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의 브레인 스토리] [294] 이동 본능의 재발견

조선일보
  •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입력 2018.06.13 03:13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인간이란 과연 무엇일까? 문명을 세우고 과학과 철학을 만들어낸 위대한 존재일까? 아니면 전쟁과 학살을 반복하는 악마 같은 짐승일까? 분명한 것은 인간의 본질에는 언제나 움직이고, 이동하고, 새로운 장소를 찾아 헤매는 존재적 불안감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언제나 '호모 모빌리쿠스', 이동하는 사람이었으니 말이다.

    30만년 전 탄생한 호모 사피엔스는 약 1만년 전 정착해 농사를 짓기 시작했으니 1만년의 정착 역사보다 29만년의 이동 경험이 인류의 본성에 더 많은 영향을 준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인류는 왜 정착하기 시작한 것일까? 우리는 언제나 경험을 추구한다.

    배가 고프면 배부름을 경험하려 하고, 추우면 따뜻함을 경험하게 해주는 집과 옷을 찾는다. 하지만 정착하기 전 인류의 경험은 언제나 실시간적으로만 가능했다. 배가 고프면 지금 당장 사냥을 나가야 한다는 말이다. 반대로 농업과 도시는 미래에 필요한 경험을 미리 저축하도록 해준다. 내년에 필요한 곡식을 올해 미리 농사지을 수 있고, 다음 주 올 비를 대비해 미리 단단한 지붕과 벽을 만들어 놓는다. 모빌리티를 포기한 대신 인류는 미래의 경험을 준비할 수 있는 타임머신을 가지게 된 것이다.

    미래 경험의 준비는 소유를 의미하고, 소유는 이미 가진 것을 지키려는 자와 아직 가지지 못한 것을 얻으려는 자들의 끝없는 갈등의 기원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소유는 동시에 비효율성의 원인이기도 하다. 단 하루 못을 박기 위해 1년 364일 사용하지 않는 망치를 소유해야 하니 말이다.

    코워킹 스페이스, 에어비앤비, 카셰어링. 기술의 발전은 이제 우리가 소유하지 않는 것들조차도 경험하게 해준다. 원하는 경험을 소유를 통해서만 할 수 있었기에 모빌리티 본능을 포기했던 인류. 소유하지 않으면서도 원하는 경험을 할 수 있게 된다면 우리는 이제 다시 내면에 꼭꼭 숨겨두었던 나 자신만의 호모 모빌리쿠스를 재발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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