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北협상팀, 마지막 날 오전·오후·밤까지 밀고 당겼다

입력 2018.06.12 03:05

[오늘 美北정상회담]
회담 전날 성김·최선희 3차례 만나… 별도 협상채널도 가동

"북한은 미·북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실천 계획과 행동'을 내놓아야 한다. 남북 회담 때처럼 '비핵화 의지'라는 모호한 문구로 넘어갈 수는 없다."

미·북 정상회담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11일 오후 이같이 말했다. 핵심 쟁점을 둘러싼 미·북 간 '밀고 당기기'가 정상회담 전날까지 계속되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실제로 성 김 필리핀 주재 미국 대사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이날 오전·오후 세 차례에 걸쳐 실무 협상을 했고, 밤에도 양국 간 별도의 협상 채널이 가동된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만남은 통상의 '외교 문법'을 크게 벗어난 상태로 진행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정상회담은 사전에 공동 합의문 문구까지 확정된 상태에서 이뤄지지만, 이번 미·북 회담에선 두 정상이 마주 앉아 실질적인 '딜(거래)'을 해야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 소식통은 "트럼프의 스타일상 회담장에서 사전 조율과 무관한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했다.

◇회담 잘 풀리면 바로 종전 선언 가능

외교 소식통들에 따르면 미·북은 크게 ▲양국 관계 개선 ▲평화 체제 ▲비핵화를 놓고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이 중 비핵화 부분에서 마지막까지 난항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폼페이오가 트위터에 올린 실무회담 사진 - 성 김(왼쪽) 필리핀 주재 미국 대사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미·북 정상회담 하루 전인 11일 만나 회담의 세부 사항 등을 논의하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두 사람의 사진을 함께 트위터에 올리고 ‘싱가포르에서 실질적이면서 세부적인 만남을 갖고 있다’고 적었다.
폼페이오가 트위터에 올린 실무회담 사진 - 성 김(왼쪽) 필리핀 주재 미국 대사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미·북 정상회담 하루 전인 11일 만나 회담의 세부 사항 등을 논의하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두 사람의 사진을 함께 트위터에 올리고 ‘싱가포르에서 실질적이면서 세부적인 만남을 갖고 있다’고 적었다. /폼페이오 트위터
미국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와 관련한 내용이 반드시 공동 문건에 담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행정부는 CVID 용어가 그대로 들어가진 않더라도 이를 의미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진전된 내용이 들어가길 원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이전 정부의 북핵 합의와 차별화를 할 수 없다고 본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미국은 비핵화 시한과 범위, 신고 시설 리스트를 북측에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핵화 시한을 2020년 등으로 못 박고 핵탄두와 핵물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폐기 대상이 적시돼야 한다는 얘기다.

미국은 이에 대한 보상으로는 '미·북 간 종전 선언'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외교 소식통은 "김정은이 12일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결단을 내린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그날 오후에 바로 종전 선언에 서명할 수 있다"고 했다. 북한이 가장 원하는 게 체제 보장인 만큼 평화협정, 미·북 수교, 불가침조약 등의 시작 단계라고 할 수 있는 종전 선언을 '당근'으로 내놓을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 정부는 남·북·미 3자 정상회담을 통한 종전 선언을 추진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미·북 간에 먼저 하고 이후 남·북·미→남·북·미·중 등으로 확대해도 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북한은 이날 오후까지 판문점 선언 수준의 모호한 문구를 주장하며 미측의 요구에 확답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은 아직 양국 간 신뢰가 없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비핵화를 할 수 없다는 방침"이라며 "이 때문에 북한은 이번 회담에서는 기본 원칙만 확인하고, 세부 사항은 후속 회담으로 미루자는 입장인 것으로 안다"고 했다. 다른 소식통은 "북한이 남북 회담 때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카드를 썼듯이 트럼프에게는 '영변 핵 시설 사찰 허용' 등의 카드를 던지고 체제 안전 보장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미 "CVID 아니면 못 받아"

이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싱가포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정은의 결단'을 촉구했다. 그는 "CVID만이 미국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결과"라며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에 대해 진정성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길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우리는 (6자 회담부터) 지난 12년간 쓰였던 공식 이상의 기본 합의 틀(framework)을 갖기를 원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과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제거할 때까지 제재를 유지할 것"이라며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결과를 얻을 때까지 경제 (제재) 완화는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해왔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미국은 이전에 (북한한테) 기만당해 왔었고, 많은 대통령이 북한과 합의했으나 결국 이행되지 않았음을 알게 됐다"며 "중요한 것은 검증이다. 우리는 검증할 수 있도록 충분히 탄탄한 시스템을 설정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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