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보법 위반자 줄어든 건가, 수사 안 하는 건가

조선일보
입력 2018.06.08 03:18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새 정부가 출범한 지난해 5월부터 올해 4월까지 국가보안법 입건자는 28명이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2008~2016년) 9년간 평균 입건자 수(78.9명)에 비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기소된 사람은 9명으로 역대 최저치다. 국보법을 위반하는 사람들이 갑자기 줄어든 것으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대통령이 국보법 폐지론자였고 현 정권 실세 중에는 국보법 위반자가 수두룩하다. 정권의 충견인 수사기관이 국보법 위반 사건을 수사할 생각 자체가 없을 것이다.

경찰은 지난해 말 대공(對共) 수사 인력을 200명 감축했고 남아 있는 기존 인력들도 '댓글 사건' 수사를 받고 있다. 사실상 대공 수사 마비 상태다. 국정원은 대공 수사가 아니라 대공 교섭을 하고 있다. 대공 수사 기능을 아예 경찰로 이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검찰 공안부서는 삼성 노조 문제에 인력의 절반을 투입하고 있다.

국보법 사건 판결도 무죄가 잇따르고 있다. 이적 표현물을 소지했던 병무청 직원, 이적 표현물을 판매한 출판사 대표, 북한 대남 선전 기구의 트위터 계정을 팔로한 사람 등도 무죄를 받았다. 국가보안법은 사실상 '사문화(死文化)'되고 있다.

지금 인터넷 공간에는 김정은 찬양 글이 넘쳐나고 있다. 어느 방송 조사에서는 '김정은을 신뢰한다'는 답변이 77.5%에 달했다. 그래서 문 대통령은 김정은에게 "김 위원장이 한국에서도 아주 인기가 많다"고 했다. 그러나 북한은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으로 우리 국민을 무참하게 살상한 체제다. 북한 주민 전체를 노예로 짓밟고, 자신의 고모부를 기관포로 처형하고, 이복형을 외국 국제공항에서 화학무기로 독살한 체제다. 그 본질이 달라졌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앞으로 북핵이 실제로 완전 폐기되고 그에 따라 한반도에 평화가 구조적·실질적으로 정착되면 국가보안법은 북한만이 아니라 전체 외국의 대한민국 위해 시도를 방어하는 법으로 개정될 필요는 있다. 그러나 아직 멀고도 험한 길이 남아 있다. 그때까지는 대한민국의 자유와 민주 체제를 지키는 법률이 있어야만 한다. 국가 안보는 유행에 따라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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