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분석] "미북 정상회담, 북한의 완전한 승리…9·19 공동성명보다 후퇴"

  • 정치부
입력 2018.06.12 17:30 | 수정 2018.06.12 20:19

12일(현지시각)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합의문에 서명하고 있다. /AP·연합뉴스
12일(현지시각)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합의문에 서명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서 첫 정상회담을 갖고 완전한 비핵화, 평화체제 보장, 미북 관계 정상화 추진, 6·25 전쟁 전사자 유해송환 등 4개항에 합의했다.

이날 합의문에 대해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북한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이번 합의문은 이란 핵 협상 합의문이나 9·19 공동성명보다도 후퇴했다”며 “한반도 비핵화는 상당부분 미완의 과제로 남을 수 밖에 없게 됐다”고 평가했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도 “예상한 수준보다도 합의문 수준이 너무 낮아서 의아할 정도”라고 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추후 고위급 회담을 이어간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남주홍 경기대학교 교수는 “폼페이오 장관이 평양을 간다든지 고위급 회담을 하는데에는 굉장히 많은 절차와 단계가 필요하다”며 “그 과정에서 시간을 끌게 되면 결국 북한이 원하는대로 핵 동결을 하게 된다. 구체적인 협상을 전부 후속회담에 맡겼는데 절대 미국 뜻대로 안될 것”이라고 했다.

반면 두 정상의 만남 자체에 의미가 있다는 일부 견해도 있었다. 김형석 전 통일부차관은 "1950년대부터 있었던 적대관계가 해소된 것에 의미를 둬야 한다"며 "비핵화와 관련해 구체적인 문안을 내놓을 수 있는 수준이 안됐을 뿐, 이날 분명히 얘기가 됐을것"이라고 말했다.

◇김형석 전 통일부 차관

“이번 회담은 양 정상이 새로운 관계의 출발, 시작에 초점을 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과 북한의 체제 안전 보장이라는 포괄적인 내용이 나온 것이다. 구체적인 후속조치에 대한 합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지만, 수십년간 적대관계가 지속된 양국 정상의 만남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선언적이지만 미북이 과거하고는 다른 새로운 방향으로 가겠다는 양 정상의 의지가 반영된 합의문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구체적 조치가 담기지 않았다는 점에서 북한 비핵화 문제가 결코 쉽지 않은 문제라는 점을 실증한 회담이 아니었냐는 평가도 나올 수 있다. 합의 조항들을 보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양국 관계 정상화, 당면한 핵문제 해결 노력, 인도적 협력 등이 담겼다. 비핵화의 구체적인 부분은 성킴 전 주한 미국대사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계속해서 협의를 했지만 합의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던 것 같다. 합의문에 '완전한 비핵화(complete denuclearization)'란 표현이 나오긴 했지만, (비핵화의) 타임테이블과 초기단계의 비핵화 조치, 북한이 원하는 체제보장과 경제지원에 대한 것은 최종 합의가 어려운 것 같다는 뜻이다. 합의문엔 없지만 구체적 조치에 대한 부분은 실무적으로 분명히 협의가 됐을 것이다. 양측이 합의할 수 있는 수준이 안 됐기 때문에 이번 합의문에서 빠진 것으로 보인다.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폐기)가 선언문에 담기지 않은 것은 기술적인 부분이다. 북한으로서는 상대방이 만든 용어나 개념을 받아들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원칙적인 문제는 없던 것 같다. 합의가 안 된 구체적 부분에 대해서는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등이 지속해서 협의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국제사회와 협의해 대북제재를 완화한다든지, 북한이 핵폐기와 관련한 진척을 보인다든지 현상 변화가 있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최종적 비핵화까지의 우리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번 회담은 지난 판문점 합의(남북정상회담)를 재확인한 것이다. 크게 봐서 이날 양국이 관계 정상화, 북한 비핵화로의 출발에 합의했기 때문에, 앞으로 우리가 적극적으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서 한반도 문제에서의 성과를 만들어내야 하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본다."

