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커, 이영하한테만 접근? 그럴리가…

조선일보
  • 윤형준 기자
    입력 2018.06.09 03:00

    끊이지 않는 프로 스포츠 승부조작… 20대 초반 신인이 주 타깃
    브로커한테 사례금 챙기거나 선수가 직접 돈 거는 경우까지

    "이영하만 그런 제안을 받았을 리 없다."

    프로야구 두산 투수 이영하(21)가 최근 KBO에 브로커가 자신에게 접근해 승부 조작을 제안한 사실이 있다고 신고했다. 이영하가 자진 신고를 했지만, 야구계 현장에선 '드러나지 않은 비슷한 사례'가 있을 것으로 본다. 이 브로커가 이영하만 표적으로 삼았을 리는 없고, 또 다른 브로커가 존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프로야구는 이미 2012년과 2016년 승부 조작으로 홍역을 치렀다. 두 차례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관련자들이 법적 처벌을 받았다. 하지만 이번 일로 독버섯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주 표적은 20대 초반 신인 유망주

    승부 조작 시도가 잊을 법하면 다시 나타나는 이유는 간단하다. 불법 스포츠 베팅 사이트가 완전히 뿌리 뽑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찰이 파악하고 있는 불법 사이트만 해도 수천 개에 이르는데, 이들이 서버를 해외에 두고 있어 단속이 쉽지 않다. 프로야구는 연간 900만 관중이 몰리는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다. '돈이 몰리는 곳'엔 필연적으로 '검은 유혹'이 따른다. 야구는 투수와 타자의 일대일 승부가 연이어 펼쳐지기 때문에 경기 승패뿐 아니라 '1회 첫 볼넷' '특정 시점 삼진 아웃' 등 다양한 베팅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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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박상훈

    브로커들은 20대 초반의 신인급 유망주들을 주 표적으로 삼는다. 사회 경험이 적고, 연봉이 적어 돈으로 현혹시키기 쉽다. 유망주에게 접근하는 것은 어느 정도 출전 예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예방 교육해도 원천 봉쇄는 불가능

    베팅 사이트 전주(錢主)들은 프로에 지명받지 못하거나 일찍 은퇴한 선수 출신 중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을 브로커로 영입한다. 이들은 인맥을 통해 현역 선수들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이영하에게 접근한 브로커도 고교 선수 출신이다. 프로 지명을 받지 못했고 경제난 때문에 브로커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동기'나 '선배'들은 학연, 친분 등을 앞세워 선수들에게 접근해 식사·술 접대를 하고, 선물이나 용돈을 쥐여주며 '한 번만 도와 달라'고 요청한다.

    최근엔 승부 조작이 범죄임을 알면서도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고 생각해 브로커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었다. 이때 선수들이 받는 '사례비'는 수백만, 수천만원 정도다. 브로커에게 사례금을 받는 수준을 넘어서 불법 스포츠 도박에 돈을 걸어 배당금을 챙기는 형태까지 나타났다. 현행법상 불법 스포츠 도박을 홍보하거나 구매를 중개 또는 알선하다 적발되면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KBO 한 관계자는 "현역 선수들 사생활을 통제하거나 감시할 수는 없다. 결국 교육을 통해 심각성을 절감한 선수들 스스로 유혹을 뿌리치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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