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정체 모를 4명… "남은 복면도 내가 벗긴다"

입력 2018.06.12 03:01

[화요바둑] 복면기왕 韓3·中1 압축, 前 세계 챔프들 줄줄이 탈락
제작 연습 반복… 비밀 서약도… "바둑계 신선한 재미" 시청률 높아

다크나이트 대 어반자카파(19일), 방탄유리 대 별도아호(20일). 공전의 화제 속에 달려온 'SGM배 월드바둑챔피언십 복면기왕'이 4강 싸움으로 좁혀졌다. 이 두 판 승자가 펼칠 결승 3번기(27~29일)로 패권이 가려진다.

한국 17, 중국 14, 일본 1명으로 출발한 본선 32강 분포가 한국 3, 중국 1명의 4강 구도로 바뀌었다. 4명의 정체는 아직도 베일에 가려있다. 탈락과 함께 복면을 벗은 28명의 면면은 과거 어떤 세계대회보다도 화려했다. '다크나이트'에게 8강전서 패한 '활과제일륜'은 2016년 LG배 챔프인 당이페이로 밝혀졌다. '방탄유리'도 세계 챔프 출신인 천야오예와 신예 강자 신민준의 가면을 벗긴 뒤 이세돌을 제치고 올라온 셰커에게 반집승, 4강 고지를 밟았다.

‘활과제일륜’(왼쪽)과 ‘다크나이트’의 준준결승 모습. 다크나이트가 이겨 4강에 오른 반면, 패한 활과제일륜은 복면을 벗은 결과 세계 챔프 출신 당이페이임이 밝혀졌다.
‘활과제일륜’(왼쪽)과 ‘다크나이트’의 준준결승 모습. 다크나이트가 이겨 4강에 오른 반면, 패한 활과제일륜은 복면을 벗은 결과 세계 챔프 출신 당이페이임이 밝혀졌다. /K바둑
'어반자카파'가 이지현 김승재에 이어 한국 5위 변상일마저 꺾자 박정환이나 신진서가 아니냐는 추측이 나돌고 있다. 이세돌 박영훈 등 한국 우승 후보들이 대거 탈락함으로써 범위가 확 좁혀졌다는 것. '내 아이디를 도용하지 마'란 뜻인 '별도아호(別盜我号)'의 정체도 아직 미궁이다. 그는 홍일점 최정, 전 세계 챔프 원성진, '핸섬가이' 안국현을 제치고 중국 기사로 유일하게 생존했다.

선수들의 정체가 쉽게 파악될지 모른다는 당초 걱정은 기우에 그쳤다. 주최사 K바둑은 하루 전 도착하는 중국 기사들을 호텔 아닌 자사 사옥에 재우고, 별도 대기실에서 복장과 복면을 갖춘 뒤 출전시킬 정도로 보안에 신경을 썼다. 비밀 유지 서약서까지 쓰게 했다고 한다. 자신의 분신 같은 부채를 일부러 빼놓고 입장한 박영훈 등 선수들의 협조도 컸다.

출전 기사들의 복면에 대한 거부감은 생각보다 훨씬 적었다. 이원영은 "상대를 의식하지 않고 대국에만 집중할 수 있어 더 좋더라"고 했다. '별도아호'는 "복면이 좋은 기운을 준다"며 항상 대국을 즐기는 표정이었다. 복면을 쓰고도 간파당한 기사들도 있었다. 천야오예는 특유의 밤송이형 머리가, 이세돌은 대국 중 손등을 긁는 습관 탓에 눈치 빠른 일부 광팬들이 알아보았다는 후문.

제작 팀은 복면 제작 전문가들과 여러 번 반복해 도상 연습을 거쳤다. 정다운 담당 PD는 "처음에 안경이란 '복병'을 만나 상당량을 새로 제작했다"고 비화를 전했다. 이 같은 노력은 높은 시청률로 돌아왔다. '불패청년'(이세돌) 대 '국도01'(셰커)전 시청률은 0.208%가 넘었고, 개시 20분 경과 무렵엔 0.29%의 순간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천편일률적 제작 방식에 길들여진 바둑계에서 이번 이벤트는 재미와 흥행을 모두 잡은 모처럼의 역작으로 평가받는다. 최후의 1인에게 돌아갈 상금은 1억원. 최종일 우승자의 복면을 벗게 할지, 익명 상태로 2회 대회까지 이어갈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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