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에서] 우리 편만 '좋아요'

입력 2018.06.12 03:14

신동흔 문화1부 차장
신동흔 문화1부 차장

얼마 전 우연히 친북 인사 신은미씨의 페이스북에 연결됐다. 태영호 전 북한 공사가 쓴 '3층 서기실의 암호' 출간 직후 "남북한이 범죄자인도협정을 맺어 (그를) 북으로 송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퍼졌다. 누가 이런 소리를 하나 뒤져 봤더니 한 좌파 인터넷 매체와 신씨 페이스북이 진원지로 나왔다. 반박 글 하나 없이 '좋아요'가 700~800건 달렸길래 '김정남 암살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않는 사람들이…'라는 답글을 남기고 나왔다.

다음 날 '조선일보 계시는군요'란 댓글이 붙었다는 알림이 왔다. 신씨였다. 그러고선 차단당했다. 이제 기자가 페이스북에서 신씨를 검색하면 동명이인만 나온다. 그에게 연신 '좋아요'를 눌러 대는 사람들과도 웬만해선 연결되지 않을 것이다. 생각이 다른 사람들끼리 만나 다투는 일 같은 것을 방지하기 위해 페이스북은 이런 친절을 베풀어 준다.

지난주 에어비앤비 앱을 이용해 여름휴가 때 묵을 숙소를 알아봤다. 마땅한 집을 찾지 못하고 10만원 이하 가격의 방 몇 개를 구경만 했다. 얼마 후 페이스북을 열었더니 에어비앤비 광고가 올라왔다. 지난번 알아본 그 지역에서 7만~9만원대 숙소만 쏙쏙 골라줬다. 원하는 것을 알려주니 편리하지만, 누군가 나를 들여다보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불편했다.

페이스북은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다. 세계 인구 6명 중 1명은 하루에 한 번 이곳에 접속한다. 페이스북은 칭찬을 권장한다. 페이스북 게시물에 '좋아요' 숫자가 올라갈 때마다 사람 뇌에서 도파민이 분비된다는 연구도 있다. 중독성을 띨 수밖에 없다. 그래서일까, 자신들의 고객을 이용자(user)라 부르는 집단은 마약상과 IT 기업밖에 없다.

페이스북은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듯이 이용자의 성향이 보수인지 진보인지 파악해 비슷한 사람들끼리 연결 고리를 생성해준다. 그래야 서로 '좋아요'를 많이 누르기 때문이다. 유용한 정보나 재밌는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는 것은 별문제 없다. 하지만 정치적 여론을 칭찬 기반으로 만들면 자기편만 옳다는 믿음에 갇혀 극단으로 치닫는 결과를 낳는다.

이는 디지털 원리에 내재한 속성이다. 비유를 들면 카세트테이프에 녹음된 아날로그 음향은 흐려질 수 있다. 반면 디지털 음원은 흐려지지 않는다. 이른바 샘플링을 하면서 미미한 잡음이 섞인 0.1의 값은 '0'으로 계산하고, 조금 모자란 0.9라면 '1'로 계산해버린다. 중간이 없다. 그래서 선명하다. 하지만 여론에서 선명성을 추구하면 대립만 낳게 된다.

소셜미디어 등장 이후 보수·진보 갈등과 남녀 대립이 심해지는 현상을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언제까지 이 기계가 우리의 취향과 성향을 판별하고 간섭하게 내버려둬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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