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직한 콩국물, 마시지 말고 떠먹어야 할 이유

입력 2018.06.08 03:00

옛날과 달리 걸쭉해진 콩국수, 위아래 농도 달라 섞어 먹어야
옛 서울식은 체로 걸러 맑은 국물… 예나 지금이나 서민 여름 보양식

콩국수의 핵심은 좋은 콩을 골라 잘 삶는 것이다. 삶는 시간과 불 조절은 콩국수 맛집의 비밀이다.
콩국수의 핵심은 좋은 콩을 골라 잘 삶는 것이다. 삶는 시간과 불 조절은 콩국수 맛집의 비밀이다.

오래된 음식도 시간이 지나면 먹는 방식이 바뀐다. 6일 서울 청계 4가 천변 상가건물 2층 '강산옥'에서 콩국수가 담겨 나온 사발에 입을 대고 콩 국물을 마시자, 이 식당 이태림 대표는 "마시지 말고 숟가락으로 떠먹어야 제맛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과연. 진한 콩국은 위아래 농도가 살짝 다른데, 이탈리아 스파게티 먹듯 숟가락으로 뜨자 콩국이 고루 섞이면서 농도가 딱 맞았다.

먹는 방식이 바뀐 건 콩국수가 변했기 때문이다. "옛날 콩국수는 국물이 요즘처럼 되직하지 않았다"며 아쉬워하는 어르신들이 있다. 과거 서울에서는 콩을 삶고 갈아서 고운 천에 밭쳐 짜내 국물이 맑았다. 1800년대 말 발간된 요리책 '시의전서(是議全書)'에도 '콩을 물에 불려 살짝 데친 다음 맷돌에 갈아 체에 거르라'고 나온다. 이런 옛 서울식 콩국수는 이제 찾기 어렵다. 대신 콩을 갈아서 거르지 않고 그대로 사용하는 걸쭉한 남쪽 지방 스타일 콩국수가 언제부턴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

1956년 개업한 강산옥에서도 과거엔 서울식 콩국수를 냈다. 이북식 되비지 하나만 60년 넘게 끓여온 강산옥은 여름 한철만 콩국수를 하루 100그릇 판다. 할머니·어머니에 이어 3대째 강산옥을 운영하고 있는 이 대표가 15년쯤 전 이탈리아 음식점에 갔다가 '이 스파게티 소스처럼 진한 콩국물을 내보자'는 아이디어를 얻었다. 국물이 스파게티처럼 바뀌었으니, 먹는 방식도 스파게티처럼 바꿔야 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맑고 산뜻했던 콩국이 진하고 걸쭉한 스타일로 바뀌었지만, 콩국수는 예나 지금이나 값싸고 영양 풍부한 서민의 여름 보양식이다. 서울 공릉동 ‘제일콩집’의 콩국수.
맑고 산뜻했던 콩국이 진하고 걸쭉한 스타일로 바뀌었지만, 콩국수는 예나 지금이나 값싸고 영양 풍부한 서민의 여름 보양식이다. 서울 공릉동 ‘제일콩집’의 콩국수. /유창우 기자

단백질이 풍부한 콩국수는 오래전부터 서민들의 여름 보양식이었다. '시의전서'에는 콩국수와 깨국수가 소개돼 있다. 닭육수에 흰깨(참깨)를 곱게 갈아 섞은 국물에 국수를 만 깨국수는 주로 양반들이 여름 보양식으로 먹었다. 서민들은 값비싼 닭과 흰깨를 쉬이 먹지 못했고,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콩국수로 더위를 이겨냈다.

이제는 콩국수라고 하면 당연히 국물이 진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되면서 콩뿐 아니라 잣·호두·땅콩 등 견과류까지 갈아 넣은 '콩을 곁들인 견과류 국수'를 내는 식당이 적지 않다. 서울 공릉동 '제일콩집' 콩국수는 콩 본래의 자연스럽고 텁텁하지 않은 단맛으로 예전 콩국수 맛에 가까운 편이다. 이 집 유병규 대표는 "콩 삶기가 콩국수의 핵심"이라고 했다. 그는 그러나 "삶는 시간, 불 세기 등은 모든 콩국수 맛집의 1급 비밀"이라고 했다.

● 두부로 쉽게 만드는 콩국수

콩 삶기는 생각보다 까다로워서 덜 삶으면 자칫 비린내가 나기 쉽고, 너무 삶으면 메주 냄새가 난다. 우선 콩을 잘 씻어서 찬물에 9~10시간 불려야 텁텁한 맛이 사라진다. 그다음 껍질을 벗겨 끓는 물에 삶는다. '강산옥' 이태림 대표는 "연탄불처럼 변화 없이 꾸준한 불에서 삶아내야 구수한 감칠맛과 은은한 단맛이 우러나온다"고 했다.

집에서 간편하게 콩국수를 만들어 먹으려면 두부를 갈아 만드는 게 빠르다. 요리연구가 홍신애씨는 "곱고 진한 콩 국물을 선호하면 연두부나 순두부를, 콩이 살짝 씹히는 식감이 좋다면 부침용 두부를 쓰라"고 귀띔했다. 두부(1모)에 두유(500mL), 땅콩(1줌)을 믹서기에 갈면 된다. 참깨(1/2큰술)를 추가하면 더 고급스러운 맛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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