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에 간 기증한 두 청년, 의사·간호사 돼 간 이식 환자 돌봐

조선일보
  • 최원우 기자
    입력 2018.06.08 03:44

    전문의 최진욱·간호사 형민혁씨, 이식수술했던 서울아산병원 근무
    "투병하며 고생한 아버지 떠올라 고단해도 환자들에 최선 다하죠"

    간 질환에 걸린 아버지에게 자신의 간을 기증한 두 학생이 각각 의사와 간호사가 돼 간 이식 환자를 돌보고 있다고 서울아산병원이 7일 밝혔다. 서울아산병원 간 이식 병동에 근무하는 외과 전문의 최진욱(31·오른쪽)씨와 간호사 형민혁(25·왼쪽)씨다. 환자들에게 "같은 병을 앓았던 우리 아버지도 건강을 되찾고 무리 없이 일상생활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하며 병동의 '희망 전도사'로 활동하고 있다.

    최씨는 고3이던 2006년 간경화로 투병하는 아버지를 위해 자신의 간 일부를 기증했다. 간 이식 수술 분야에서 세계적 권위자로 꼽히는 이승규 서울아산병원 교수가 당시 수술을 맡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고생하는 아버지를 지켜보면서 어린 시절부터 '아픈 사람 고치는 일을 하고 싶다'고 꿈꾸던 최씨에게 이 수술은 강한 인상을 남겼다고 한다.

    최진욱, 황민혁씨
    /서울아산병원

    최씨는 울산대 의대에 진학해 아버지가 수술받은 서울아산병원에서 인턴과 외과 전공의를 마쳤다. 지난 3월 간 이식 외과에 자원해 진료하고 있다. 최씨는 "환자들을 보면 고생하던 아버지가 생각나 한시도 소홀할 수 없다"며 "간 이식 분야에서 세계 최선두를 달리는 병원에 근무해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형씨도 대학교 1학년이던 2014년 아버지를 위해 간 일부를 기증했다. 이때도 이승규 교수팀이 수술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형씨의 아버지는 젊은 시절부터 B형 간염을 앓고 간경화 진단을 받았다. 증상이 악화해 간암까지 발병했다.

    아버지의 고생을 지켜본 형씨도 '아픈 사람 돌보는 간호사가 되겠다'는 꿈을 품었다. 서울대 간호학과에 진학한 그는 4학년 때 서울아산병원 외과 중환자실에서 인턴 과정을 마쳤고, 작년 7월부터 간 이식 병동에서 정식 간호사로 근무하고 있다.

    형씨는 "아버지가 투병하실 때 돌보던 경험이 환자들에게 공감하며 다가가는 데 큰 자산이 됐다"며 "중환자가 많은 병동이라 매일 고단하지만, 수술받던 당시의 아버지를 생각하면 매 순간 최선을 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환자 정모(50)씨는 "수술받고 병상에 실려 병동으로 올라왔는데, 최진욱 선생님이 다가와 '아버님, 힘내세요'라고 하더라"며 "따뜻했던 한마디를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회복을 도와준 형민혁 간호사에게도 큰 고마움을 느낀다"고 했다. 병원 관계자는 "누구보다 환자의 아픔을 잘 알아주고 공감하는 두 사람은 간 이식 병동의 보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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