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12일 열리는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비핵화의 시한(時限)과 범위, 신고 시설 리스트를 명문화하는 데 합의하면 곧바로 종전(終戰) 선언에 서명할 수 있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11일 알려졌다. 미·북은 회담을 하루 앞둔 이날 밤까지 북 비핵화 방안에 대해 막판 조율을 했지만 결론은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12일 오전 10시(한국 시각, 현지 시각 오전 9시)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시작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1대1 담판'에서 이 문제가 최종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 통역만 대동하는 단독 회담을 먼저 할 것"이라며 "단독 회담이 45분간 진행 될 것"이라고 했다. 이후 양측 참모들이 배석하는 확대 정상회담을 1시간 30분간 하고 업무 오찬을 함께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후 5시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다. 미국은 북한에 "'완전한 비핵화' 같은 모호한 문구가 아니라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 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의 시한과 폐기 대상인 핵물질·무기·시설 리스트를 공동성명에 넣어야 한다"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핵화 시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이 있는 '2020년'을 제시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를 북한이 수용하면 미·북 간 종전 선언을 하겠다는 것이다. 미측은 이미 종전 선언 문구도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통화에서도 종전 선언에 관한 의견 교환이 있었다고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미국이 받아들일 수 있는 유일한 결과는 CVID"라며 "북한이 이를 달성한다면 이전과는 다른 체제 안전을 보장하겠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와 오찬에서 "내일(12일) 아주 흥미로운 만남이 있을 예정"이라며 "일이 아주 잘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정은은 이날 숙소에 머물다 밤늦게 주요 관광지를 둘러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이 끝나면 기자회견을 한 뒤 12일 오후 8시 싱가포르를 떠날 것이라고 백악관이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