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중심은 나야 나!"… G7정상들의 '내맘대로 포토'

조선일보
  • 이철민 선임기자
    입력 2018.06.13 03:00

    정상들이 트위터에 올린 사진들, 같은 상황이 다른 모습으로 나와
    백악관이 올린 사진에선 정상들이 웃고 있어… 美 고립상황 숨겨

    지난 10일 각국 주요 매체에는 전날 캐나다에서 끝난 G7(주요 7개국) 정상회담 분위기를 압축적으로 전달하는 한 장의 사진이 실렸다.

    회의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사진 속 주인공이다. 사진은 입을 꽉 다물고 팔짱을 끼고 앉아 있는 트럼프 대통령 맞은편에 메르켈 총리가 탁자에 손을 짚고 무언가 말하는 모습이다. 마크롱 대통령과 메이 총리도 메르켈 옆에 나란히 서 있다. 이들은 함께 트럼프에 맞서는 듯한 모습이다. 아베 총리는 맞서 있는 미국과 유럽 정상들 옆에서 팔짱을 끼고 서서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시킨 무역전쟁에서 G1(미국)과 나머지 G6가 대립하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진이다. 이 사진에서 반(反)트럼프 진영의 수장은 단연 메르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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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①메르켈 독일 총리가 다른 정상들을 대표해 앉아 있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다그치는 듯한 자세로 맞서고 있다(메르켈 트위터). ②트럼프 대통령이 발언하고 있지만 사진 속 중심인물은 아베 일본 총리이다(아베 트위터). ③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미국을 제외한 G6의 입장을 대변하듯 말하고 있다(마크롱 트위터). ④정상들이 마치 조언이나 구하듯 트럼프 주변에 둘러서서 그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백악관 트위터).
    이 장면을 찍은 또 다른 사진이 있다. 등장인물은 같지만 사진 속 중심인물은 마크롱이다. 마크롱은 왼손 손가락을 모으며 앞쪽에 앉아 있는 트럼프를 향해 무언가 열변을 토하고 있다. 손동작까지 곁들인 그의 주장을 주변에 둘러서 있는 모든 정상이 경청하고 있다.

    같은 장면을 찍은 사진이지만 두 사진의 주인공이 완전히 다른 것은 사진의 출처를 보면 이해할 수 있다. 첫 번째 사진은 독일 정부의 사진사가 찍은 것을 메르켈 총리가 자신의 트위터에 게재한 것이다. 두 번째 사진은 마크롱 대통령의 트위터에 올라온 것이다.

    두 사람뿐만 아니다. 메르켈과 마크롱의 트윗 사진에선 초점 없는 눈으로 방관자인 양 서 있었던 아베 총리도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사진에서는 대화의 중심에 서서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이다. 사진의 중심에서 앞쪽 탁자에 손을 짚고 말을 하고 있는 트럼프를 노려보고 있다.

    미 백악관이 올린 사진은 정반대 해석도 가능케 한다. 모두 트럼프의 입만 보고 있고, 아베와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등은 웃기까지 한다. 트럼프의 말을 경청하고 있는 정상들의 뒤쪽에서 사진을 찍어 긴장감이라곤 느낄 수 없다.

    메르켈 사진에선 보이지 않던 개최국 총리인 트뤼도는 트위터에 트럼프 옆에 자리하며 다른 정상의 발언을 주의 깊게 듣는 사진을 올렸다. 심지어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당인 '오성운동(M5S)' 대표의 개인 변호사였다가 하루아침에 총리가 된 주세페 콘테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선 트럼프 곁에 서서 서류를 보며 토의에 참여하고 있다.

    각국 정상이 올린 사진을 보면 마치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웅변하는 듯하다.

    뉴욕타임스는 11일 "미국의 가장 가까운 우방들이 트럼프의 완고함에 맞서는 것인지, 그의 조언과 지혜를 얻고자 둘러선 것인지는 각도에 따라 달리 보일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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