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업주 감옥 보내는 法 시행 20일 앞두고 '준비 미흡'이라니

조선일보
입력 2018.06.12 03:19

내달 주(週) 52시간 근로제 시행을 앞두고 정부가 어제 '근로시간 단축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새 근로기준법 시행을 20일도 남기지 않은 시점이다. 해당 기업은 전국 3700여 곳에 이른다. 정부 가이드라인에서는 휴게 시간, 교육 시간, 회식, 출장, 워크숍이 근로시간에 해당하는지를 안내했다. 아파트 경비원의 야간 휴게 시간은 근로시간에 포함되며, 거래처 접대 시간은 사용자의 지시 또는 최소한 승인이 있는 경우에 한해 근로시간에 포함한다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사업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수많은 구체적 사례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기엔 너무 내용이 빈약했다. 당장 재계에서는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했다. 판례와 행정 해석을 유형별로 정리한 것일 뿐 가이드라인이라 부르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정부 스스로 "모든 사례에 적용 가능한 기준을 제시하긴 어렵다"고 했다. 앞으로 해석을 놓고 사용자와 근로자 간 분란과 다툼이 벌어질 것이다.

개정 근로기준법에서는 근로시간 기준을 어긴 사업주에게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의 처벌을 내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업주를 감옥에 보낼 수도 있는 법인 것이다. 그런데도 어떤 경우는 법규를 지킨 것이고, 어떤 경우가 법규를 어긴 것인지 미리 알 수 없다면 이것은 법치주의의 근본에서 벗어난 것이다. 고용부 장관은 "지금 시행해보고 보완할 부분이 있으면 보완해나가면 된다"고 말했다. 그 장관의 아래 공무원들은 기업들이 문의하면 "우리도 잘 모르겠다"고 하고 있다 한다. 사람들이 감옥에 간 뒤에 보완한다는 건가.

근로시간 단축은 근로자 삶의 질을 높이고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필요한 제도라고 한다. 그런 긍정적 효과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부정적 여파도 심각한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많은 근로자의 소득이 감소하게 된다. 특히 연장근로 수당의 비중이 큰 중소기업 근로자의 피해가 클 것이다.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근로시간 단축법은 투잡(two-job)법"이란 비판 글도 올랐다. 일부 지방에선 버스 기사들이 월급이 줄 것으로 보이자 수도권으로 이직(移職) 움직임을 보인다고 한다. 버스 노선은 줄고 배차 간격은 늘어날 것이다. 기업은 기업대로 수조원 추가 부담이 생기게 된다. 모든 제도는 충분한 준비 기간을 갖고 도입, 실시해야 한다. 사회 규범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제도라면 더 그렇다. 그런데 고용부 장관은 "근로시간 단축 준비에 미흡하지 않았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남 얘기 하듯 한다. 근로시간 단축이 최저임금 인상 이상 가는 후폭풍을 몰고 오지 않을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