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에 칼 꽂았다, 지옥에 자리 있다"… 美, 캐나다에 막말 포격

입력 2018.06.12 03:01

캐나다 총리가 G7 후 "관세는 모욕적"이라고 비판한 것에 반발

미국과 캐나다는 국경을 맞댄 이웃 국가이다. 단순한 이웃 수준이 아니다. 프로야구, 프로농구, 프로아이스하키도 양국 팀이 같은 리그에 소속돼 운영한다. 심지어 국제전화 국가번호까지 '1'로 똑같다. 양국은 '형제 국가'라 불릴 정도로 가장 핵심적인 동맹이다.

이런 두 나라 사이에 상상할 수 없던 일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의 등에 칼을 꽂았다" "지옥에는 등 뒤에서 칼을 꽂으려는 외국 지도자를 위한 특별한 자리가 있다."…. 선전포고 직전의 적대 국가 지도자에게나 할 수 있을 법한 원색적인 비난이 10일(현지 시각) 미국 백악관의 핵심 관리들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대상은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였다. 전날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트뤼도 총리에게 "거짓 성명을 냈다. 부정직하며 약해빠졌다"고 비난하는 트윗을 날렸다. 일국의 원수가 상대국 수반에게 '거짓' '부정직'이라는 용어를 쓰는 것은 적국 관계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영국 BBC방송은 미국과 캐나다가 총칼만 없다 뿐이지 '말 전쟁(war of words)'이 폭발했다고 표현했다.

전날 캐나다 퀘벡주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끝난 후 트뤼도 총리는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이 캐나다와 EU(유럽연합)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관세를 부과한 것에 대해 "동맹국에 대해 안보 위협을 이유로 관세를 매긴 것은 모욕적"이라고 비판했다. 이 내용을 보고받고 트럼프 대통령은 미·북 정상회담을 위해 싱가포르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관세 장벽을 줄여나가겠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승인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G7 정상회의에서 채택된 공동성명이 미국 대통령에 의해 거부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이튿날 미국 백악관 관리들은 트뤼도에게 맹공을 퍼부었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CNN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이 G7 정상회의에서 자리를 뜨자마자 공격했다. 그것은 배반이다. 우리의 등에다 칼을 꽂은 것과 같다"고 했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도 폭스뉴스에 출연해 "지옥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배신의 외교를 펼치고 등 뒤에서 칼을 꽂으려는 외국 지도자를 위한 특별한 자리가 있다"고 했다.

캐나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전 주미 캐나다 대사를 지낸 프랭크 매케나는 "이 같은 경멸적 발언을 일삼는 친구는 친구가 아니다"고 되받았다. 이 같은 '말 전쟁' 상황에 뉴욕타임스(NYT)는 "양국 관계가 (영국 군대가 당시 식민지 캐나다에 주둔했던) 1812년 미·영 전쟁 발발 이후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고 우려했다.

갈등은 지난 4월부터 시작됐다. 캐나다가 나프타(북미자유무역협정) 무관세 품목이었던 미국산 치즈 원료용 우유에 관세를 매기자 트럼프는 캐나다가 불공정 무역을 한다며 "수치스러운 일" "우리를 속였다" "참지 않겠다"는 거친 표현으로 캐나다를 공격했다. 최근엔 캐나다산 철강·알루미늄에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트뤼도 총리는 지난달 25일 전화 통화를 갖고 사태 해결을 시도했으나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트럼프가 트뤼도에게 "당신들이 백악관을 불태우지 않았느냐"며 200년 전 일까지 끄집어냈다. 미·영 전쟁(1812~1815년) 당시 캐나다에 주둔하던 영국군이 1814년 8월 백악관과 의회 건물에 불을 지른 것을 거론한 것이다. 당시 '캐나다'라는 국가는 존재하지도 않았다. 캐나다는 1867년에야 영국에서 독립했다.

미국에 수출의 78%를 의존하는 캐나다의 대응은 미국처럼 노골적이지는 않다.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캐나다 외교장관은 이날 "캐나다는 인신공격으로 외교를 하지 않는다"며 "캐나다는 미국의 관세에 절제되고 상응하는 방식으로 보복할 것이다. 항상 대화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 내에서는 백악관 관리들의 '칼' '지옥' 발언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제프 플레이크 상원 의원(공화)은 나바로의 '지옥' 발언이 "공화당 노선에 반하는 것"이라고 했고, 크리스 머피 상원 의원(민주)은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을 세계의 조롱거리로 만들고 있으며 차기 대통령이 회복하기 불가능할 만큼 미국의 신뢰와 영향력을 고갈시키고 있다"고 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안보보좌관을 지낸 수전 라이스는 "나바로가 중국과 전쟁을 일으키려는 자신의 오랜 야망이 실패하자 이제는 캐나다와 전쟁을 획책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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