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거래' 의혹 형사조치vs.내부봉합?... 대표 판사들 선택은

입력 2018.06.11 11:49

전국 법원 선출 대표 119명 중 115명
“검찰 손에”vs.”내부서”, “국회 손에”
향후 사법행정 개선대책 마련도 과제
김명수 대법원장 14일쯤 결단 전망

전국 각급 법원을 대표하는 판사들이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한 후속조치를 두고 머리를 맞댔다. 특히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 의혹 핵심 관여자들에 대한 형사고발 여부를 두고 법원 내 찬반이 엇갈리며 신구(新舊)갈등 논란까지 불거진 가운데 소장 판사와 고참 판사를 아우르는 회의는 격론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국법관대표회의가 11일 오전 10시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열렸다/뉴시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11일 오전 10시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에 관한 선언’ 등을 의안으로 임시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는 전국 각 법원에서 선출된 119명의 판사 대표 가운데 재판일정 등을 이유로 불참한 4명을 제외한 115명이 참석했다.

법관대표회의는 일선 판사들에게 사법행정에 대해 건의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 올해 2월 상설화된 사법부 공식 건의기구다. 이들의 논의 결과는 사법행정 책임자들이 논의하는 전국 법원장 간담회, 법원 안팎 인사가 사법개혁 방안을 검토하는 사법발전위원회와 등 두 자문기구와 더불어 김 대법원장의 결단을 가를 핵심 의견이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출근길에 “오늘 전국법관대표회의의 논의결과도 관심있게 지켜보고, 그 결과 역시 의견의 하나로서 참고하겠다”고 했다. 앞서 김 대법원장은 이들 세 기구의 의견과 각계 의견을 종합해 형사조치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고 했다. 법원장들은 형사조치가 부적절하다고 의견을 모은 반면 사법발전위는 내부 논의가 분분한 가운데 검찰 수사 필요성에 공감하는 목소리가 우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법관대표회의는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일선 법원 판사들이 스스로 대표를 뽑아 사법행정권 남용 여부에 대한 진상규명 목소리를 내오다 상설기구가 됐다. 양 전 대법원장은 1차 조사 이후 “충분하고 구체적인 법적·사실적 근거 없이 조사한다면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를 범할 수도 있다”며 추가 조사에 반대했지만, 후임인 김 대법원장은 2차 조사(추가조사위원회), 3차 조사(특별조사단)를 결정했다.

젊은 판사들을 중심으로 자체 조사의 한계를 지적하며 검찰 수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가운데 대표회의 구성원 역시 과반인 70명이 지방법원 단독·배석판사들로 이뤄져 있다. 또 대표회의는 3차 조사 대상에 올랐던 410개 문건 모두를 공개하라고 요구해왔다. 현재 조사보고서 인용 문건 90건을 포함 98개 문건이 공개됐고 이들 문건과 중복된 87건을 제외하면 228개 문건은 여전히 비공개 상태다. 법원행정처는 나머지 문건의 경우 사법행정권 남용과 관련성이 적다며 필요하다면 장소나 공개대상을 제한해 문건을 살펴볼 수 있게 하는 정도(열람)까지만 허용한 상태다.


7일 대법원에서 열린 전국 법원장 간담회에 참석한 안철상(가운데) 법원행정처장과 법원장 35명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시스
다만 고참 판사들의 경우 법원이 사법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개혁방안을 내놓는 수순을 밟으며 내부 해결을 강조하고 있다. 특별조사단은 조사 결과 재판·법관의 독립을 훼손하려는 정황은 있었지만 재판개입이나 인사 불이익 등 실질적인 불법행위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며 형사조치를 취하지 않기로 했다. 전국 법원장들은 “조사단 결론을 존중한다”면서 형사조치가 부적절하다고 의견을 모았고, 차관급 예우를 받는 서울고법 부장판사들도 형사조치를 우려했다.

법원 일각에서는 검찰 수사가 아닌 국회 국정조사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사법부가 직접 고발, 수사의뢰 등 형사조치를 취할 경우 검찰 수사나 이후 법원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부적절하고, 헌법상 탄핵권을 쥔 국회에 진상규명을 맡기자는 것이다. 김 대법원장은 이에 대해 “여러 의견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법조계에서는 진상규명과 관계자 처벌에 무게 중심이 쏠리면서 원인 진단이나 재발 방지를 위한 사후 대책에 대한 논의는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특별조사단은 “사법부가 법관들의 의사를 충분히 수렴하기보다는 효율성을 강조하는 수직적 의사결정 구조에 안주함으로써 관료제적 경향을 심화시켰다”고 분석했다.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행정이 ‘재판과 법관의 독립’을 해쳤는지 여부 못지않게 김명수 사법부가 어떻게 ‘좋은 재판’을 위한 사법행정을 펼칠지도 중요한 시점이다. 수도권의 한 부장판사는 “사법신뢰를 흔드려는 시도가 있었다는 내부의 우려가 이제는 도리어 외부의 사법불신으로 확대되는 상황이 안타깝다”면서 “결론이 어느 쪽으로 기울든 법원이 특단의 대책도 함께 내놓아야할 시점이다”고 했다. 김 대법원장은 이번 사태를 수습할 방안에 대해 “기본 근저는 모두 같은 마음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런 하나된 마음을 기준으로 해서 이를 잘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이날 회의는 소속 법원 판사들을 대표해 나온 회의 구성원들이 사법부 내부 다양한 목소리를 두고 격론을 벌일 것으로 점쳐지며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 대법원장은 전국법관대표회의 의결 내용을 확인한 뒤 조만간 최종 결정에 나설 방침이다. 미북정상회담, 지방선거 일정 등을 감안할 때 김 대법원장이 입장을 발표하는 시점은 오는 14일 이후가 될 가능성이 크다. 김 대법원장은 “의견 수렴을 마쳐보고 내용에 따라 적절한 시기를 정해 말씀드리겠다”면서도 “(오늘 내로 가능한지는) 말씀드리지 못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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