◇남성욱 고려대학교 교수

“일단은 김정은 위너, 트럼프 루저로 승패가 갈렸다. 이건 이란 핵협상 합의문이나 9.19 공동성명보다 후퇴했다. 트럼프가 국내 정치일정에 쫓겨서 자신들의 원하는 CVID 하나 못 집어넣고 김정은 승리자로 만들어준 상태에서 합의문이 나왔다. 트럼프는 역시 비즈니스 맨이라 북핵 문제를 이해를 못하고 있다. 그런 상태에서 회담에 나왔고, 그래서 상대방이 CVID 타임테이블을 못받겠다니까 북한 요구를 받는 식으로 용두사미로 끝났다. 전임 3명의 미국 대통령은 이런 걸 못해서 안한게 아니다. 이렇게 밖에 못하니까 안한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는 상당부분 미완의 과제로 남을 수 밖에 없게 됐다.
추후 고위급 회담 얘기 했지만 정상 간 만나서도 안되는 난제를 국무장관들이 만나서 어떻게 진도를 나가겠나. 완전한 비핵화는 북한이 주장하는 비핵화다. 북한 비핵화 뿐 아니라 미국 비핵화를 얘기하는 것이다. 그래서 판문점 선언에서 집어넣었던 문장이다. 트럼프는 북핵 문제의 본질을 모르고 달려들었다가 판을 깨자니 본인이 굉장히 궁지에 몰릴 것이기 때문에 북한이 원하는 걸 받고 떠났다. 지난 번에 한번 편지를 보내며 회담 취소를 예고 했을때 CVID와 타임테이블 넣는 합의문을 만들었어야 했다. 트럼프는 문제 본질을 이해 못한거다. 본인에 대한 과신이 지나쳤다.
트럼프는 중간 선거까지 이걸 가지고 장사를 할 것이다. 국내 정치에서 어려움 극복하고 뮬러 특검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할려 할 것이다. 대단히 실망스럽다. 우리 정부는 미북 양측이 사진찍고 합의했다고 하니 남북관계의 가속 페달을 밟을 것 같다. 합의문에 '체제 보장 약속'을 함으로써 트럼프는 김정은에 큰 선물을 줬다.(미국 입장에서) 줄거는 주고 받을 건 못 받은 회담이다. 북한은 승리했다.”

◇남주홍 경기대 교수

“이번 회담은 지극히 원론적인 합의수준에 불과하다. 1항부터 4항까지 들여다보면 1항과 2항은 북한 입장을 많이 반영했다. 3항과 4항은 미국의 입장을 반영 했다. 첫번째 항은 미북 관계 정상화에 대한 노력을 경주한다는 내용이다. 두번째는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다는 것이다. 평화체제란 종전선언, 평화협정, 그리고 관계 정상화 수순이다. 세번째는 판문점 선언의 재탕이다. 재확인이다. 그야말로 ‘새로운 내용이 없다(NOTHING NEW)’다.
4항은 이쪽의 신뢰구축 조치다. 신뢰구축 조치로선 굉장히 미약한 내용이다. 신뢰구축 조치가 나오려면 3항에 이어 북한의 핵 폐기에 대한 무슨 제스처가 나와야 되는데 미국이 말하는 핵무기 반출 등의 내용이 나오지 않고 엉뚱하게 70년 전 실종자 유골 발골하는데 협조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건 현안을 다루는게 아니라 과거부터 내려왔던 양측 간 유골발굴을 하겠다는 건데 지금까지 해왔다. 가속화 시켜달란 얘기다.
이번 합의문 지극히 실망스럽다. 구체적인 내용 없고 모든 구체적 내용은 폼페이오가 이끄는 후속회담에서 한다는건데 시간과의 싸움이다. 후속회담이 한 번에 끝날 지 의문이다. 전부 폼페이오가 (협상장에) 나가는 것도 아니고 성김과 최선희가 만나듯 실무자 만나고 왔다갔다할 것이다. 굉장히 많은 절차와 단계가 필요하다. 이렇게 시간을 끌면 북핵은 기정사실화 되는 것이다. 결국 북이 원하는 핵 동결을 해놓고 기존에 있는건 건드리지 말아라, 즉 핵 군축이 되버릴 가능성이 있다. 구체적인 협상은 전부 후속회담에 맡겨버렸다. 그럼 절대로 미국 뜻대로 안 된다.
미국이 이런 합의문에 서명한 건 정치적 배경 때문이다. 트럼프가 과거와 다른걸 보여주겠다고 했다. 과거 실수 되풀이 안 하겠다고 했다. 이번에는 다를거라고 누누히 얘기 했다. 그런데 이번 내용은 과거보다 더 잘못돼 있다. 2005년 9·19 공동성명을 보면 굉장히 구체적이다. 북한 비핵화 검증, 핵포기, 북한과 관계 개선, 에너지 지원 다 구체적으로 들어가있다. 1994년 제네바 합의문도 그렇게 돼 있다. 북핵을 포기하면 관계 개선도 하고 남북대화를 도와주고 그런 내용이 들어가 있다. 이번 합의문은 구체적 내용이 하나도 없고 오히려 후퇴한 걸로 보인다.
북한의 체제 보장을 약속한다는 내용은 트럼프의 레토릭(수사)일 가능성이 높다. 미 의회 승인이 필요한 협약이 있어야 하는 사항이다. 불가침 협약이나 평화협약이 필요하고 예산이 뒷받침 돼야 한다. 대통령이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 당신의 의지의 표명이지 실질적으로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현재 보도된 것만으로는 김정은이나 트럼프의 발언과 합의문의 수준이 일치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따라서 트럼프가 직접 회견하는 내용, 또 합의문 외에 다른 부속합의 문구가 있는지 전반적으로 본 뒤에야 이번 합의문에 대해 평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트럼프가 '이번 합의는 아주 잘 됐다'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이 합의문은 트럼프의 말에 비해선 너무 평범하다. CVID 문구가 없다고 해서 합의서가 수준미달이냐, 또는 잘됐냐 이런 식으로 말할 수는 없다. 중요한 건 부속 합의서를 봐야한다. 1994년 제네바합의 역시 부속합의서에 아주 상세하게 나와있다. 일단은 트럼프의 발표와 전체 내용을 봐야 평가할 수 있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

