 트럼프 대통령을 처음 만났을 때보다는 덜 긴장한 듯 보였지만 각국 취재진 앞에서는 거의 입을 열지 않았다.

확대회담을 마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은 오전 11시 34분(현지 시각) 카펠라 호텔 식당에 마련된 업무 오찬장에서 다시 얼굴을 맞댔다. 두 정상과 참석자들은 긴 식탁을 사이에 두고 마주 섰다. 오찬에는 오전 확대회담 배석자 외 그동안 판문점과 싱가포르에서 실무 협상을 주도해온 성 김 주(駐)필리핀 미국 대사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등도 합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진 취재진에게 "(우리가) 멋지고 잘생기고 날씬해 보이냐"며 농담을 던졌다. 김정은은 웃음 짓기만 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50분간 오찬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서 오찬장에 입장한 뒤 테이블 앞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AP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6월 대선 유세 때 "김정은과 함께 햄버거를 먹으며 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이 '햄버거 오찬'을 상상했지만 불발됐다. 대신 한식과 양식, 싱가포르 음식이 어우러진 메뉴가 올랐다. 미·북 화합을 상징하는 동시에 개최국인 싱가포르를 부각시켰다. 오이에 소를 채운 한국 궁중 음식 오이선과 미국식 새우 칵테일, 싱가포르에서 널리 먹는 샐러드 '케라부'가 전채로 등장했다. 메인 요리로 소갈비조림과 대구조림, 싱가포르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는 중국계가 즐기는 양저우식(式) 볶음밥이 나왔다. 양식인 초콜릿 타르트와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후식이었다. 오찬은 약 50분간 진행됐다.

오찬 뒤에는 4·27 남북 정상회담 당시 판문점에서 벌어졌던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의 '도보다리 산책'을 재연하는 듯한 장면이 연출됐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은 카펠라 호텔 본관 안쪽 잔디밭의 사잇길을 30m가량 걸으며 대화를 나눴다. 통역만 대동했다. 40여 분간 깊은 대화가 오갔던 도보다리 산책과 달리, 동행은 1분여에 그쳤다. 공개된 영상에 따르면 100여 걸음 걷는 동안 김정은은 거의 입을 열지 않았고 트럼프 대통령의 말에 간간이 웃음을 터뜨리는 듯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1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카펠라호텔 경내를 산책한 뒤 자신의 전용 차량인‘캐딜락 원’으로 향하고 있다.
"이 차가 캐딜락 원" - 트럼프 대통령이 1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카펠라호텔 경내를 산책한 뒤 자신의 전용 차량인‘캐딜락 원’으로 향하고 있다. /스트레이츠 타임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호텔 본관 앞에 주차된 자신의 전용차 '캐딜락 원'을 김정은에게 보여주는 '깜짝 쇼'를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비스트(야수)'로도 불리는 캐딜락 원 방향으로 손짓을 하자 경호원이 평소 트럼프 대통령이 타고 내리는 뒷좌석 오른쪽 문을 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에게 내부를 들여다보게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비스트에 타볼 것을 제안했으나 김정은은 망설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오후 1시 42분 합의문 서명식장에 다시 나타났다. 문을 열고 나란히 걸어온 두 정상은 탁자에 나란히 앉은 뒤 각자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김여정 제1부부장이 건네주는 합의문에 서명을 했다. 김정은은 "지난 과거를 걷고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역사적인 서명을 한다"며 "세상은 중대한 변화를 보게 될 것"이라는 내용의 짧은 발언을 내놨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의 성과를 자랑하는 말을 쏟아냈다. 그는 "오늘 일어난 일에 대해 엄청난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또 "사람들이 예측했던 것보다 훨씬 좋은 결과"라며 "앞으로 더 많은 진척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확대 정상회의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서 확대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싱가포르 통신정보부
트럼프 대통령은 카펠라 호텔에 머무르다가 오후 4시부터 한 시간가량 기자회견을 했다. 그 뒤 곧바로 싱가포르 파야 레바 공군기지로 이동해 오후 6시 32분 전용기 '에어포스 원'을 타고 떠났다. 반면 김정은은 서명식이 끝나자마자 전용차를 타고 카펠라 호텔을 벗어났다. 기자회견도, 특별한 퇴장 행사도 없었다. 오후 2시 15분쯤 숙소인 세인트레지스 호텔에 돌아온 그는 객실에서 휴식을 취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지켜본 것으로 추정된다. 김정은은 오후 10시 21분 세인트레지스 호텔을 출발해 귀국길에 올랐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