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오늘 미·북 회담, '단기간 내 CVID 북핵 폐기' 나와야 한다

조선일보
입력 2018.06.12 03:20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이 싱가포르에서 오늘 열린다. 미·북은 정상회담이 열리기 하루 전까지도 실무회담을 통해 이견(異見)을 좁혀야 할 정도로 치열한 협상을 벌여왔다. 이번 회담은 다시 오기 힘든 한반도 평화와 안정의 기회다.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회담이 성공하면 경제적으로는 긴밀하게 연결돼 있으면서도 정치적으로 반목하는 동북아에 평화의 초석이 놓일 수도 있다.

북한 보도 기관은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평소와 달리 김정은 출국 소식을 제 시각에 전했고 중국 전용기를 이용했다는 사실도 밝혔다. '달라진 시대에 맞게 새로운 조·미 관계' 수립을 목표로 제시하기도 했다. 트럼프도 "회담이 잘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여러 난관이 남아 있겠지만 전체적인 상황이 기대를 갖게 한다.

이번 회담의 성패 판단은 복잡하지 않다. 공동성명이 어떤 미사여구로 포장됐다고 해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를 '길지 않은 기간 내에' 실천한다는 명백한 합의가 없으면 의미가 없다. '길지 않은 기간'은 통상 트럼프의 임기인 향후 2년 이내라고 보는 것이 상식이다.

이 시점에서 2005년 9·19 공동성명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그 성명에서 북한은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약속했다. 또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계획을 포기할 것과 조속한 시일 내에 핵확산금지조약과 국제원자력기구의 안전 조치에 복귀할 것'도 공약했다. 그러나 모든 것이 휴지 조각이 되고 말았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핵 폐기의 시한을 명시하고 그 시한 내에 CVID가 이뤄지지 않으면 대북 제재를 해제하지 않는 것이다. 북이 핵 포기의 진정성이 있다면 이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 9·19 성명에도 미·북 수교와 평화 체제 등이 모두 들어 있었다. 이를 실천하는 데는 아무런 장애가 없다.

국제사회는 핵을 버리고 악행(惡行)에서 손을 씻은 북을 배척할 이유가 없다. 대한민국도 마찬가지다. 김 위원장이 올바른 판단을 한다면 그의 머리 한구석에 늘 불안 요소로 남아 있는 체제 동요 가능성도 오히려 줄어들 것이다. 북이 불행한 역사를 되풀이하느냐, 번영이 약속되는 새로운 질서로 나아가느냐는 김 위원장의 결단에 달렸다.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길을 선택하기엔 너무 멀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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