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훈의 최선의 영화] 1967년 디트로이트 흑인 폭동, 사실상 내전

  • 김태훈 팝칼럼니스트
    입력 2018.06.08 06:00

    60년대 대표적인 공업 도시 디트로이트 흑백 갈등 심화
    흑인노동자 기하급수적 증가, 백인은 시외곽으로
    공포탄 발사로 시작된 참사로 연방군 무장, 장갑차 동원한 시가전 벌어져

    ‘디트로이트'는 지난 1967년 폭동으로 뜨거웠던 디트로이트의 시간을 쫓는 추적 스릴러다.
    1967년 미시간주의 공업도시 디트로이트에서 흑인 폭동이 발생한다. 슬럼가의 무허가 술집 단속에 분노한 흑인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온 것이다. 백인 경찰과 흑인 군중의 극단적인 대립으로까지 확대된 이 사태는 결국 알제 호텔에서 3명의 흑인이 사살되는 비극을 낳는다.

    영화는 당시의 경찰, 법정 기록을 중심으로 시대의 분위기와 작가적 상상력을 결합시켜 완성되었다. 폭동 사태로 인해 오디션 기회를 잃은 흑인 보컬 그룹 드라마틱스의 멤버들이 알제 호텔로 피신한다. 곧이어 호텔 창문에서 백인 경찰들을 향해 장난감 총을 쏘아대는 다른 흑인들의 모습이 보이고, 이들을 흑인 저격병으로 오인한 백인 경찰들이 호텔로 진입한다.

    영화의 후반부는 저격병을 잡기 위해 무차별적인 폭력을 행사하는 백인 경찰들과 그들에게 희생되는 흑인 투숙객들의 모습에 집중한다. 영화 ‘디트로이트’에서 눈 여겨 봐야 할 것은 실재했던 이 사건을 다루는 방식이다.

    영화는 폭력은 인종에 대한 편견에서 출발한다는 단순한 공식에서 벗어난다. 어디선가 총소리가 들려올 때, 잔뜩 겁에 질려 몸을 숨기기에 급급한 방위군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거리에서 흑인 도둑에 대한 과잉 진압으로 실직 위기를 맞은 백인 경찰 크라우스, 그리고 한 번도 사람을 쏘아 본 적 없다는 그의 동료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지며 폭력은 그들 스스로의 나약함과 두려움에서 출발했음을 말한다.

    방위군들은 총격을 가하는 저격병들의 모습을 보지 못하고, 크라우스는 같은 실수를 반복할까봐 두렵다. 또한 그의 동료 역시 사람들이 자신을 겁쟁이라고 부를까 걱정한다. 폭력이 무지와 그 무지가 불러온 근거 없는 두려움으로 인해 발생함을 영화는 영민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폭력에 희생된 흑인 투숙객들에 대한 묘사도 인상적이다. 래리는 슈퍼스타를 꿈꾸는 가수 지망생이며, 그린은 전쟁 참전 용사이다. 그리고 백인 경찰과 흑인 투숙객들 사이를 오가며 사건을 해
    결하려고 하는 흑인 경비원 디스무케스 등의 캐릭터들은 모두 자신들만의 이야기를 갖고 있다.

    영화는 흑과 백, 가해자와 피해자, 선과 악이라는 순진한 구분을 인정하지 않는다. 폭력은 흑백의 인종을 넘어선, 인간 본질에 있음을 뒤섞인 상황을 통해 말한다.
    영화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날 알제 호텔에서 희생된 이들이 단순히 ‘흑인 몇 명’으로 불리어선 안된다는 것을 말한다. 희생자들의 세세한 개인사들을 관객에게 들려줌으로 그들 역시 우리와 다르지 않은 각자의 소중한 삶이 있었던 이들임을 분명히 전달한다.

    영화 ‘디트로이트’는 캐릭터를 묘사하는 방식뿐만이 아니라 실재했던 흑인 폭동 사건 전체를 보여줄 때도 인상적이다. 폭동이 거리에서 펼쳐질 때, 영화는 약탈하는 흑인 군중 사이에 섞여 물건을 훔치는 백인 여성의 모습을 슬쩍 보여준다.

    짧은 순간 무심하게 처리된 듯한 이 장면은 꽤나 의미심장하다. 카메라를 향해 살짝 눈을 마주치고 사라지는 이 백인 여성을 통해 영화는 관객에게 질문한다. 과연 이 모든 혼란스러운 상황이 검은 피부색이었기 때문에 일어난 것인가?

    만약 같은 상황에 처해있다면 당신은 양심과 도덕을 지키겠다고 자신 있게 말할수 있는가? 영화는 1967년 디트로이트 흑인 폭동 사태를 흑과 백이라는 단순한 이분법으로 쳐다보지 않는다. 슬럼가의 무허가 술집을 단속하러 들어갈 때, 그들을 검거하는 인물들은 흑인 경찰이며, 그들의 정보원도 내부에 있던 흑인이다.

    거리에서 있었던 백인 경찰 크라우스의 과잉 진압에 책임을 묻는 것은 백인 경찰이다. 영화는 흑과 백, 가해자와 피해자, 선과 악이라는 순진한 구분을 인정하지 않는다. 폭력은 흑백의 인종을 넘어선, 인간 본질에 있음을 뒤섞인 상황을 통해 말한다. 영화의 야심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드트로이트'의 감독은 2008년 ‘허트로커’로 제8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성 최초로 감독상을 받은 캐서린 비글로우가 맡았다.
    그리고 이 야심이 바로 현재 우리가 이 영화를 봐야하는 이유가 된다. 영화 ‘디트로이트’는 50년 전 언젠가의 이야기가 아닌, 지금 여기 이곳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임을 앞서서의 방식으로 알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감독은 2008년 ‘허트로커’로 제8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성 최초로 감독상을 받은 캐서린 비글로우가 맡았다. 그녀는 이후 2012년 오사마 빈 라덴 체포 작전을 영화화한 ‘제로 다크 서티’를 통해 뉴욕 비평가 감독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영화에서 흑인들과 어울리는 백인 소녀에게 백인 경찰이 묻는다. 왜 흑인들과 어울리냐고. 백인 소녀의 대답은 이렇다. “지금은 1967년이라고!” 50년의 시간이지났지만, 세상은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고 캐서린 비글로우는 말하고 있는 듯하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