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중국의 '계단 건너뛰기'

조선일보
  • 박정훈 논설위원
    입력 2018.06.12 03:16

    100미터마다 설치된 카메라가 당신을 알아보고 감시한다. 차를 타면 번호판을, 실내로 들어가면 스마트폰을 추적한다. 얼굴을 식별하고 개인 데이터를 판독하는 인공지능(AI)이 당신을 24시간 들여다보며 위험인물인지를 판단한다. 피할 길은 없다…. 이코노미스트지(誌) 최근 호가 전한 중국 신장(新疆)의 풍경이다. 조지 오웰 '1984'의 빅 브러더를 보는 듯하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그린 범죄 예측 시스템이 이럴지도 모른다. 좋건 나쁘건 중국에 '먼저 온 미래'다.

    ▶소수민족 자치구인 신장뿐 아니다. 중국 정부는 전국 도시에 2000만개 카메라를 설치해 감시망을 구축했다. 행인 얼굴과 나이·복장 등을 감별해 수배자를 색출해낸다. 모바일 결제도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앞섰다. 노점상은 기본, 거지까지 스마트폰으로 구걸한다. 중국 연구팀은 세계 최초로 인간 배아의 유전자 편집에 성공했다. 다른 나라는 생명 윤리 때문에 주저하는 와중이다. 언젠가 '복제 인간'이 나온다면 1호는 중국일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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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의 발전은 '계단 건너뛰기'로 요약된다. 늦은 출발의 열세를 건너뛰기 전략으로 뒤집었다. 유선 전화를 건너뛰어 휴대폰 시대로 직행했다. 신용카드를 생략하고 모바일 결제로 넘어갔다. 산업도 싸구려 제조업에서 AI·드론 같은 첨단 분야로 점프하고 있다. 14억 거대 시장 덕에 가능했다. 가공할 '공간'의 힘으로 시간을 압축해 돌파했다. 공산당 집권에 의한 강력한 행정력도 중국만의 강점이다. 중국처럼 정부가 총대 메고 깔끔하게 정리해주는 나라는 드물다.

    ▶자동차도 '건너뛰기' 중이다. 석유 차는 변변한 브랜드조차 없는데 전기차는 첨단을 달리고 있다. 중국의 개혁·개방 1호 선전(深圳)시가 택시 2만여대를 모두 전기차로 교체키로 했다고 한다. 이미 시내버스는 다 전기로 달린다. 충전소 12만곳으로도 모자라 5000여개를 더 짓겠다고 한다. 놀라운 행정 스피드다. 전국 다 합쳐도 충전기가 6000개뿐인 한국이 초라하기만 하다. 공간의 힘도, 행정의 힘도 중국을 당할 재간이 없다.

    ▶'호모데우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인간 유전자 조작의 유망국으로 북한을 꼽았다. 독재니까 생명 윤리건 뭐건 다 무시할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시니컬한 패러디다. 기술이 인권과 윤리의 위에 설 수는 없다. 중국도 언제까지나 인민을 억누르며 행정력을 휘두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뭐 하나 제대로 되는 일 없는 한국 행정을 떠올리면 중국이 다시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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