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뒷골목, 유흥가, 공단… 서울시민 터전은 이곳이었다

조선일보
  • 유석재 기자
    입력 2018.06.09 03:00

    서울 선언

    서울 선언

    김시덕 지음|열린책들 | 416쪽|1만8000원


    '피맛골이 재개발로 간신히 흔적만 남은 뒤 선술집 육미는 방화로 불타 버렸습니다. …조계사로 가는 중간에는 오방떡을 파는 리어카가 3개 있었습니다. IMF 사태를 전후해서 오방떡이 계란빵으로 바뀌면서 가격이 올랐고, 리어카가 하나둘 사라졌습니다.'

    이 책은 무척 기묘한 '답사기'다. 분명 서울의 구석구석을 걸어 다니며 쓴 책이지만 유명 관광지가 나오는 것이 아니다. 문헌학자 김시덕은 그가 40여년간 살았던 서울이라는 도시의 거리와 뒷골목, 아파트 단지와 상가, 주택가와 빈민가, 유흥가와 집창촌, 공단과 종교 시설을 꼼꼼하게 짚는다. 낡고 퇴락한 건물과 간판과 풍경 위에 추억과 정서, 깊은 인문학적 소양이 진국처럼 배어 나온다.

    사실 서울에 사는 시민 대다수의 터전은 경복궁이나 롯데월드가 아니라 바로 이런 곳 아니었던가? 평소 통학·통근할 때는 무심히 지나치다가 철거된 뒤에야 '그런 곳이 있었지' 하고 문득 떠올리는 곳들이다. 책을 읽고 나면 '조선 왕조 바로 세우기' '일제 흔적 퇴출하기'란 명분으로 창경원에 얽힌 대중의 추억을 말소시키던 유(類)의 일들을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