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직장인, 부산문화재단 지원으로 첫 시집 내

입력 2018.06.07 16:42 | 수정 2018.06.07 17:58

월급쟁이 28년차 영산대 정성환씨
나이 50이 된 지난해 늦깎기 등단

그는 50대 초반의 직장인이다. 50이면 반백년. 공자 말씀으론 ‘불혹’을 넘어 하늘의 뜻을 아는 나이다. 지천명. 그런데 정작 살아보면 다르다. 여전히 흔들리고 아프다. 삶의 쓴 맛, 단 맛을 보고 세파와 일상에 부대끼다 보면 감성은 소라 껍질처럼 굳어진다. 월급쟁이 30년쯤 하면 더 그렇다. 청춘 때의 말랑말랑함이란 온 데 간 데 없다. 그런데 시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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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영산대 대학혁신본부의 정성환(51) 차장이 그렇다. 정 차장은 기아자동차에서 8년쯤, 영산대에서 18년쯤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50대의 평범한 가장이다. 그런 그가 최근 ‘당신이라는 이름의 꽃말’이란 시집(문학의 전당)을 냈다. 50이 된 작년 늦깎이 시인으로 등단했고, 올해 부산문화재단 지원을 받아 이 시집을 출간했다.

“늙으면 무엇이든 줄줄 샌다는 것쯤 나도 안다”, “동네 개나 물어갔으면 좋겠다는 나이/대체 몇살일까”, “사라질 달빛 같은 나이, 중년이라는 것이/더는 물러설 곳 없어”, “싸락눈 같은 청춘 일 때는 모를 일”···. 40과는 다른 50. 그 나이, 세월의 무게를 진솔하게 고백한다.

“가림막 하나없는 곳에 태어나”, “가진 것이라곤 제 거친 숨소리와 희망밖에 없어서”, “두려움없이 저절로 살아지는 세상은 없다”, “부는 바람 없어도 매일 흔들리는 게 일상인데”, “이 놈의 세상, 힘들어 못살겠다고 아내에게 한 말 후회된다”···. 50을 넘겨도 삶은 여전히 지금을 처음 살고 있고 , 여전히 두렵다.

···기어코 아내의 닳은 구두 뒤축 눈에 들었다/늙은 아내 눅진한 외출이 저리게 아파 와···내 마음 우수수 그대에게 떨어진다.”, “···박차고 나가려는데 허수아비처럼 주먹이 풀린다/고등학생인 막내가 떠올라···사람이 사람에게 돈 때문에 고개 숙인다는 것이/가끔 먹먹할 때가 있다 ···”, “···통증 하나쯤 가슴에다 묻고 사는 사내들 태우고···그저 인생도 흐렸다 개었다/서툴러도 버티며 살아야 하는 것인데···아버지는 대체 어디로 가버린 걸까.”···. 50대 남자는 한 집안의 가장이다. 세상이 무섭고 두렵지만 가면을 쓰고, 이를 악물고 ‘존버(끝까지 참고 버틴다는 뜻의 요즘 유행어) ’를 한다.

“사랑한다는 말 참 외로운 말/나 여기 있으니 꼭 안아달라는 꽃말···사랑 없이는 절대 살 수 없다는 말/얼어붙은 울음 붉게 토해내고 가슴에 피는 꽃말(당신이라는 이름의 꽃말).” 고단하고 힘겨워도 두려워도 삶은 ‘꽃말’이다. 나이 50을 넘겨도, 일상이 허허롭게 느껴질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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