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日에 활력 불어넣는 '한국인 근육박사'

입력 2018.06.08 03:46

도쿄 건강장수의료센터 연구부장… 유일한 외국인 임원 김헌경 박사
강의·방송으로 노인 운동 보급, 노화 연구논문 250여편 발표

"노화는 다리부터 옵니다. 나이 들면 근육이 줄어드는데, 하체 근육이 가장 먼저 많이 빠지니까요. 50세 넘으면 허벅지·엉덩이 근육을 집중적으로 단련해야 합니다."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활기찬 노년을 만드는 데 맹활약하는 한국인 체육학 박사가 있다. 도쿄 건강장수의료센터 김헌경(62) 연구부장이다. 이곳은 1972년 일본 최초로 노인의학과 건강 장수 연구를 목적으로 세운 병원과 연구소다. 김 박사는 노화와 근골격계 연구를 총괄하고 있으며, 정규 임원으로 유일한 외국인이다. 각종 노인 근육 운동 프로그램을 도맡아 개발해 지역사회에 확산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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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경 일본 도쿄 건강장수의료센터 연구부장이 음악에 맞춰 근육 운동하는 프로그램을 설명하고 있다. 가라오케 회사와 함께 만들었다고 한다. /김철중 기자

그는 일본 방송의 건강 프로그램에 단골로 출연한다. 유명 연예인과 함께 나와 유창한 일본어로 건강 증진법을 알려준다. 최근 TBS에 출연해 건강 보행법을 소개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일 년에 NHK 등 방송에 20여 회, 아사히 등 신문에 50여 회 그의 근육 운동 건강법이 소개된다. 북쪽 홋카이도부터 남쪽 가고시마까지 김 박사를 초청한 건강 강좌가 매년 50여 회 열린다.

그는 경북대에서 체육학 학사와 교육학 석사를 마쳤다. 일본 문부성 국비유학생으로 선발돼 쓰쿠바대학에서 스포츠과학 박사 과정을 밟았다. 근육학을 전공으로 이 대학 최초로 박사 학위 5년 과정을 4년 만에 마쳤다. 고국으로 돌아왔지만 국내 대학에 그가 갈 자리는 없었다.

2년 방황 끝에 쓰쿠바대학 전임강사로 다시 돌아왔다. 이후 건강장수의료센터 및 연구소에 영입되면서 그의 노화와 근육·영양 연구는 꽃을 피운다. "운동하면서 단백질인 필수 아미노산을 같이 섭취하면 근육량이 훨씬 더 늘어난다는 연구를 발표하자, 일본 전역에서 아미노산 섭취 바람이 불었어요. 요새도 다양한 식품 회사들이 임상 노화 방지 연구를 하자고 찾아옵니다."

지금까지 발표한 논문이 250여 편이다. 골반 근육 운동으로 다양한 형태의 요실금을 치료한 논문 등으로 일본노년의학회가 매년 시상하는 최우수논문상을 3번 받았다. 일본 전체에 2명밖에 없는 기록이다.

원래 일본 국공립기관은 이른바 도장 찍는 임원 자리에 외국인을 둘 수 없었다. 하지만 도쿄도(道)는 김 박사를 연구부장으로 앉히기 위해 외국인 제한 조항을 없앴다. 그는 "한국인으로서 가장 뿌듯한 일이었다"고 했다.

일본의 건강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한 김헌경 부장. 왼쪽은 일본의 유명 영화감독이자 코미디언인 기타노 다케시.
일본의 건강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한 김헌경 부장. 왼쪽은 일본의 유명 영화감독이자 코미디언인 기타노 다케시. /도쿄 건강장수의료센터

"일본이 의외로 초고령사회를 잘 버틴다"고 하자, 김 박사는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근육 운동 프로그램이 펼쳐지고 노인들끼리 모여 허약 예방 활동을 엄청나게 하고 있다"며 "그 결과 현재 75세 노인의 근력과 체력이 10년 전 65세 노인과 같게 나온다"고 했다. 그가 제작한 10개 정도의 노인 근육 운동 프로그램은 현재 각 지역 노인센터와 요양원 등에서 쓰이고 있다.

그는 "일본은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7%를 넘어섰을 때부터 정부가 노화와 건강 장수 연구소를 만들었다"며 "한국은 노인 인구가 15%를 넘었는데도 아직 국립 연구소 하나 없으니 늦어도 한참 늦었다"고 했다. 김 박사는 "건강 장수 프로그램은 그 나라 고유의 관습과 생활 방식에 맞게 돌려야 효과가 좋지, 막연히 일본 것을 그대로 갖다 쓰면 된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며 "활력 있는 초고령사회를 만드는 핵심은 과학적으로 입증된 다양한 노화 방지·건강 증진 연구들을 지역사회에 확산시키는 데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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