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추락하는 '나꼼수'

조선일보
  • 김기철 논설위원
    입력 2018.06.11 03:16

    '권력의 탄압과 회유에도 불구하고, 진실만을 향해 달려온 재야의 언론인.' SBS TV 시사 프로 '김어준의 블랙 하우스'는 진행자 김씨를 이렇게 소개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주 이 프로그램에 대해 '관계자 징계'를 건의했다. 김씨는 지난 3월 성추행 의혹을 받던 정봉주 전 의원의 알리바이를 뒷받침해주는 사진 수백 장을 단독 입수했다며 정씨 옹호 방송을 내보냈다. 방심위원들은 피해자를 거짓말쟁이로 만든 보도였다고 판단했다.

    ▶김씨는 정봉주·주진우·김용민씨와 2011년부터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를 진행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정씨는 2011년 BBK 사건 명예훼손 혐의로 수감될 때 법원 앞에서 열린 환송식에서 "진실은 갇히지만 두려워하지 않겠다"고 연설했다. 그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려 했다. 그러나 자신의 성추행 '미투 폭로'를 허위로 몰아세우다 피해자가 결정적 증거를 들이대자 출마를 철회했다. 진실을 감추려 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만물상] 추락하는 '나꼼수'
    ▶'나꼼수' 멤버들은 이재명 경기지사 후보와 배우 김부선의 스캔들에도 개입했다. 김어준씨는 2010년 김부선씨 인터뷰로 스캔들을 처음 끄집어냈고, 주진우씨는 최근 공개된 녹음 파일에서 이재명 후보 처지에서 사건을 무마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부선씨는 최근 한 주간지 인터뷰에선 2007년부터 15개월에 걸쳐 이재명 경기지사 후보를 만났다는 의혹에 대해 "어느 여배우가 이런 일로 거짓말을 하겠나"라고 했다. 김부선씨는 2016년엔 페이스북에 '김어준·주진우 두 분은 왜 침묵하시는지?'라는 글을 올린 적이 있다.

    ▶팟캐스트라는 비(非)주류 미디어로 인기를 끈 '나꼼수' 멤버들은 새 정부 출범 후 지상파 주요 프로그램을 하나씩 꿰찼다.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MBC 주진우의 '스트레이트'에 이어 지난달 합류한 KBS 1라디오의 '김용민 라이브'까지 일사천리다. '나꼼수' 주역 김어준씨는 '닥치고 정치'라는 책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지지한 바 있다. 나꼼수 멤버들의 방송 진출은 그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정치인과 여배우의 스캔들은 묻힐지도 모르나 '나꼼수' 멤버들이 '정치 브로커'처럼 행동하면서 진실을 은폐하려 한 모습은 남을 것이다. MBC 시청자 게시판엔 '주진우를 진행자에서 사퇴시켜야 한다'는 글이 속속 올라온다. 이들은 실제로는 정치를 하는 정치인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언론인'이라고 한다. 방송들은 그렇게 대접한다. 새 정부가 만든 풍경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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