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대표회의 "재판 거래 의혹, 형사조치 필요… 검찰 고발은 반대"

조선일보
  • 박국희 기자
    입력 2018.06.12 03:01

    10시간 격론, 일부 판사 "고발해야"… 사법발전위 "수사 의뢰" 의견 우세
    전국 법원장들은 "고발 부적절"… 김명수 대법원장 결정만 남아

    각급 법원의 직급별 판사 모임인 전국법관대표회의는 11일 회의를 갖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 및 '재판 거래' 의혹에 대해 "형사 절차를 포함한 진상 조사가 필요하다"고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요구하기로 했다. 다만 대법원이 직접 검찰 고발을 하거나 수사 의뢰를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앞서 김 대법원장은 이 의혹과 관련해 "사법발전위원회, 전국법원장간담회, 전국법관대표회의 등의 의견을 수렴해 형사 조치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고 했다. 이후 외부 인사들이 모인 사법발전위(지난 5일)에선 검찰 고발 의견이 우세했고, 전국법원장간담회(지난 7일)는 '고발 불가' 입장을 냈다. 법관대표회의는 둘 사이에서 절충안을 낸 것이다. 결국 결정 책임은 김 대법원장에게 넘어갔다.

    11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 참가자들이 개회를 기다리고 있다. 이날 회의에는 전국 59개 법원의 판사 115명이 모여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재판 거래’ 의혹에 대한 대응을 논의했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마라톤 회의 끝에 이날 오후 8시쯤 “진상 규명은 필요하나 검찰 고발은 부적절하다”고 결론 내렸다.
    11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 참가자들이 개회를 기다리고 있다. 이날 회의에는 전국 59개 법원의 판사 115명이 모여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재판 거래’ 의혹에 대한 대응을 논의했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마라톤 회의 끝에 이날 오후 8시쯤 “진상 규명은 필요하나 검찰 고발은 부적절하다”고 결론 내렸다. /성형주 기자

    전국 59개 법원의 판사 115명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이번 사태를 논의하고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로 공정한 재판에 대한 신뢰 및 법관 독립이라는 헌법적 가치가 훼손된 점을 심각하게 우려한다"며 "형사 절차를 포함하는 성역 없는 진상 조사와 철저한 책임 추궁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만 법관대표회의 측은 "대법원장이나 법원행정처가 직접 나서 검찰에 고발하거나 수사 의뢰하라는 뜻은 아니다"고 했다. 법관대표회의 관계자는 "검찰에 관련 고발이 많이 이루어져 있는 상황에서 법원이 추가 고발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라며 "이 의혹을 조사한 대법원 특별조사단 조사 결과가 미흡하다는 인식 아래 '수사-기소-재판'의 형사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라고 했다. 이들은 특조단이 비공개 조치한 '양승태 법원행정처'의 컴퓨터 파일 410개에 대한 공개 여부는 다음 회의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그동안 '재판 거래' 의혹을 두고 법원 내부는 둘로 쪼개졌다. "검찰에 고발해야 한다"는 소장 판사들과 "고발은 부적절하다"는 중견 판사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법관대표회의 전체 구성원의 60%에 가까운 70명의 판사가 검찰 수사를 촉구했던 단독판사·배석판사 등 소장 판사들인 만큼 고발 결론이 나올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법관 대표들은 절충안을 택했다. 법관대표회의 관계자는 "직접 영장을 발부하고 재판을 해야 하는 법원 입장에서 검찰 고발 조치를 하거나 수사 촉구 표현을 쓰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판단을 한 것"이라고 했다. 이날 회의에서 일부 판사는 "고발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으나 "대법원장이 직접 고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다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회의 내용을 검토한 후 최종 결정을 내릴 방침이다. 지방선거 일정 등을 감안할 때 오는 14일 이후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고 법원 관계자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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