“트럼프가 ‘세기의 디지털 리얼리티 쇼’를 연출한 것인데, 사실 예상했던 것보다 합의문 수준이 너무 낮아서 의아할 정도다. CVID가 쟁점이었고, 적어도 뉘앙스라도 비슷하게 합의문에 들어갈 거라 생각했는데, '검증가능한'이라는 핵심 내용이 없다. 또 '빠르게'보다는 '1~2년 내' 라는 식으로 시한을 설정하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표현도 명확하지 않다. 이렇게 불명확한 부분에 대해 트럼프가 기자회견에서 어떻게 설명하는지를 일단 봐야 알겠지만, 일단 합의문 자체는 판문점선언과 그리 달라진 게 없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북한과의 합의는 여러번 있었지만, 결국 모든 문제는 디테일 속에서 이행되지 않은 전례가 있지 않았나.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처럼, '리얼리티 쇼'와 같은 역사적 만남은 있었지만, 미북 정상 간에 완전한 비핵화를 어떻게 이끌어낼지는 여전히 큰 과제로 남았다. 물론 원래 정상회담 합의문은 원론적으로 나오는 것이지만, 아주 야단이 났던 상황속에서 나온 합의문이라 하기엔 핵심 쟁점들이 빠졌다는 점에서 수준이 낮다. 기대가 너무 높았다고 생각한다."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

“북한의 완전한 승리다. 북한이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를 한다는 것은 조선반도 비핵지대화, 이어서 한미동맹 와해를 완전히 실현하겠다는 뜻이다. 미군 유해 발굴과 보상을 미끼로 걸었으니 미국도 제재를 허무는 격이 됐다. 북한이 유해를 발굴해 미국에 넘기면 한 구당 얼마씩 재정적으로 보상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미국내에서 엄청난 비판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폼페이오 장관이 후속회담을 한다고는 하지만 미북회담 성공 또는 실패의 핵심은 CVID 를 하느냐 마느냐다. 이번 미북 정상회담에서 CVID가 합의되지 않았는데 후속회담서 뭘 하겠나 싶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

“트럼프와 미국이 얘기한 목표치와 비교해서 굉장히 낮은 수준의 합의다. 무엇보다 CVID가 문구로 명시되지 않아 지난 4월 27일 나왔던 판문점 선언의 ‘완전한 비핵화’와 크게 다르지 않을뿐더러, 추후 비핵화 일정도 들어가지 않았다. 그래서 과거 합의에 비해 그렇게 진전됐다고 보기 힘들다. 또 ‘북한’이 아닌 ‘한반도’의 비핵화를 언급한 부분은 나중에 북한에서 미국의 핵 전략자산을 문제 삼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결국 북한은 ‘평화체제’와 ‘관계 정상화’라는 2가지 선언적 조항을 받아간 것에 반해, 미국은 CVID를 반 정도만 받고 유해송환 하나를 덤으로 받은 수준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이런 합의가 나온 이유는 전날 성김 미국 주(駐)필리핀 대사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등 양국 실무진이 합의하지 않은 채, 양 정상이 체면을 차리기 위해 최소한의 수준으로 합의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요컨대 미국과 북한이 파국을 면할 수 있는 최소치를 담아낸 합의문이다. 미국과 북한 모두 파국으로 가기 원하지 않는다는 신호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다만 그 이상의 실질적인 조치는 없으므로, 한두 달 정도 더 폼페이오와 북한의 협상을 지켜봐야 한다.
한국 국익 차원에서 생각하면, 비핵화가 상당히 미흡하고 추후 비핵화 일정이 없다는 점을 고려할 때 불가역적이기보다 가역적인 비핵화라는 점에서 불안하다. ‘평화’와 ‘관계 정상화’라는 북한의 공세는 더 강하게 나올 가능성이 증가했지만, 우리로서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확실한지 아직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미국은 북한을 더 몰아쳐 더 얻어낼 수 있었는데, 굳이 6월 12일로 시한을 못 박아 회담을 해야 했나 싶은 아쉬움이 있다.
한국 정부는 판문점 선언에서 얘기한 '완전 비핵화'가 무슨 의미인지 명확히 해야 했다. 문 대통령이 판문점 선언에서 '북한이 말하는 비핵화'의 개념이 한국과 다르지 않다고 했는데, '한국이 말하는 비핵화'가 무엇인지 명확히 했다면 미북 정상회담에 기준점을 제시할 수 있었다. 또 경제협력과 평화체제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그림이 나왔을 텐데, 이 부분을 명확하게 짚고 넘어가지 않아 비핵화 프로세스를 미국에 넘겨버린 것과 마찬가지가 됐다. 한국 정부가 북핵 문제에 대해 관조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는데, 한국이 북핵의 가장 큰 피해자이면서도 뒤로 물러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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